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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토요타·닛산 부당광고 과징금… 한일 갈등 새 불씨 될까?

토요타‧닛산 “잘못 없다”… 日 정치인 “일본 기업 따돌리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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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6호 정의식⁄ 2019.01.25 09:01:33

토요타 RAV4(위)와 닛산 인피니티 Q50 2.2d. 사진 = 각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잘못된 광고 내용을 문제삼아 한국토요타와 한국닛산에 잇따라 과징금 처분을 내리면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새로운 분쟁이 불붙을 분위기다. 공정위는 토요타와 닛산이 명백한 부당 광고 행위를 저지른 터라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토요타와 닛산 측은 잘못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시비는 법정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법원의 강제징용 재판 판결과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위협 비행사건이 이어지며 한일 관계가 최악의 갈등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이어서, 이번 공정위의 토요타‧닛산에 대한 과징금 부과 역시 양국간 경제마찰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요타, 안전 보강재 없는데 ‘최고안전 차량’ 광고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한국토요타자동차에 광고 중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 17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토요타가 지난 2014년 10월부터 판매한 SUV ‘RAV4’를 "미국의 비영리 자동차 안전연구기관인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최고안전차량으로 선정한 차"라고 광고했는데, 정작 국내에서 판매된 RAV4에는 최고안전차량 선정의 핵심 이유였던 ‘안전 보강재(브래킷)’가 빠져있었다는 것.

공정위에 따르면, 미국 IIHS의 최고안전차량(TSP)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전측면(운전석) 포함 5개 충돌실험항목에서 ‘Good 등급’을 받아야 한다. 미국 IIHS는 차량 강성과 관련해 5가지 항목의 충돌실험을 실시해 4가지 등급(Poor → Marginal → Acceptable → Good)으로 점수를 준다.

토요타 RAV4 미국판매차량. 우측에 브래킷이 장착돼있다. 사진 = 공정위

2014년식 미국 판매 차량(RAV4)의 경우 브래킷이 장착되어 있지 않았고, 미국 IIHS의 전측면 충돌실험(운전석)결과 ‘Poor등급’을 받아 최고안전 차량(TSP)에 선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2015~16년식 미국 판매 차량(RAV4)의 경우 브래킷을 추가 장착해 전측면 충돌실험 결과 ‘Good 등급’을 받아 최고안전 차량(TSP)에 선정될 수 있었다.

토요타 RAV4 국내판매 차량. 우측에 브래킷이 없다. 사진 = 공정위

하지만 국내에 출시된 2015~16년식 RAV4는 미국 판매차량과 달리 브래킷이 장착되어 있지 않아 상기 ‘최고안전 차량’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음에도 한국토요타는 이 사실을 은폐‧누락했다는 것.

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 출시 차량 역시 미국 IIHS의 최고안전 차량(TSP)의 안전사양을 모두 장착한 것으로 오인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었고, 이같은 광고 행위는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을 방해해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토요타 측의 카탈로그 뒷면 하단의 설명. 지나치게 작아 식별이 어렵다. 사진 = 공정위 

한국토요타 측은 카탈로그 맨 뒷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본 카탈로그에 수록된 사진과 내용은 국내출시 모델의 실제 사양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표시했다고 해명했지만 공정위는 이 설명이 광고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소비자들이 정확한 의미를 인식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특히 브래킷이 미장착된 RAV4 차량이 판매된 다른 나라에서는 미국 IIHS의 ‘최고안전 차량’ 선정 사실이 광고된 사실이 없다는 점도 기만 광고로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국내 출시 차량과 해외 판매차량 간 중요한 안전사양 차이가 있음에도, 해외 평가기관의 안전도 평가결과를 국내 출시 차량 광고에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행위를 최초로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판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단순히 광고 내용이 실제 판매 모델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적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광고 행위의 책임이 면제될 수 없음을 확인한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닛산, 연비‧배기가스 기준 거짓 표기

다음날인 16일 공정위는 한국닛산과 모회사인 닛산 모터스 리미티드컴퍼니(이하 일본닛산) 역시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두 회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억 원을 부과하는 한편,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한국닛산이 2014∼2016년 사이에 진행한 한국 소비자 대상 광고에서 차량 연비, 배출가스 인증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먼저, 한국닛산은 ‘인피니티 Q50 2.2d’ 차량 부착 스티커, 카탈로그, 홍보물에 연비를 15.1㎞/ℓ로 표시했는데, 일본닛산이 받은 시험성적서 상 실제 연비는 14.6㎞/ℓ였다는 것. 공정위는 한국닛산이 이를 조작해 관계부처에 승인을 받은 사실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에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인피니티 Q50 2.2d’ 차량은 한국에서 2014년 2월∼11월 사이에 2040대, 686억 원어치가 팔렸다.

