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IL29 GALLERY 이길이구 갤러리(이하 이길이구 갤러리)는 5월 9~25일 임영균 사진작가 초대전을 연다. 임영균의 작업엔 감각적이고 즉각적인 감흥보다는 고즈넉하고, 정돈된 단아함과 명상이 깃들어 있다. 그는 각 대상이 가진 본질을 면밀히 관찰해 포착해낸다.
사진의 역사와 시작을 함께 하는 작품 ‘해남 1999’는 코닥 박물관 ‘사진의 역사’전에서 다큐 사진가로 알려진 워커 에반스, 앤젤 아담스, 마리 엘렌 마크 등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됐다. 최근에는 대전 시립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18 신소장품 : 형형색색’전 전시를 열었다.
생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임영균에 대해 “예술사진이란, 사진이란 허상에서 벗어나 사위(寫僞)에 접근하려는 정신의 의도(意圖)다. 그는 그런 시도에 있어서 한국의 기수 중 하나”라고 평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런 임영균의 작가적 눈으로 바라 본 백남준의 연대기를 선보인다.
두 사람은 1982년 뉴욕에서 만났고, 이후 아티스트 백남준의 역사적인 순간마다 함께 하며 20년 동안 예술가로서의 동반을 이어갔다. 임영균은 “작업실 한쪽에는 거리에서 주운 고장 난 텔레비전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고 백남준과의 만남의 순간을 기억한다. 백남준의 에너지에 매료돼 모니터를 뒤집어 쓴 그를 촬영하기에 이른 임영균. 이는 1984년 뉴욕타임스 신년 특집호 섹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이길이구 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는 임영균 작가가 가까이에서 접한 인간 백남준을 사진을 통해 둘의 우정을 조명한다. 또한 백남준이 직접 드로잉한 편지와 포스트, 작품 설계도 등과 백남준의 제안에 따른 백남준의 원고 등도 전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행착오 없이는 창조적인 예술을 할 수 없음을 알려주던 백남준과의 시간들은 임영균이 작업하는 데 있어 창작의 토양으로 남아 있다. 그는 백남준이 얘기한대로 피사체의 외향을 감각적으로 담아내는 것보다 그것의 허상적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해 왔다”며 “제한된 프레임 속에 박제 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영속성을 읽으려는 노력”이라고 짚었다.
또한 “임영균이 기록한 백남준은 생명력을 부여 받고 백남준의 예술세계 또한 시대를 넘어 현존한다”며 “반세기 가까운 임영균의 예술적 통찰력이 담긴 작품을 통해 시대를 넘어 생생히 살아있는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확인하고, 사진 예술과 그 안에 담긴 예술가 정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작가소개 사진작가 임영균은 대구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및 뉴욕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뉴욕 국제 사진센터에서 수학했다. 1973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시작으로 1985년 스미소니언 박물관 큐레이터인 메리포레스터가 선정한 전 미주 10대 사진가상을 수상하고,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중앙일보 뉴욕 지사 기자로 활동하면서(1983~1988) 뉴욕타임즈 및 국내외 일간지와 잡지에 글과 사진을 발표했으며, 뉴욕대학교 사진학과 겸임 교수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국제사진센터, 코닥 사진박물관, 독일 뮌스터 시와 올덴부르크 시립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