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이구 갤러리는 6월 27일~7월 20일 찰리한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 이민 1.5세대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해 온 작가는 그동안 사진, 영상, 설치 작업들을 통해 정체성, 공간성, 문화성에 대한 이슈를 다뤄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뮬라시옹 시대의 실재와 가상에 대한 알레고리적 변주를 통해 현실에 대한 사유의 순간을 만드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장 보드리야르가 우려한대로 “실재(實在)를 사라지게 하고 사라진 실재의 자리에 자신을 데려다 놓아, 그 자체가 새로운 실재가 되는 원본 없는 시뮬라크르의 세계로의 전환”은 현실의 삶에서 실재(實在)와 가상, 본질과 현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찰리한은 이런 현실의 실제를 지배하는 가상의 역할이 현실을 제어하는 단계로 확장되는 것에 주목한다. 또한 더 나아가 가상의 것들이 실제를 규정하려 하는 오류를 지적한다.
그는 일상 속에 드러난 자연스러운 장면들에 현실을 은유하는 알레고리적 장치를 더한다. 그리고 디지털 조작을 통해 실제 공간 위에 가상의 선, 면, 도형(시각적 착시의 기본 요소들) 등의 이미지를 현실의 영역 속에 개입시킨다. 그가 제시한 허구의 요소들은 시뮬라시옹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에 대한 재인식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길이구 갤러리 측은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최근 영상 작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길어낸 일상적 ‘움직임(바람)’과 공존하는 ‘부동(그림자)’의 현실을 통해, 실제에 대한 가상의 주도적 지배성과 더불어 가상성에 의해 실제가 명징해지는 경계적 진실의 순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가상과 실제의 경계에서 결여된 생각의 깊이만큼, 하루하루 방황할 수밖에 없는 바쁘고 고단한 현대인의 삶에 잘못된 인습과 관성을 거부할 수 있는 삶을 통해 가성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경이로운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