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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남식 전 연세의료원 원장] “아프면서 100살 살래요, 아니면 강수(康壽)·체산(體産)관리 할래요?”

“환자 보는 게 내 임무” 새 형태 1차 병원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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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3호 최영태 기자⁄ 2019.04.08 09:12:46

정남식 원장이 “1차 병원이면서도 정확히 진단-치료해 3차 병원과 연결시켜 주는 기능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필메디스 클리닉

(CNB저널 = 최영태 기자) 심장병 전력이 있는 50대 남자 A씨는 최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진찰 문의 전화를 걸어본 뒤 잠시 낭패에 빠졌다. 요즘 상태가 안 좋아져 전에 자신을 치료해준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다시 받고 싶은데, “예약이 밀려 두 달 뒤에나 진찰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다른 병도 아니고 심장 관련 질환이 잘못되면 생명과 관련되는데…. 동네 병의원에 가봐야 심전도 정도나 해주고 “대학병원에 가봐라” 할 텐데. 그러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세브란스병원 예약을 하고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니 가슴이 답답할 뿐이었다.

이런 환자의 경우 정남식 전 연세의료원 원장(심장내과 전문의)이 최근 개원한 필메디스 클리닉을 이용한다면 근심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1차 병원이기 때문에 누구나 바로 방문해 전문적인 진단-검사를 받고, 이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을지, 아니면 증세에 따라 바로 대학병원급 큰 병원으로 옮겨 응급 시술 등을 받을지를 즉시 결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민 건강보험이 ‘모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한국에서 감기처럼 가벼운 질환의 진찰-치료는 너무나도 저렴하고 쉽게 이뤄지지만, 위 환자처럼 전문 질병 쪽으로 가면 상황이 답답한 경우가 많다. 1-2차 병원에서는 다루기 힘든 질병의 경우, 대학병원 급으로 가는 것 말고는 다른 수단이 없지만, 특히 인기있는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의 급한 마음과는 달리 “진료 예약을 하고 서너 달 뒤에 오라”고 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급한 마음에 응급실로 달려가곤 하지만, ‘증세보다는 마음이 더 급한’ 이런 환자들이 응급실을 노상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응급 담당의는 차가운 목소리로 “당신이 올 곳이 여기가 아니라 저기 외래 진료실”이라며 되돌려 보내기 십상이다.

 

“너절하지 않고 10년 지나도 변치 않는 디자인”을 콘셉트로 만들어진 필메디스 클리닉의 2층 심혈관센터 접수 데스크. 사진 = 필메디스 클리닉

이런 현실에 대해 정 원장은 “1차 병원이면서 심혈관계 질환을 정확히 진단-치료하고 3차 병원과 원활히 연계시켜주는 기능에는 현재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아무리 연세의료원 원장 출신의 노련한 전문의라 하더라도 첨단 진단기기 등이 구비되지 않으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진단은 정확히, 치료는 병원 수준에 맞게”

정 원장은 “필메디스 클리닉은 대학병원 수준의 진단 장비를 모두 갖췄다”며 심혈관 전용 CT와 최첨단의 4차원 영상이 가능한 심초음파장비를 비롯한 심혈관 장비들을 보여줬다.

정년 연령이 낮았던 과거의 연세의료원 원장 출신들을 보면, 대개 퇴임 뒤 원로로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 원장도 그런 경로를 택할 수 있었지만, 그는 과감히 제2의 인생에 출사표를 던진 케이스다. 서초동의 6층 빌딩 전체를 병원으로 사용하면서 첨단 진단기기를 들여놨고, 1차 병원으로서 심장혈과내과, 소화기내과, 검진센터 등의 전문 센터 클리닉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게 내 소명이라는 생각에서”라고 말했다.

이른바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나는 게 요즘 장노년층이지만 정 원장은 “아는 것이 힘 아니라 험이 될 수도 있다”는 문장으로 세태를 꼬집었다. 건강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지나친 정보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의료 정보가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현실은, 한국의 TV를 하루 저녁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건 모르셨죠? 남미산 신비의 만병통치 식물 또는 광물”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이걸 먹으면 좋다는 소개가 의사들의 입을 통해 TV 화면에서 줄을 잇는다. 이처럼 먹으면 좋다고 소개되는 음식들을 다 챙겨 먹으면 장수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의학 정보들을 열심히 쫓아가면서 이것 저것 다 먹으면 ‘정말 빨리 죽겠군’ 하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커머셜 의학은 죽었다 깨나도 안 한다”

그래서 정 원장에게 그래서 물어보았다. “이런 최첨단 장비를 들여놓고 새 병원을 차리기보다는 TV에 나가 이러 저런 걸 먹으면 좋다고 소개하면 업자들이 따라붙을 것이고 돈 벌기도 더 수월한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의 즉답인 즉 “커머셜(commercial) 의학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였다.

커머셜 의학은 죽어도 못한다는 그는, 강연 기회가 생기면 ‘강수의학’이니 ‘체산관리’니 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용어를 구사하면서 건강 요령을 알려준다. 물론 이런 개념들은, 용어만 신조어일 뿐,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건강관리 상식들이다.

