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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8K TV가 필요 없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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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7호 윤지원⁄ 2019.08.07 11:29:23

삼성전자 QLED 8K TV. (사진 = 삼성전자)

8K T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3300만 화소로 구성되는 8K TV의 선명도는 4K TV의 네 배, 풀 HD(FHD) TV의 열여섯 배나 된다. 대형 TV로 만들어도 선명한 화질을 누릴 수 있어 삼성전자는 98인치, LG전자는 88인치나 되는 TV를 시중에 내놓았다. 최대 크기일 때 가격은 수천만 원이나 한다.

시장의 반응은 좋다. 삼성전자 8K QLED TV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인 지난 5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약 8000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2013년의 4K QLED TV보다 훨씬 빠른 기세다.

시장조사기관 IHS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8K TV 판매량은 올해 21만 5000대, 내년 142만 8000대, 2022년 500만 대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런데 8K TV의 뛰어난 화질을 온전히 즐길만한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TV 방송에서는 4K 콘텐츠도 드문 형편이다. 케이블이나 IPTV 셋톱박스로 보는 지상파·종편·케이블 프로그램은 아직도 대부분 FHD 수준이다. 8K TV 제조사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가며 TV를 팔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기자는 8K TV를 구매할 생각이 없다. 집에 있는 FHD TV와 몇 년 전 영상 편집을 위해 구매한 PC용 4K 모니터로 아직은 충분하다고 여긴다.
 

바쁜 일상에서 집안의 TV 대신 어디서나 편리하게 볼 수 있는 모바일 기기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 = Unsplash by Jens Johnsson)


초고화질 대형 TV가 무용지물인 일상

8K TV를 사지 않는 이유, 그리고 아직 4K TV를 사지 않은 이유는 단지 가격이 비싸서는 아니다. 화질이나 화면 크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어서도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달라진 생활 패턴 때문이다.

경기도에 살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부부만 사는 집에서는 TV가 켜질 일이 별로 없다. 평일엔 아침저녁으로 뉴스를 잠깐씩 틀고, 예능인들이 나오는 저녁 프로그램을 트는 것이 고작이다. TV 드라마는 본방송을 일일이 챙겨보기 힘들어서 언젠가부터 넷플릭스나 왓챠 등 월정액 OTT(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업체들의 콘텐츠를 더 선호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OTT 콘텐츠나 유튜브 콘텐츠는 출퇴근 시간에 모바일기기를 이용해서 감상할 때가 대부분이다. 이것만으로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일상적인 욕구는 거의 해결되는 편이다.

이런 일상에서 제대로 된 4K 초고화질 콘텐츠를 접할 기회는 TV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볼 때 더 자주 있다. 화질 면에서 TV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콘텐츠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8K 콘텐츠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PC용 4K 모니터로 본 넷플릭스의 4K UHD 콘텐츠들은 확실히 차원이 다른 화질을 보여줬다. 때문에 화면 크기는 안방의 FHD TV보다 작아도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는 4K 모니터를 더 선호한다.

더 큰 4K 화면을 집에 보유하고 싶은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가면 진열된 대형 TV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QLED와 OLED와 LCD의 차이를 매번 비교해보고, 가격 변동을 유심히 살피고, 매장 직원과 이런저런 대화도 나눠 본다.
 

모바일 스마트 기기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일상에서 초대형 초고화질 TV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사진 = Unsplash by Nicolas Dmitrichev)


내 손 안의 TV가 더 익숙

하지만 아직까지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일상에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어느덧 대형 TV가 아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쉬는 날 기자는 소파에서, 아내는 침대에서 각자 즐겨 보는 시리즈를 보고 있을 때가 많다. 가구처럼 집안 한 자리를 차지하고 모두의 시선 집중을 강요하는 초고화질 대형 TV보다, 편한 장소에서 편한 자세로 시선 두기 좋은 곳에 화면을 놔둘 수 있는 자유로움이 우세하다.

특히 요즘처럼 온갖 플랫폼에서 온갖 장르의 영상물이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는 버튼 수십 개 달린 리모콘보다 손가락 터치로, 아니면 적어도 마우스로 타임라인을 휙휙 넘기고, 수백 개 채널과 영상을 자유롭게 서핑할 수 있는 환경이 더 편리하다.

또한, 그 많은 영상 콘텐츠 사이에서 ‘초고화질’이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딱히 더 매력적인 콘텐츠임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작정하고 제대로 공들여 찍은 화면을 보고자 할 땐 영화관을 능가할 시청 환경도 아직 없다.
 

모바일 스마트 기기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일상에서 초대형 초고화질 TV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4K TV만 해도 이처럼 ‘살까 말까’의 경계에 있으니, 8K TV는 더더욱 관심 밖이다. 스마트폰에 집중된 눈길을 돌리게 만들만 한 매력적인 8K 콘텐츠가 대거 등장하지 않는 한, 가격이 400~500만 원대로 떨어진다 한들 8K는 내 일상과 무관한 개념일 것 같다.

그런데도 집 한 구석에 FHD TV를 세워 두고 IPTV 계정을 유지하는 이유는 오로지 가을야구 생중계를 딜레이(지연) 없이 보기 위해서다. 기다리던 역전 홈런을 10초 먼저 옆집 환호성으로 알게 되는 허탈함이 싫어서다. 90인치짜리 8K TV로 보면 하늘로 뻗어 나가는 야구공이 더 잘 보이려나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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