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를 앞세운 화장품의 온라인 판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늘어나는 온라인 매출만큼 로드숍 점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매출이 기대되는 온라인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대형 업체들은 가맹점주 달래기 및 상생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cnb저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느 쪽도 포기 못하는 업체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았다.
‘가성비’ 소비자, 오프라인 ‘외면’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A 화장품의 가격은 2만 원, 쿠팡에서는 동일한 제품이 약 43% 저렴한 1만 340원에 판매되고 있다. 매장에서 테스트 해 보고 구입하는 것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가격 대비 성능’ 일명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라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다.
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화장품 역시 온라인 채널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6조 627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5조 5217억 원보다 20% 증가했다. 지난 3월 월간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연간 거래액은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전체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60%의 비중을 넘어서고 있어, 모바일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날의 검’ 온라인 소비 몰리자 로드숍은 위기
폭발적인 온라인 매출 성장세를 반색할 법도 하지만, 화장품 기업들 입장에서 현재 상황은 ‘진퇴양난’이다. 온라인 채널을 키우자니 가맹점주들 반발이 극심하고, 변화하는 소비패턴이나 향후 매출을 생각하면 온라인 판매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중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 로드숍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협의회)는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본사가 매출 신장에만 집중해 온라인에서 가격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할인분담금 정산정책을 시정하고 판촉행사 때 가맹점과 사전에 협의 해 달라”고 요구했다. 점주들의 핵심 주장은 온라인과 동일가격 공급, 쿠팡 등 소셜커머스 공급 중단 등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니스프리 가맹본부는 오픈마켓, 소셜커머스를 비롯한 외부 온라인몰의 할인율에 대해 오프라인 가맹점과 동일 혹은 유사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할인행사 비용 분담은 가맹본부가 절반 이상 부담하고 있으며 지난 4월부터 가맹본부의 비용 분담률을 상향 조정한 결과 가맹점의 비용 분담 수준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부터는 온라인 매출을 가맹점주들의 수익으로 전환하는 ‘마이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난 7월 마이샵 회원이 100만 명을 돌파해 가맹점의 수익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니스프리는 가맹점 단체와 정기간담회를 통해 매장 운영상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본사 정책에 가맹점의 의견을 다수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생활건강, 특단 조치 “온라인 직영몰 판매 중지”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 직영몰 판매를 놓지 않으면서 가맹점과의 상생을 모색하는 반면, LG생활건강은 특단의 조치를 시행했다. 올해 6월부로 ‘더페이스샵’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의 온라인 직영몰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LG생활건강 측은 화장품 가맹점의 수익성 하락과 점주들과의 갈등에 따른 상생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가맹점주들은 본사 직영 쇼핑몰 운영과 잦은 할인행사 등으로 영업위기를 겪고 있다며 불만을 호소한 바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본사의 직영 온라인몰 운영 등에 대한 가맹점주 측의 불만이 컸었는데, 온라인 직영몰 판매를 전격 중단하면서 그 이후에는 항의가 조금 줄어든 것 같다”며 “현재 온라인 직영몰에서는 오프라인 행사나 매장 안내 등의 정보만 제공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몰을 중단하기 이전에도,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시도를 해 왔었으나, 결국 특단의 방법을 강구하게 됐다”며 “LG생활건강은 쿠팡을 비롯해 소셜커머스 및 오픈마켓에서 공식 판매를 하고 있지 않다. 이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온라인 판매도 중요하지만, 오프라인 가맹점도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온라인 판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일 뿐 아니라, 모바일이 그 트렌드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은 본사-가맹점 측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화장품 기업들에 있어 가맹점주와의 상생책 마련은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