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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진입에 ‘치매보험’ 러시… 여전히 '불완전 판매' 우려

'경증치매까지 보장' 늘었지만 꼼꼼히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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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6호 옥송이⁄ 2019.01.25 10:15:04

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보험업계는 치매보험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 = 삼성생명 

 

지난해 8월 한국은 공식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만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노령자를 위한 금융 상품 등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지만,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단연 손해보험 업계다. 연초부터 대형 보험사들은 치매보험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새로 출시된 치매보험들은 기존보다 보장 범위가 넓어졌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불완전 판매를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불만 많던’ 치매보험, 얼마나 달라졌나 

 

# A씨는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있다. 여든에 가까운 노모를 전적으로 돌볼 수 있는 형제가 없었기 때문에 내린 선택이다. 형제들이 나눠서 요양비를 내고 있어 부담은 덜해졌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 치매보험을 들었더라면 여러모로 보장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보험업을 하는 지인에게 들으니 ‘가벼운 치매’로 판정 받을 경우 잘 보장되지 않는다 해서 망설이던 끝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막상 어머니는 ‘중증치매’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 치매 인구 75만 명 시대. 새해부터 치매보험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생명, 동양생명, 신한생명,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부분의 대형 보험사가 올해 초부터 치매보험 상품을 새롭게 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매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기존 상품에 대한 불만이 많아서다. 

 

올해 초 한화생명은 대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치매보험을 내놨다. 사진 = 한화생명 

 

기존 치매 전문보험은 소형 회사에서 출시된 경우가 많았고, 대형 보험사들의 경우 일부에 한해 치매를 보장하는 형태였다. 게다가 치매와 관련된 보험 상품은 가입하기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보장 범위가 좁은 탓에 실효성 있는 보상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치매보험 상품들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좁은 보장 범위’를 대폭 개선하고 ‘경증치매’를 보장 범위에 포함시키면서다.

 

건망증도 치매 판정 받으면 보장 받는다

 

보험사들은 ‘임상치매 평가척도(CDR)’를 치매 여부 판단 기준으로 한다. CDR은 0등급에서 5등급으로 구성되는데 2등급까지를 경증 및 중증도 치매, 3등급 이상부터를 중증치매로 판단한다. 경증 및 중증도 치매는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치매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건망증과 기억장애 정도지만, 중증치매 이상은 인지능력을 상실하고 스스로 대소변을 해결하지 못하는 등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전체 치매보험 가운데 60%가 경증치매를 보장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상품들은 모두 경증치매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삼성생명도 경증치매가 보장되는 치매보험 상품을 새롭게 출시했다. 사진 = 삼성생명 

 

대형 보험사 가운데 가장 먼저 경증치매가 포함되는 전문 보험 상품을 내놓은 곳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보험가입금액 1000만 원을 기준으로 중증치매 진단 시에는 2000만 원, 경증치매 진단 시에는 400만 원을 지원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주로 소형사에서 치매를 보장했었지만, 대형사의 치매직접 보장상품은 못 나왔었다. 하지만 한화생명에서는 다소 과감하게 출시했다”고 밝혔다. 

 

동양생명과 신한생명에서도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고,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은 가입 심사 항목이 간편한 치매상품을 출시했다. DB손해보험의 ‘착하고 간편한 간병치매보험’은 고지사항이 단 3개, KB손해보험의 ‘KB The간편한 치매간병보험’은 고지사항이 2개에 불과하다.

 

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도 치매상품 출시에 동참했다. 지난 23일부터 판매되고 있는 삼성생명의 ‘종합간병보험 행복한 동행’은 치매 뿐 아니라 장기요양상태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7년에는 전국 치매환자 수가 70만 명으로 추정됐지만, 2018년에는 75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 = 중앙치매센터 2017 연차보고서

 

치매보험 러시, 그 이유는? 

 

보험사들이 치매상품 출시에 집중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치매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치매센터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75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는 노인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오는 2024년에는 치매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사회적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치매환자 1인당 돌봄 비용은 약 2054만 원에 달하며, 정도가 심할수록 비용은 더 늘어나 중증치매환자의 소요비용은 3220만 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미리 치매를 대비하고 보장받는 ‘치매보험’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치매국가책임제 1주년을 맞아 지난해 진행된 '치매극복의 날' 행사 포스터. 사진 = 중앙치매연구센터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치매 발병률이 높아져, 치매 보험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아졌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보험업계에서 치매보험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판단됐고, 이에 따라 업계에서 치매상품들을 대거 출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으로 지난 2017년부터 시행 중인 치매국가책임제 역시 보험사들의 치매보험 출시에 영향을 미쳤다. 치매국가책임제로 인해 중증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비율은 최대 60%에서 10%까지 낮아졌다. 이로 인해 중증치매만 보장했던 보험사들은 ‘경증치매’까지 포함할 수 있게 됐다. 

 

치매보험 변화에도 불완전 판매 우려 여전해  

 

한편 일각에선 보험사의 치매 보장 범위가 넓어졌다고 해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불완전 판매란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영업행위 규제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가 부당하게 판매한 상품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가 입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치매보험' 관련 청원들.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치매보험과 관련된 불완전 판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아내가 건망증이 심해 일찍이 보험설계사에게 치매 상품을 문의했다. 치매와 관련된 보장내용은 이미 가입돼 있다며 검사만 받으면 된다 했다. 하지만 막상 치매 진단을 받고 청구하니 ‘산 송장’ 수준이 돼야 보장된다는 거다. 이런 내용인 줄 알았다면 보험을 취소하거나 다른 보험 상품을 알아봤을 것”이라며 “보험설계사의 부족한 설명 한 마디에 다른 보험에 가입할 기회도 놓치고 치료 시기도 늦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피해가 늘어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보험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고 민원을 줄이기 위해 보험설계사의 녹취 의무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 안에 보험협회 시스템을 고쳐 치매보험의 경증·중증치매 보장 여부를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9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불완전판매는) 사전적인 소비자보호장치 틀을 만들고 사후적으로도 소비자보호 쪽으로 감독 역량을 이끌어감으로써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며 “역량의 많은 부분을 불완전 판매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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