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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상의 법과 유학] ‘사람을 보는 법’(視→觀, 察)과 수사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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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0호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2019.06.17 08:47:50

(CNB저널 =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2008년 12월 19일 귀가하던 군포 여대생 안00 씨가 실종되고 2일 만인 12월 21일 수사본부를 설치한 경찰은 1개월 여에 걸친 수사 끝에 2009년 1월 24일 강호순을 긴급체포하여 안00 씨에 대한 살인 범행을 자백 받아 사체를 발굴하였을 뿐만 아니라 1월 30일 경기 서남부 지역 실종 부녀자 6명에 대한 추가 살인 범행까지 자백 받아 사체 4구를 발굴하는 등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7명의 부녀자를 연쇄 살해한 범행을 밝혀내는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수사 성과의 바탕에는 경찰이 신속하게 2300명의 경찰관 및 전-의경을 투입하여 사건 발생 지역 인근 야산 등을 대대적으로 수색하고, 사건 발생 예상 지역 휴대전화 기지국 통화내역 조회를 통하여 중복 통화자 50여 명을 선정하여 일일이 조사하고, 사건 발생 지역 및 예상 이동 경로에 설치된 CCTV를 세밀히 검토하여 통과 차량 7000여대를 대상으로 철저하고 끈질긴 수사를 벌인 결과 강호순을 긴급체포할 수 있었던 점과 긴급 체포 후 현금 인출 CCTV 사진 및 여자 친구 등 참고인 조사결과를 근거로 추궁하여 피해자 안00 씨에 대한 범행을 자백 받고, 압수한 점퍼에서 검출된 혈흔의 유전자 감정 결과 실종된 다른 피해자 김00 씨의 유전자로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경기 서남부 지역 실종 부녀자 6명에 대한 범행을 추가로 자백 받아 그 사체를 찾아내는 등 끈질기고 철저한 과학적 수사가 그 토대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검찰 또한 경찰과 긴밀한 수사 공조 체계를 구축하여 초동 수사 단계부터 강력 전담 검사로 하여금 통신 사실 압수수색 등 경찰을 지휘하게 하였으며,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여 강호순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향후 의문점이 생기지 않도록 명확히 압수 과정을 현출토록 하고 압수물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하도록 하는 등 보강 증거를 확보하도록 지휘하는 한편, 피해자 사체 발굴 현장에 임장하여 직접 사체를 검시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도록 지휘하였을 뿐만 아니라, 강호순의 신병과 사건을 송치 받은 후에는 강호순의 성장 과정, 범행 수법 등에 비추어 여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암장된 추가범행 수사에 주력하였습니다.
 

2009년 강호순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 지면. 

강호순 수사가 큰 성과 낸 배경

송치 이후 1년 치 통화 내역 뿐 아니라 약 3년 간의 계좌내역 중 인출 지점 및 지역, 현금영수증 및 신용카드의 사용처를 중심으로 한 계좌 추적, 고속도로 톨게이트 통과 내역과 같은 기간 동안의 전국의 부녀자 실종 사건을 일일이 대조하여 강호순의 범행으로 의심이 가는 사건을 찾아내고, 강호순의 친구 등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약 3년 전부터의 강호순 행적 중 살인 범행 공백기를 중점적으로 추적하여 살인 범행 공백기의 범행 중단 이유, 범행 재개 시점의 동기 등과 강호순의 재산 상황, 강호순의 친구, 애인 등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추가 범행 가능성에 대한 정황을 확보하고, 강호순 주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하여 강호순의 여성관, 성 습성, 사고방식 등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고 수사한 결과 단순 실화 사건으로 처리되어 내사종결 되었던 2005년 10월 30일 새벽에 발생하였던 강호순의 집 화재 시 강호순의 4번째 처와 장모가 질식사한 변사 사건이 당시 강호순이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한 방화 살인 사건임을 밝혀낼 수 있었고, 또한 2006년 9월 7일 아침에 출근하다 실종된 정선군청 공무원 윤00 씨도 강호순에 의해 납치 살해된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강호순이 처와 장모를 방화살인한 사건은 범행 시로부터 3년 이상이 경과되어 현장이 보존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내사종결 되었던 변사 사건 기록 속의 사진 자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현장감식 시 촬영한 사진 자료, 화재 당시 KBS, MBC 등 방송국에서 화재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 자료, 현장감식 당시 국과수 조사관이 촬영하였으나 감정서에 현출시키지 않고 보관하고 있던 사진 자료, 화재 감식 당시 참여한 소방서 관계자가 촬영하였던 사진 자료, 피해자 유족이 촬영한 사진 자료 등을 최대한 확보하여 수사에 활용하고, 사진과 동영상에 나타난 화재 현장의 불길 흔적이 인화성 물질에 의한 화재 진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임을 당시 목격자 조사를 통하여 확인하여 화재 현장을 재구성하고, 화재 분석 전문가, 법의학자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당시 화재가 인화성물질에 의한 방화라는 사실을 명백히 한 외에 방화 전후 목격자들의 진술, 현장 사진 등으로 제 3자에 의한 방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여 강호순의 범행을 논리적으로 다시 구성함으로써 간접증거만으로 보험 살인 및 방화 사건을 입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선군청 공무원 윤00 씨 납치 살해 사건에 있어서도 강호순으로부터 윤 씨를 납치살해한 사실을 자백 받았으나 자백 이외에 아무런 보강증거가 없었기에 사체를 찾기 위하여 구글 지도를 통하여 사체를 암장한 장소를 특정케 하고 그 주변을 샅샅히 수색하여 극적으로 윤00 씨의 뼛조각을 찾아내어 유전자 감식을 통하여 확인함으로써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했던 사건을 과학적 수사를 통하여 찾아낼 수 있었기에 그야말로 강호순 사건은 경찰과 검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과학적 수사 끝에 이루어진 강력수사의 모범 사례라고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 3월 11일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처럼 아무리 철저하게 은폐된 범행이라 하더라도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집념을 가지고 끈질기게 수사를 하면 언젠가는 그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범행의 동기와 범인의 행적 및 머문 자리 등에 대한 철저한 압수수색과 과학적 수사를 통하면 어떠한 범행도 찾아낼 수 있으며 범인이 제 아무리 이를 숨긴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이를 끝까지 숨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외양 말고 동기-본질까지 꿰뚫어봐야

