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8개 여성인권 운동단체로 구성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법상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이나 협박이 아닌 상대방 동의여부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성폭력 관련 법체계는 여전히 '정조에 관한 죄'를 전제로 규정된 구시대적 법 규정에 고스란히 머물러 있다"며 "지난 66년 동안 강간죄는 단 한 번 개정돼 그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장하였을 뿐, 여전히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두고 매우 제한된 피해만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 현행법은 성폭력 피해자의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세계적인 입법 추세와 국제 사회의 권고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에게 보복성 역고소의 힘을 실어주는 부정의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미투운동’ 이후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여부로 개정하거나 비동의간음죄를 신설하는 10개 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는 더는 논의를 미루지 말고 법개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전달한 제4차 의견서를 통해서도 "최협의(가장 좁은 의미)의 폭행, 협박을 이용한 행위에만 강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형법의 태도는 일반인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