인피니티 Q50 2.2d의 홍보물에 표시된 실제와 다른 연비. 사진 = 공정위

공정위는 보통의 소비자가 대개 차량 연비 표시를 그대로 신뢰한다는 점, 소비자가 직접 연비를 측정해 표시 광고의 내용을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차량의 표시‧광고에 소비자 오인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연비는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표시·광고는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선택을 왜곡함으로써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적시했다.

‘캐시카이 디젤’ 모델의 광고에서도 한국닛산과 일본닛산이 유럽연합(EU)의 경유차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6 기준을 충족한다고 알렸지만, 실제로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인증 기준의 20.8배에 달하는 등 거짓 광고를 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국내에서는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에 대해 연간 10만 원 가량인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된다. 그러나 2016년 환경부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배출가스 재순환장치를 불법으로 조작해 인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인증 기준의 20.8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캐시카이 디젤은 2015년 11월∼2016년 6월 사이에 824대, 214억 원어치가 팔렸다.

'유로 6 기준 충족'을 강조한 한국닛산의 캐시카이 홍보물. 사진 = 공정위

공정위는 과징금 9억 중 배출가스 관련 과징금인 2억 1000만 원은 두 회사가 함께 부담하도록 했는데, 이는 일본닛산의 자료를 토대로 한국닛산이 광고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금액은 한국닛산이 단독으로 부담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 사건 표시·광고가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인증에 근거해 이루어졌음에도 보통의 소비자는 인증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 소비자가 직접 질소산화물 배출량 등을 측정해 표시 광고의 내용을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 오인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을 구매할 경우 소비자는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표시·광고는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을 왜곡함으로써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차량의 성능, 기술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소비자가 그 내용을 검증하기 어려운 차량의 연비 수준 표시·광고의 거짓·과장성을 적발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며 “미세먼지 등으로 대기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배출가스 관련 부당 표시·광고에 대해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네티즌들 “노골적인 보복, 경제 제재 필요”

이틀 연속으로 두 일본 자동차기업이 표시광고법 위반 처분을 받자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제재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공교롭게 함께 위원회에 상정됐을 뿐 관련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공정위의 제재 조치가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너무 뒤늦은 조치 아니냐” “그간 토요타와 닛산이 거짓 광고로 '배짱 장사'를 해오고도 처벌받지 않았다” 류의 소비자 반응이 쏟아졌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우리 정부가 의도적으로 일본 기업에 대한 제재조치를 시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송정원 서울사무소 총괄과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한국도요타자동차의 부당표시 광고 제재 조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당사자인 토요타와 닛산 측은 일단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며, 공정위의 정식 의결서가 도착하면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토요타 측은 “사양의 차이를 고의로 은폐한 것은 없다”면서 “의결서가 도착하는 대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닛산 역시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두 회사는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 여론은 이미 격앙된 분위기다. 관련 뉴스의 댓글란은 이미 “토요타에 이어 닛산이라니, 노골적인 보복” “자국 차를 판매하기 위해 토요타와 닛산을 괴롭히는 작전”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반일 행위 연속”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 정부도 조속한 경제 제재가 필요하다” “자동차와 가전, 모든 부품의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 등 경제 제재와 단교를 요구하는 주장도 많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 도지사가 트위터로 한국 공정위를 비난했다. 사진 = 트위터

특히 17일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 도지사는 “이쯤 되면 ‘일본 따돌리기(이지메)’의 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의 지배’가 아니라 ‘감정의 지배’에 따르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등의 트윗을 잇따라 올리며 한국 공정위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마스조에는 일본 자민당 소속 참의원과 후생노동대신을 역임하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도쿄 도지사를 지낸 우파 정치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차가 국내에서 디젤 게이트 등의 논란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을 때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본 건 사실”이라며 “이때는 조용하다가 자신들이 타깃이 되자 한국 정부 탓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진다 해도 일본 측이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감안, 우리 정‧재계도 주도면밀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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