우선 강수의학에 대해 들어보자. 인간은 누구나 장수(長壽)를 누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100세 시대라면서 오래 사는 게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오래 살긴 사는데 병을 안고 산다면 삶이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엄청난 의료비를 감당해낼 수가 없다. 정 원장은 “요즘 ‘장수는 위험하다’는 개념의 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병원 수준의 진단 장비를 모두 갖췄다”는 필메디스의 심혈관 전용 CT 장비. 사진 = 필메디스 클리닉

그래서 그가 주창하는 강수(康壽)의학은 장수의학에서 점 하나만을 바꿨을 뿐이지만 개념은 크게 다르다. 여기서 ‘편안할 강(康)’의 의미는 뇌로는 정상적 판단을 하고, 몸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정신과 몸이 모두 편안하지 않으면, ‘노인 10명 중 9명이 아프다’는 요즘 통계 그대로 “내가 사는 건지 죽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수의학 개념은 “노화가 질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정상적으로 몸과 마음을 동작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오래 살아 삶의 가치를 높이고, 인생 3모작을 제대로 해내자”는 주장이다.

강수의학의 구체적 실천 방법으로 그는 몇 가지를 제시한다. 누구든 쉽게 지킬 수 있는 ‘상식’들이다.

*자연스럽게 움직여라 = 과도-무리한 운동을 하지 않고도, 서두르지 않으면서, 원예 식물을 키우는 등의 활동을 하고, 또 땀이 날 정도로 30분 정도씩의 중증도 운동을 하면서 신체 건강을 지키라는 당부

*다운시프트(downshift)하라 = 나이가 들수록 힘에 부치는 목표를 추구하지 말고 목표치를 낮춰 잡으면서 성취를 맛보라는 당부

*오늘을 산다 = 자그만한 일이라도 무얼 할지 정하고 할 일을 항상 만드는 노력

*적절한 와인에 채식

*80% 식사의 법칙 = 식사를 빨리 하면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계속 먹어야 하지만, 식사를 하다가 중간에 전화를 받고 다시 음식을 먹으려면 밥맛이 별로 없는 것처럼 오래 씹으며 식사를 하면 뇌의 만족중추가 포만감을 전해줘 과식을 막을 수 있으므로 천천히, 모자란 듯 80%까지만 식사하라는 당부

*가족, 이웃과 좋은 관계를 가짐으로써 소속감을 느낀다 = 가족이 깨지면 절대로 오래 못 산다. 사회적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

*건방져 보일 정도로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큰 보폭으로 걸을 수 있도록 하지와 허리 근육을 강화시켜라 = 보폭이 줄어들수록 남은 수명도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으므로 활달하게 걷는 습관을 몸에 붙이라는 당부
등이다.

‘강수’하려면 뛰어넘어야 할 세 장벽

헌데, 이런 강수의학 수칙을 지키면서도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세 장벽’이 있다. 뇌질환, 심혈관질환, 근골격계의 유지다. 뇌질환과 심혈관질환에 걸리면 급사(sudden death)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급사의 90%는 동맥 내의 죽종(粥腫)이 터지면서 발생한다고 정 원장은 소개했다. 죽상동맥경화증이란 동맥의 벽에 콜레스테롤로 이루어진 죽 같은 침전물(죽종)이 쌓이면서 혈관 통로가 좁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뭘 먹으면 좋다는 식의 의학을 해야 돈벌이에 좋지 않냐?’는 질문에 정남식 원장은 “커머셜 의학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고 말했다. 사진 = 필메디스 클리닉

뇌-심장 질환은 급사를 막기 위해 예방해야 하지만, 근골격계 유지는 정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하다. 몸을 마음대로 못 움직이면 정상적인 가족-사회 생활을 할 수 없게 되고 그러면 인간은 급격하게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헌데, 심혈관질환에 관한 한 100세 시대를 떠도는 잘못된 상식이 있다고 정 원장을 알려줬다. “60살 정도를 살던 인간이 100살을 너나없이 살게 되면서 모든 게 젊어졌으므로 내 혈관 역시 튼튼하다고 알고 있지만,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소리다.

정 원장은 이를 이렇게도 표현했다. “내가 레지던트 할 때는 심근경색 환자를 딱 한 명 본 게 다였지만, 의료원장을 마치고 은퇴하던 때는 매일 수도 없이 환자를 봤다.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에게만 심장병이 있었지만, 지금은 빈자와 부자 모두가 환자”라고도 말했다.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라 심혈관 건강은 60세 시대보다 지금 훨씬 더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이런 시대에 건강하게 100세를 ‘강수’하려면 “체산관리를 해야 한다”고 정 원장은 말해줬다. 재산관리라는 말을 살짝 바꾼 ‘체산(體産)’관리는, 재산관리에 힘쓰는 만큼의 노력을 몸이라는 체산(體産, health estate)에도 기울여 달라는 당부다.

어느덧 건방져버린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체산관리 요령도 상식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 오키나와의 장수마을 등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장수자들은 균형잡힌 식사(balanced diet)를 하고, 또한 평균 나이 102세의 노인들이 ‘95년째 친구관계를 맺고’ 사는 등 안정적인 가족-친교 환경을 갖췄다는 게 특징이다. 이런 강수 환경을 만들면서 또한 ‘건강이상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몸무게를 이틀에 한 번 정도씩 꾸준히 체크하는 것 역시 체산관리의 기본 중 하나다.

새로운 형태의 1차 병원을 오픈해 대학병원과 지역병원 사이의 뚝 떨어진 거리를 줄이려 나선 정 원장의 ‘인생 2라운드’를 엿보고 나오면서, “건방져 보일 정도로 보폭 크게 성큼성큼 걸어라”는 그의 당부대로 활달하게 병원 문을 걸어 나섰다. 몸에 좋다는 뭔가를 꾸역꾸역 먹지 않더라도, 정 원장의 말만 잘 새겨듣고 실행하면 강수의학-체산관리를 ‘상식선에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슴속에서 기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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