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가 신진작가 기획전 ‘코쿤 2019’를 3월 8일까지 연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한 ‘코쿤’전은 올해에는 김연수, 김태연, 최수미 등 세 명의 회화 작가를 선보인다.
김연수는 여행하며 스쳐 지나간 풍경을 화폭에 담는다.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풍경을 다시금 기억 속에서 떠올려본 작가는 비록 흐릿한 잔상으로 남았을 지라도 그곳에서의 감정이 하나의 분위기로 각인돼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에게 풍경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이고 반응하게 하는 소재이자, 기억과 감정을 회화 위로 소환하는 매개체다.
화면 속 장소는 외딴 섬이나 길가의 풀, 깊은 숲 속이 바로 연상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는 최소화됐다. 김연수에게 그곳에서 느낀 감정을 재생시키는 것은 정확하게 구사된 특정한 장면이 아니다. 작가는 붙잡을 수 없는 그 같은 감정을 일체화해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무심결에 혹은 일순간 마주한 풍경에서 걸러진 미묘한 감정을 특유의 적막한 분위기로 녹여낸 그의 회화는 과거의 시공간 경험을 현재로 소환한다.
김태연은 모든 것이 연결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오늘의 시대를 우리 몸과의 관계를 통해 유비적으로 들여다본다. 현대인들이 타인과 소통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으로 고도화된 ‘초연결사회’에 주목한 작가는 만질 수 없는 가상 세계 안에서 작동하는 한계가 부조리를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연작 ‘무간공유’는 무한함을 내세우는 디지털 문명과 유한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몸의 부조화를 동양의학의 혈자리와 통신망의 도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는 나와 타인이 관계 맺는 만남의 장소로 이해되곤 하는 ‘몸’이 소통과 공유를 표방하는 가상세계에서는 정작 배제되는 모순에 대한 작가의 불편한 시선과 맞닿아 있다. 초연결사회라는 오늘날의 환경과 몸의 관계를 다룬 작품을 통해 작가는 고도화된 가상세계에 매몰된 현대인이 그 어느 때보다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시대라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최수미는 현실 세계를 제어하는 의식으로부터 일탈을 가능하게 하는 해방구로서 무의식을 일종의 유토피아로 맥락화한다. 작가는 본래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는 공간을 전제하는 유토피아에 대한 대안으로 현실에서 직접 경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관심을 확장했는데, 주로 나무나 물과 같은 자연이 함께 하는 장소가 배경이다. 작가는 이런 현실경에 이상경을 뒤섞는 일련의 편집 과정을 거쳐, 의식의 테두리에 갇힌 현실과 일상 바깥으로 탈피한 공간으로 화폭을 완성한다.
의식의 표면 아래 잠재돼 자각되지 않을 뿐 자신의 또 다른 표본이기도 한 무의식에 독특한 위상을 부여해 자기화된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현실과 상상이 혼성된 그의 낙원은 다양한 현실 공간 곳곳에서 저마다의 무의식이 다르게 체득한 신화적 공간을 환기시킨다.
스페이스K 측은 “기성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 세 작가는 예술 세계 속에서 저마다의 주제 의식을 통찰하며 독특한 시각 언어를 구사한다”며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 되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시각상을 발견할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 이들의 가능성과 역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