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선명규 기자) 새얼굴의 재발견이다. 펄떡이는 신선함이 있다. 포스코미술관이 주최하는 미술계 등용문 ‘제5회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 공모 선정작가展’이 지난 19일 개막했다. 쟁쟁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작가 세 명의 작품 50여점이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지하 1층 포스코미술관에 자리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을 회화, 설치 등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내 자못 의미심장하면서도 파릇파릇하다.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개막연을 CNB가 찾았다.
전시회장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작가들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관람객들을 마주한 채 주제, 영감, 작업 과정 등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큐레이터의 음성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자연스레 고개가 주억거려졌다.
“본다는 것은 감정, 개념 등이 개입해 작용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회화의 방식이기도 하고요”
정성윤 작가가 자신의 ‘산책길’ 옆에 서서 말했다. 고요한 호수와 그 주변을 빼곡히 둘러싼 수풀. 그리고 동트기 전처럼 어둡고 침잠된 공기. 그림의 짧은 첫 인상은 서정적이고 정적인 풍경화였으나 의외의 설명이 귓전에 내려앉았다. “풀, 나무가 자라나는 상승적인 이미지를 눈에 보이게 만들었어요”
감상이란 게 어쨌든 주관적이고 오해이지만 작가의 의도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냥 봐도 무방하지만 알고 보면 새로움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짐짓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선으로 채워진 작품 앞에선 관람객들이 일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품명도 ‘무제’. 절대적으로 힌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그림을 그린 김가연 작가가 천천히 입을 뗐다. “작품 설명은 늘 조심스러워요. 감상의 방향성을 정해주는 것 같아서….”
의도 알아내기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가 다시 차분히 입을 열었다. “기억이 담긴 기록물에 애착을 느껴요. 이 그림은 뉴스 이미지에서 영감 받았어요. 유학생활하면서 실시간으로 뉴스를 찾아본 기억이 있거든요” 선들의 역동성이 ‘속도’가 속성인 뉴스와 어딘가 겹쳐 보였다.
전시장에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광혁 작가는 철을 골자로 한 작품들을 들고 나왔다. 그중에서도 네모반듯한 철 여러 개를 이어 붙여 정갈한 건축미와 조형미를 이끌어 낸 작품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산술적인 계산이 작업의 시작”이라는 그의 말이 가장 명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따로 또 같이’ 관람하는 맛이다. 작가 3인의 단체전이지만 개별적이고 조화로운 공간 구성으로 감상의 집중도를 높였다. 김윤희 포스코미술관 큐레이터는 “그룹전 형식이긴 하지만 작은 규모의 개인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미술관은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신진 작가 공모전을 통해 새얼굴을 발굴 및 지원하고 있다. 심사 과정은 까다로운 편이다. 서류(포트폴리오)를 먼저 받고 그 가운데서 10여명을 선발해 그룹전을 개최한 뒤 현장에서 작품을 심사해 추린다. 이 관문을 모두 뚫고 올라온 최종 선정 작가는 이듬해에 포스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기회를 얻는다. 올해 전시에 참가한 세 명은 작년 이 과정을 거치고 올라온 인물들이다. 그들의 작품에서 진취와 야성을 엿본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시는 다음달 1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