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을 조합해 지은 제목들. 여러 종류의 재료를 자르고 이어 붙여서 완성된 이미지들. 즉흥적인 감각과 재기발랄한 표현 방식을 결합시켜 작업을 이어 온 작가 테일러 화이트의 국내 첫 개인전 ‘잽-잽, 익스플로전 사운드, 피쉬(Zap-Zap, Explosion Sound, Fish)’가 청담동 지갤러리에서 3월 6일~4월 12일 열린다.
인간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하는 작가의 작업은 모순적인 심리와 광적으로 몰입해 있는 사회적인 현상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충분히 꼬여 상충하는 문제들을 해학적인 방식으로 유쾌하게 통합시키고 해체하는 것. 재단되지 않은 불특정한 기억과 인간의 모순적 감성, 마니아적인 요소를 절대 심각해지지 않도록 재구성하고 제안하는 게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지갤러리 측은 “어린아이의 낙서화 또는 예술가의 스케치북에 비밀스럽게 보관해둔 에스키스 같은 분위기를 뿜는 그의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경험에 근거해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과정”이라며 “혼란을 일으키는 이미지들을 좋아하는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이들 역시도 혼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작가의 말처럼 그는 어린 시절의 아지트나, 기대감에 부풀게 했던 달콤한 막대 아이스크림과 같이 동심을 나타내는 이미지들과, 마치 인간의 얽혀 있는 심리적 실타래를 풀어가듯 모순된 인간들의 모습을 표면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여러 재료들을 이용해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뜻밖의 연결지점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일상의 즐거움과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지갤러리 측은 “작가는 기존의 관념적인 방식의 모든 틀을 거부하고 인간과 인생의 양면적인 것들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와 색깔을 낸다”며 “그는 서로 간 유대가 없고 다양한 물성을 가진 나뭇조각, 캔버스 천, 목탄, 아크릴, 스테이플러, 플라스틱, 오일 물감과 같은 재료들과 자신이 기존에 작업했던 작품들을 바느질로 이어 붙인다. 콜라주라고 흔히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이를 ‘이미지를 편집하는 방법일 뿐’이라고 말한다. 여러 요소를 서로 접목해 하나의 조화로운 관성을 찾는 실험과도 같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나, 메리 워싱턴 대학에서 스튜디오 아트를 전공한 테일러 화이트는 뉴욕의 시카모어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마드리드의 에스포지티보 7B 예술 레지던시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지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유럽 각 지역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TW파인아트 갤러리와 ‘후 에인트 갓 타임 포 히키즈(Who ain’t got time for hickies)’라는 제목으로 협업 컬래버 전시, 마퀴 프로젝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선보였고, 최근엔 브뤼셀과 베를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