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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상 칼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시대의 출범과 기대

류하혜처럼 벼슬자리에서 세 번 쫓겨나야 검찰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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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6호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2019.08.12 09:35:54

(CNB저널 =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류하혜(柳下惠)는 춘추전국시대의 대표적인 성인군자로서 노(魯)나라의 대부로 있다가 이후 은둔 생활을 했으며 덕행이 있고 예의를 중시한 정인(正人) 군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은 전(展)이고 이름은 획(獲), 자가 금(禽)입니다. 그가 사는 집에 거대한 버드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의 은혜를 입어 훌륭하게 되었다고 해서 류하혜로 불렸다고도 하고, 그의 식읍이 류하(柳下)이고 시호가 혜(惠)라는 설도 있습니다. ‘열녀전’에는 류하혜의 부인이 惠라는 시호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가 한번은 먼 길을 가는데 추운 날 밤 성 밖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성문 앞에 갈 곳 없는 한 젊은 여인이 쓰러져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얼어 죽을까 봐 그 여인을 자신의 품에 안고 솜옷을 덮어 추위를 막아주었지만 다음날 아침 날이 밝을 때까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후세 남녀가 접촉하는 방면에서 도덕적 본보기가 된 좌회불란(坐懷不亂 - 품에 안고서도 난잡하지 않았다) 고사(故事)이고 류하혜는 이 고사의 주인공입니다. 이러한 류하혜를 공자는 도덕이 고상하고 예절을 잘 지킨 군자라고 인정하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류하혜는 도덕적으로도 훌륭하였지만 권력자에게 직언을 회피하지 않는 충신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지위를 박탈당할지라도 원칙을 지켰던 그는 이러한 이유로 세 번이나 벼슬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노를 떠나 다른 나라로 망명갈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그러자 류하혜는 “원칙대로 남을 섬긴다면 어디에 간들 쫓겨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원칙을 굽힌다면 이곳에서도 받아들여질 텐데 굳이 부모의 나라를 떠날 이유가 있겠느냐?”고 하며 곧은 도를 버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논어 미자(論語 微子)편에 이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류하혜가 사사 즉 사법관이 되었다가 세 차례나 파직되었다. 주위 사람들이 말했다. “그대는 떠날 수 없었습니까?”, “도를 곧게 지켜 남을 섬긴다면 어디에 간들 세 번 쫓겨나지 않겠습니까?, 도를 굽혀 남을 섬긴다면 어찌 굳이 부모의 나라를 떠나겠습니까? 柳下惠爲士師 三黜 人曰 子未可以去乎 曰 直道而事人 焉往而不三黜 枉道而事人 何必去父母之邦”

도덕적으로 훌륭한 류하혜가
세 번 쫓겨난 이유


孟子는 公孫丑章句(공손추장구) 上편에서 류하혜를 백이(伯夷)와 대비하면서 “류하혜는 오명이 있는 군주라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섬겼으며, 비천한 관직이라도 비천한 관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조정에 나아가면 자기의 재능과 덕성을 숨기지 않고 발휘하였으며 반드시 사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신명에 따라 도를 행하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임금이 자기를 버리면 버리는 대로 자리를 떠나 원망하지 않았으며 곤궁한 생활에 처해도 걱정 근심이 없었다, …중략… 그는 누구와 어울리든 자신의 정도를 조금도 잃지 않았으며 자기를 붙들어주는 군주가 있으면 언제까지라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붙들면 그 자리에 머문다고 하는 것은 그가 떠나는 것만이 깨끗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라고 인물평을 한 후 그를 화성(和聖 -조화로운 성인)이라고 불렀습니다.
 

류하혜의 초상. 

류하혜와 윤석열

류하혜가 곧은 도(直道)를 지키다가 세 번이나 쫓겨났던 벼슬자리는 사사(士師)로서 옛날 중국에서 법령이나 형벌과 관련된 일을 맡아보던 오늘날의 검사나 판사 정도에 해당된다고 보입니다.