논어 위정(論語 ‘爲政’) 편에서 공자는 ‘사람을 보는 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려면)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보고 그 동기와 그동안 그 사람이 거쳐 온 행적을 살피고, 편안하게 생각하여 마지막으로 머문 곳을 관찰한다면 그의 사람 됨됨이를 어디다 숨길 수 있겠는가, 그의 사람 됨됨이를 어디다 숨길 수 있겠는가 / 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人焉廋哉’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송나라 시대에 그려진 공자(가운데)의 그림. 

통상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외양과 태도, 즉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지만 이는 선입견과 편견이 작용하여 실제와 다를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됨됨이를 속속들이 파악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행동거지만으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제대로 알려면 외모나 행동 등 눈에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시(視)’의 단계에서 ‘관(觀)’과 ‘찰(察)’의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觀은 저울의 눈금을 살피듯 꼼꼼하게 동기까지 살피는 것이고, 察은 제사에 쓰이는 물건에 부정한 것이 끼었는지 정밀하게 살피는 것이므로 상대방이 마지막으로 머문 곳, 즉 편안하고 즐거워하는 바를 통해 본질까지 꿰뚫어 봐야 하는 것입니다. 즉, 행동의 근원뿐만 아니라 그가 편안하게 여겨 마지막 머문 자리까지 관찰하면 아무리 의식적으로 꾸민다고 해도 숨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의식적인 행동 뒤에 감추어진 본질과 의도까지 알 때 진정으로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꾸민 겉모습과 스펙에 현혹되지 말고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그는 어디에도 숨지 못하고 누구도 속이지 못할 것입니다. 어떻게 숨길 수가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視, 觀, 察’은 오늘날에도 통하는 ‘사람을 보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사도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하는 것과 똑 같습니다. 먼저 범행의 현장에 남아있는 흔적을 보고, 그 범행의 동기를 살피고, 범인의 그간 행적을 샅샅이 조사하고, 범인이 마지막 머문 자리까지 철저하게 뒤진다면 어떠한 범죄도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누가 아무리 은폐하더라도 끈질긴 집념과 철저한 과학 수사는 피해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강호순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2009년 2월 2일 안산지청장으로 부임하는 도중 차량 안에서 사체 발굴 현장에 나가 있던 수사팀으로부터 전화로 보고를 받았던 기억과 부임 다음날 경찰로부터 강호순의 신병과 함께 사건을 송치 받아 수사에 진력을 다 하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수사 기법도 ‘사람을 보는 법’과 마찬가지로 단지 눈에 보이는 視의 단계에만 머물지 말고, 동기와 행적, 본질까지 꿰뚫을 수 있는 집념과 끈기, 철저함과 과학적 수사의 단계인 觀과 察의 단계까지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문규상 변호사는 1978년 서울법대 졸업, 1987년 검사로 임용되어 ‘특수통’으로서, 변인호 주가 조작 및 대형 사기 사건, 고위 공직자 상대 절도범 김강용 사건, 부산 다대/만덕 사건, 강호순 연쇄 살인 사건 등을 맡아 성과를 냈고, 2003년의 대선 자금 수사에서도 역할을 했다. 2009-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기업윤리경영실장(부사장)을 역임하며 민간 부패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2013년 성균관 대학교 유학대학원, 2014년 이후 금곡서당에서 수학하며 유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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