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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 ‘염변경’ 특허 패소, 건보 악영향 우려

국내사 연이은 ‘쓴 잔’ … 한미약품 챔픽스 염변경 재판에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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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8호 이동근⁄ 2019.08.27 18:00:47

대부분 다국적 제약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오리지널 신약은 환자들에게는 축볼일 수는 있으나 건보재정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이제까지 정부에서도 국내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특허 회피 제네릭 출시를 암암리에 응원해 왔다. 그런데 최근 국내사들의 특허 회피의 주요 수단인 염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나오면서 제약업계뿐 아니라 정부, 환자 등 관계자들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특정 뉴스와 관계 없음. 출처 = 연합뉴스

 

신약에 대한 특허는 어디까지 보호해 줘야 하는가. ‘염변경’이 과연 특허보호 대상이 돼야 할 것인가. 이같은 오래된 질문에 종지부가 찍어지는 분위기다. 신약의 특허 보호 문제는 약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동안 제약업계 뿐 아니라 의료계, 더 나아가 언제든 환자가 될 수 있는 국민들에게도 민감한 문제가 돼 왔다. 그러던 중 이와 관련된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CNB저널이 ‘염변경’과 신약 특허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염변경’에 대한 특허 인정 문제가 부각된 것은 올해 1월 대법원이 내린 솔리페나신 판결 이후다. 당시 법원은 한국아스텔라스의 과민성방광염치료제 ‘베시케어’(성분명 솔리페나신)의 염 변경 약물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연장된 물질특허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즉 대법원에서는 ‘베시케어’의 염변경 복제약(제네릭) 약물은 ‘베시케어’의 특허를 침해한다고 보아 허가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허가대상 의약품과 염에서 차이가 나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그 변경된 염을 쉽게 선택할 수 있고, 인체 흡수되는 치료효과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발명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 결과는 업계에 상당한 파란을 일으켰다. 약물의 특허는 크게 물질특허와 제조법 특허로 나눠지는데, 물질 특허가 끝났다고 해도 제조법을 바꾸는 것 만으로는 복제약을 만들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법원의 판단은 판례로 남아 앞으로 줄줄이 유사 판결이 나올 수 있어서다.

염변경이란 쉽게 이야기 해 약품의 화학구조 일부를 변경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주 물질 특허는 끝났지만 제법특허가 남아 있는 의약품의 제네릭 약물을 허가받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사용돼 왔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이같은 판례가 영향을 미친 첫 사례가 나왔다. 최근 특허법원이 2심에서 베링거인겔하임이 항응고제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의 염변경을 통한 특허 도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다산제약, 대원제약, 보령제약, 삼진제약, 제일약품(이상 가나다 순) 등 5개사는 다비가트란 염변경 제네릭을 물질특허 존속기간 만료일인 2021년 7월 이후에나 출시할 수 있게 됐다. 5개사가 승소했다면 이미 지난해 2월부터 제네릭 약물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 재판은 특허심판원의 1심에서 베링거인겔하임에 패소 판결을 내린바 있어 업계의 충격은 더 컷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 등 국내사와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가 대결 중인 금연치료제 ‘챔픽스’ 염변경 관련 특허법원 2심 소송에 주목하고 있다. 이 재판은 원래 23일 판결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10월 23일로 연기됐다. 챔픽스 염변경 제품은 지난해 11월 출시됐지만 지난 1월 솔리페나신 관련 대법원 판결 이후 대부분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프라닥사’ 관련 소송에서 국내사들이 패소한 이상 ‘챔픽스’ 관련 소송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국내사들이 승소한다면 그 사례를 통해 대응할 수 있어 국내사들은 이 재판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최근 특허 법원에서 염변경 제제릭 관련 소송을 진행한 다국적 제약사의 약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베링거인겔하임 ‘프라닥사’, 아스텔라스 ‘베시케어’, 화이자 ‘챔픽스’. 챔픽스의 경우 아직 특허법원의 2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 각사



‘염변경 특허 회피’ 막히면 건보 재정까지 악영향

이같은 염변경 전쟁이 관심을 사는 이유는 단순한 업체들의 특허 전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처방약 약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사이의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데, 신약은 상당한 고가로 책정된다. 그러나 복제약이 나오면 약가는 1차례 인하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로 돼 있다.

문제는 약가의 대부분은 건보공단에서 지불하게 돼 있는 구조상 신약이 많이 처방될수록 건보공단 재정에는 악영향을 주게 돼 있다. 따라서 원 개발사 외에 다른 제약사가 제네릭을 개발하면 건보공단에서는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부에서도 국내 제약사들의 특허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도 염변경 개량신약을 출시할 경우 오리지널 신약의 약가를 80%까지(특허 만료 뒤 68%)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특혜’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례로 인해 염변경을 통한 국내사들의 ‘특허 도전’이 막히게 되면 건보공단은 더 오랜 기간 동안 비싼 약가를 오리지널 신약 개발사에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오리지널 신약은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고,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에 비해 비교적 높은 약가를 고수하기 때문에 건보공단의 부담은 더 크다.

결국 국내 제약업계에는 신규 매출 창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요인이 되며,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보험료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염변경을 통한 신약 특허에 도전 중인 국내 제약사 관계자 A씨는 “이번 판결은 오리지널 사의 지위를 더욱 단단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약가 상승으로 이어져 건보공단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비슷한 상황인 다른 국내 제약사 관계자 B씨도 “판례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현재론 다른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며 “(무역 관련 여러 문제로 엮여 있는) 미국과도 관계가 있어 당분간은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국내 제약업계도 이제는 상당한 신약 개발 능력을 축척하고 있어 이번 재판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B씨는 “국내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할 경우 장기적으로 특허를 보호해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은 일반적으로 건보공단과의 협상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 보다 저렴한 가격에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신약 개발사들의 약진은 무역 수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건보공단의 재정에도 나쁜 영향은 덜 끼칠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제약업계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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