최근 검찰은 신임 윤석열 검찰총장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 논쟁의 해프닝이 있었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아랑곳 않고 윤석열 후보자를 검찰총장에 임명하여 그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보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수여하고 환담하는 자리에서 신임 윤 총장에게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권력형 비리를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들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달라”고 당부하고,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윤석열 신임 총장은 그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검찰연구관, 범죄정보 2담당관, 중앙수사부 제1, 2과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장검사를 거치면서 승승장구 하였으나 박근혜 정권 초기인 2013년 6월 국정원의 대선개입 댓글조작 사건 수사 당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상부의 월권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한 직후 수사팀에서 전격 배제되었습니다. 같은 해 10월 국회 법사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다시 한 번 부당한 수사 간섭이 있었음을 증언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위법한 지시는 따르면 안 된다,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답변하였고 이를 ‘생중계’로 지켜보던 국민들은 드라마 같은 ‘하극상 주인공의 탄생’에 가슴 뭉클하는 감명을 받은 바 있었습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 뒤 인사말을 하는 모습을 조국 당시 민정수석(오른쪽 두 번째)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그 일로 윤 신임총장은 박근혜 정권 내내 대구고등검찰청, 대전고등검찰청을 전전하며 인사에서 소위 물을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6년 10월 최순실의 국정농단에서 촉발된 촛불집회 이후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팀장으로 활약하며 화려하게 부활하였습니다. 그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 많은 선배들을 제치고 전격적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검사장으로 발탁되어 촛불집회 이후 계속되어 오던 적폐청산 수사에 매진하다 이번에도 30명 정도의 선배, 동료 검사장들을 뒤로 하고, 검찰의 서열문화 전통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의 앞날에는 경찰과의 수사권지휘 조정 문제와 공수처 설치 문제 등 검찰 개혁 작업, 사법농단 재판의 원만한 공소유지, 현재 진행 중인 적폐청산 재판의 마무리 등 민감한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더구나 윤 총장의 임기가 문재인 정권의 중반에서 말기에 걸쳐있음에 따라 지난 정권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정권이 중반에서 말기로 접어들면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권력형 비리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럴 때마다 그동안 편향된 정치검찰의 오욕의 역사가 증언하듯이 검찰의 칼날이 ‘살아있는 우리 권력’은 제외하고, ‘정권에 위협이 되는 권력’을 몰아내는 데 집중하지 않을까 국민들은 우려합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검찰 과제들

하지만 윤석열 신임총장의 칼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들은 굳게 믿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윤 총장이 이미 바른 소리를 하다 벼슬에서 쫓겨난 이력이 있고 절대로 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중계’로 공언한 바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윤 신임총장이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류하혜처럼 적어도 앞으로 두 번은 더, 벼슬자리에서 쫓겨날 각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부디 재임기간 동안 오로지 곧은 도(直道), 즉 정치적 중립(政治的 中立), 수사권 독립(搜査權 獨立)이라는 원칙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철저하게 지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당찬 기개를 다시 보여야만, 그렇게 해서 벼슬자리에서 쫓겨나야만, 윤 총장 혼자 힘으로 안 되면 제2, 제3의 윤석열이 나타나 거듭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다 벼슬자리에서 쫓겨나야만 검찰은 그동안의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고 새로운 검찰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윤 신임총장은 명실상부한 검찰의 수장이 되었기에 지금까지의 사사로운 인연은 칼로 베어버리고 적소에 적재를 갖다두는 능력에 부합하는 인사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검찰에는 특수부 이외에도 형사부, 공안부, 공판부 등이 있고, 이런 보직도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권에 따라 보직 선호도의 부침이 있었고, 2013년에는 정치검찰의 오명을 쓰고 특별수사의 상징이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뼈아픈 경험을 한 적도 있으며, 과거 군사정권 시절과 박근혜 정권과는 달리 이젠 ‘공안부’라는 이름마저 ‘공공수사부’로 개칭되면서 ‘공안검사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는 자조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8일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왼쪽)의 예방을 받은 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또한 형사부는 소위 경찰에서 넘어오는 사건을 퍼 넘기는 ‘지게 검사’라는 푸념 속에 사건에 치여 그때그때 사건을 떼는(종결하는) 데만 열중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격무에 시달려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국민들로부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그것은 검찰에 대한 불신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다음 인사에서는 좀 더 사정 헤아리길

윤 신임총장은 이러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검찰을 이끌어 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윤 신임총장 시대의 출범과 동시에 실시된 인사에서 적폐수사에 투입되었던 ‘특수부 검사들의 일방적인 약진’, ‘공안학살’, ‘찬밥 된 공안’,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지휘라인의 줄사표’에 대한 엄중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각오도 다져야 할 것입니다.

“비천한 관직이라도 비천한 관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였고, 조정에 나아가면 자기의 재능과 덕성을 숨기지 않고 발휘하였다”는 류하혜의 인품을 모든 검사에게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보직보다는 무슨 일을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달랜들 인사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앨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검찰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이번 인사에 서운한 검사들의 사정도 헤아려 부디 다음 인사 시에는 적소에 적재를 두는 인사를 기대합니다.

류하혜도 군주가 자기를 붙들어 주어야 그 자리에 머물렀거늘 윤 총장도 떠나는 검사들에게 적어도 한 번은 붙드는 시늉이라도 하여 그 자리에 머물 수 있는 기회와 명분이라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떨까요?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 머무는 것보다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떠나는 검사 중에는 아까운 인재들이 많이 눈에 띄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런 인재들은 언제든지 큰일을 쳐 낼 수 있을 것인데 한꺼번에 많은 인재들을 잃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문규상 변호사는 1978년 서울법대 졸업, 1987년 검사로 임용되어 ‘특수통’으로서, 변인호 주가 조작 및 대형 사기 사건, 고위 공직자 상대 절도범 김강용 사건, 부산 다대/만덕 사건, 강호순 연쇄 살인 사건 등을 맡아 성과를 냈고, 2003년의 대선 자금 수사에서도 역할을 했다. 2009-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기업윤리경영실장(부사장)을 역임하며 민간 부패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2013년 성균관 대학교 유학대학원, 2014년 이후 금곡서당에서 수학하며 유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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