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갤러리(g.gallery)가 가정의 달을 맞아 6월 7일까지 가족을 콘셉트를 한 마이클 스코긴스의 ‘위 아 패밀리(We Are Family)’전을 연다.
작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풍부한 감성적 표현 외에도 어른이 된 우리가 진솔하게 다루지 못했던 주제에 대한 의미를 동심의 눈으로 돌아가 이미지화 하고 텍스트로 써 내려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린 아이의 생각과 문법으로 어른들의 감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를 쥐어준다.
흔히 가족이라는 단어엔 사랑, 화목, 따뜻함과 같은 키워드가 가장 먼저 연상되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모든 가족 내 숨어 있는 아픔과 오해, 그리고 상처까지 이런 역설적인 지점을 파고든다. 그는 흔히 생각하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주제들의 내면을 꿰뚫어 보며 자신만의 해석 방법으로 재치 있게 그 어두움을 그려낸다.
작가인 어머니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그림을 그린 그는, 사바나 예술대학에서 페인팅을 전공하며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하고 매체를 다뤄 본 결과, 자연스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종이를 이용한 낙서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모든 작품마다 등장하는 ‘Michael S.’라는 사인은 어린 시절의 페르소나라고 볼 수 있는데, 작품 속의 글씨체도 어릴 때의 그것 그대로다. 이처럼 때 묻지 않은 유년 시절의 경험과 환상이 그의 작품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작가는 마치 어린아이의 스케치, 메모, 혹은 고민이 담긴 편지인 듯한 이미지를 캔버스가 아닌 파란 선과 나선형으로 확대된 종이 위에 작업을 한다. 작가가 직접 제작하는 이 종이는 때론 고의적으로 조금씩 구기고, 찢고, 접기도 한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평면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드로잉이나 페인팅 작품들을 3차원적으로 표현해내고자 한다.
작가가 초현실적으로 확대된 종이 위에 작업을 하는 이유는 가상과 현실의 카오스적 시대에 살고 있는 동시대인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명료함과 유년의 향수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고. 유년기에 크게 느껴졌던 장소에 어른이 돼 다시 찾아갔을 때 “와! 이곳이 이렇게 작은 곳이었어?”라고 놀라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지갤러리 측은 “작가의 초기작은 만화에 나오는 장면을 주제로 해 이미지적인 요소를 강조했 으나, 이후에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텍스트를 보다 더 강조하면서 텍스트 자체의 시각적 해석이 강조됐다”며 “심각한 주제를 다루지만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그의 작품의 핵심”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