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가 파랑 작가의 개인전 ‘나를 잊어’를 4월 16일까지 연다. 로마 시대 때 파랑은 부정적이고 연약한 색이었고, 중세기대에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따뜻한 색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파랑은 개개인의 취향과 경험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색이 됐다.
작가의 작품에는 푸른 늑대가 등장한다. 푸른 늑대가 떼 지어 들소를 사냥하거나 게슴츠레 쳐다보는 모습을 통해 잔혹하고 아름다운 늑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문주혜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는 “늑대의 삶은 어떤 위계질서나 허례허식으로 치장돼 있지 않으며 오직 살아가기 위한 순간의 선택으로 이뤄져 있다. 작가는 이런 생의 욕구에 집중한다”며 “파랑은 인간다운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늑대의 삶을 제시해 답한다”고 작가의 작업을 설명했다.
여러 빛깔이 뒤섞인 푸른색은 몽환적인 느낌으로 늑대의 삶을 더욱 찬란하게 묘사한다. 문주혜 큐레이터는 “옅게 켜켜이 쌓인 물감은 푸른 늑대가 가진 신화적인 요소를 강조한다”며 “늑대는 연극처럼 캔버스를 무대로 자신의 삶을 연기한다. 장면마다 사나운 모습, 우수에 찬 모습 등 팔색조로 연기하는 늑대는 차가운 포식자이기도 하며 자연을 수호하는 영물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강가의 소년과 늑대’와 ‘여행의 시작’에서 작가는 푸른 늑대가 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판타지적인 서사를 부여한다. 새파란 바다로 떠나는 여행, 그리고 늑대보다 먼저 배를 탄 소년의 모습은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는 장치이기도 하다. 문주혜 큐레이터는 “순수한 생명력을 가진 늑대의 모습을 빌려 인간 사회의 모순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것을 넘어서 진정한 삶이 있는 유토피아로 향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푸른 늑대는 진정한 삶이란 생명과 결부돼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이뤄져 있다고 이야기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참된 삶은 무엇인지 푸른 늑대의 이야기를 통해서 되물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