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19.02.26 14:14:19
1996년 그래피티를 시작한 이후로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세계 곳곳의 벽 위에 본인의 시그니처를 새겨 넣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탕크가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2월 26일~3월 22일 가진다. 이번 전시에서 역동적 질감이 돋보이는 오일 페인팅을 비롯한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탕크의 작품은 ‘낙서 그림’으로 정의되는 그래피티에서 출발해, 보다 확장된 회화의 영역까지 넘나든다. 그는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기법과 잉크를 캔버스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나비가 화면에 날아들어 서클(circle)을 그리듯, 그의 손짓을 따라 캔버스 안에 남겨진 점들은 하나의 선 혹은 서클로 구현되고, 다시 백지 상태로 되돌아간다. 작가의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그대로 연상되는 무수한 선들은 에너지 그 자체다. 내면의 쉼표와 같이 비어진 여백은 동양의 절제미를 연상케 하는데, 여백 또한 하나의 작품이 된다고 말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
“사람들은 빛을 갈구하고, 부서지기 쉬운 정원에서 색깔들이 바스락거리며 반짝인다”는 탕크는 본인의 정원을 글자와 그림으로 가꾼다. 동양의 전통과 어반아트 사이에서 자신만의 빛을 찾아 검은색, 흰색을 쓰는 동시에 밝은 색 쓰기를 주저하지 않고, 작품에 늘 대화 콘셉트를 유지한다.
화가이자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그는 “내 감정을 그림에 새겨넣는 방식이 심전도나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음악을 들으며 어떤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화면 가득 서클과 선으로 채워 넣는 것. 금세 사라져버리는 음악적 이미지들이 진동이 온 듯 흘러내리는 선, 리듬, 색으로 표현되는 순간 온 몸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그것이 탕크가 말하는 절정의 순간이다.
탕크 고유의 문자 기법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일종의 캘리그래피로, 글자와 비슷한 형태가 반복되지만 의미는 없고, 미학적으로 형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는 “작업을 하다 보니 재미있었다. 아이들과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나의 작품 과정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반복적인 형태일 뿐인데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어떤 내용을 읽으려 하는 반응이 즐겁다”며 “그러나 내 작품은 어떤 뜻이 없다. 그리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처음에 작품을 봤을 때 그 느낌, 그것이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탕크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16년 양국 간 젊은 작가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산에서 열린 프로젝트에도 프랑스 대표작가로 참여했다. 도시철도 입구부터 역사 안으로 이어지는 대형 기둥 8곳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캘리그라피를 새겨 넣었다. 아내의 고향에 의미 있는 작품을 남기게 된 셈이다. 현대적이고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자유분방함 속에 동양적 신비감이 흐르는 데는 한국인 사진가 아내 안선미 씨의 영향도 있다.
갤러리조은 조은주 큐레이터는 “탕크는 이미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인도, 싱가포르, 리반, 모로코, 중국, 한국 등 전 세계에서 전시를 했다. 그래피티 아트를 일궈낸 아티스트 탕크의 방문은 국내 컬렉터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영역의 회화 파트로 다가올 수 있으나, 회화성 짙은 그의 작품세계는 국내 콜렉터들에게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