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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로 보는 기업사 - 삼성전자 ①] 무명 최진실과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대히트

창업 50주년 맞아 제2창업 선언하면서 다양 기능 VCR에 최적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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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4호 윤지원⁄ 2019.10.11 12:02:28

TV CF는 기업이 많은 대중과 한꺼번에 만나는 가장 적극적인 소통 수단 중 하나다. 어느 한 시기의 CF에는 그 무렵 해당 기업을 둘러싼 가장 핵심적인 이슈가 직접, 간접적으로 담겨있으며 그 시대의 사회상 또한 녹아 있게 마련이다. 이에 CNB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집행된 추억의 CF들을 매개로 각 기업의 역사를 짚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첫 번째 기업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글로벌 대기업 삼성전자다.
 

최진실이 출연한 삼성 VTR 톱스타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VCR 유행과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1969년 삼성전자공업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삼성전자는 1971년 흑백 TV를 생산, 수출하기 시작한 이래 가전제품 위주로 매출을 신장시키고, 기술을 갈고닦으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빠르게 성장했다.

1987년 11월 창업주인 이병철 창업 회장이 타계한 후 그해 12월 이건희 회장이 취임했다. 이듬해인 1988에는 삼성물산공사 설립(1938년)으로부터의 그룹 창업 5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등에서도 알 수 있듯, 1980년대 후반 VCR(비디오카세트 레코더)은 가장 대중적인 홈 엔터테인먼트 제품으로 각광 받았다. 멀티플렉스 극장, 케이블TV, 위성TV 등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대중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채널은 극장, 공중파 TV, VCR이 전부였다.

JVC가 개발한 VHS는 국제 VCR 표준 경쟁에서 소니의 베타맥스나 필립스의 비디오2000보다 우위에 올랐다. 화질과 성능은 상대적으로 가장 떨어졌지만 그만큼 가격이 가장 쌌기 때문이다. VCR 표준이 VHS로 통일되다시피 하면서 영화의 부가판권시장도 빠르게 커졌다. 우리나라도 동네마다 비디오대여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1980년 출시한 VHS-VCR 플레이어 ‘SV-7700’.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979년 VHS 표준을 도입한 첫 VCR 제품을 개발했고, 1984년 미국 시장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70년대 후반 300만 원대 고가 제품으로 여겨지던 VCR은 1980년대 중반 이후 국산 제품의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빠르게 대중화됐다.

VCR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조사들의 기술 경쟁에도 속도가 붙었다. 1989년 삼성전자는 PIP(Picture in picture: 화면 속 화면) 기능을 지원하며 실시간 타 채널 동시녹화 기능을 갖춘 ‘삼성 VTR 톱스타’를 출시하고, 제품 홍보를 위해 새로운 CF를 집행했다.

제품명에는 ‘톱스타’라는 말을 포함했지만 정작 CF 모델은 무명의 낯선 신인 배우를 발탁했다. 광고가 새로운 기능을 설명하는 데 집중해야 하므로, 스타의 이미지가 시선을 빼앗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CF의 내용은 이렇다. 집에서 TV를 보던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축구 중계 시간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신제품 VCR은 축구 중계를 녹화하면서 자신이 보고 있던 타 채널의 방송을 계속 시청할 수 있다. 퇴근 후 부랴부랴 집에 온 남편은 아내가 녹화해준 축구경기를 보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아내는 덕분에 남편이 집에 일찍 온 것이 좋은지 한 마디 대사를 남긴다. “남편 퇴근 시간은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최진실. (사진 = 연합뉴스)


무명의 최진실과 ‘톱스타’ 최진실

이 신인 모델은 바로 불과 1년 뒤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가 된 배우 고(故) 최진실이다. 이 CF는 방영 직후부터 제법 화제를 불러 모았고, 최진실은 후속 VCR CF 외에도 냉장고 CF 등에 몇 편 더 등장했다.

그런데 흔히 알려진 것처럼 최진실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계기가 이 CF였던 것은 아니다. 이 CF가 처음 인기를 끈 것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다소 ‘발칙한’ 카피가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최진실은 같은 해 MBC 드라마 ‘제5열’과 이듬해 2부작 드라마 ‘두 권의 일기’ 등으로 주목받으며 스타급 배우로 빠르게 도약했다. 최진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이후 그가 이 CF의 주인공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함께 화제가 된 것이다.

불과 3년 뒤인 1992년, 최진실은 대한민국 연예인 중 가장 많은 종합소득세를 납부하는 명실상부한 톱스타가 되었고, CF 모델로의 대우도 확연히 달라졌다. 1993년 삼성전자는 톱스타가 된 최진실을 삼성 퍼펙트세탁기 ‘신바람’ 광고 모델로 다시 계약하면서 계약금 1억 5천만 원을 제시했다.

이 무렵 삼성전자는 세탁기 시장에서 금성전자(현 LG전자), 대우전자(현 위니아대우)와 치열한 경쟁을 치르며 시장에서 밀리고 있었다. 당시 금성전자의 세탁기 모델은 원미경, 대우전자의 모델은 유인촌이었기에 인기로 이들을 압도할 수 있으며 판도를 바꿀 새로운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의 투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드라마 ‘질투’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톱’ 스타에 등극한 최진실이야말로 대안 없는 최선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김치냉장고 '다맛' 2001년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김치냉장고 ‘다맛’의 마지막 모델

삼성전자와 최진실은 2001년 다시 광고주와 모델의 인연을 맺는다. 최진실은 결혼을 하고, 만삭인 상태로 삼성전자 김치냉장고 ‘다맛’의 전속모델이 됐다. 당시에도 모델료는 ‘최고수준’이라고 밝혔다. 최진실은 12년에 걸쳐 VCR, 냉장고, 세탁기에 이어 김치냉장고까지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다양하게 대표하는 모델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 최진실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최진실과의 계약 1년 뒤 김치냉장고의 ‘다맛’ 브랜드를 포기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첫 김치냉장고 제품을 출시했다. SR-157이라는 모델명의 이 김치냉장고는 기존 냉장고보다 3배 더 오래 김치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연구개발비 35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당시 시장에서 김치냉장고를 찾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았다.

1995년, 만도기계(현 위니아딤채)가 ‘딤채’ 브랜드를 내놓고 성공하면서 김치냉장고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김장독을 땅에 묻지 못해도 김치맛을 지켜주고, 냉장고에 김치 냄새도 배지 않는 제품이라며 강남 아파트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뒤 급격히 유행을 탄 것이다.

그해 4000대 규모였던 김치냉장고 시장은 1999년 53만여 대로 100배 이상 커졌다. 그리고 1990년대 말부터 브랜드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김치냉장고는 새로운 주거 환경의 필수 주방가전제품으로 여겨지게 됐다. 2002년 김치냉장고는 180만 대 이상 팔렸고, 단일품목 시장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섰다.

하우젠 김치냉장고 광고의 장진영.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삼성전자는 시장을 선점할 기회는 놓쳤지만, 1998년 ‘다맛’ 김치냉장고를 새로 출시하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막강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2위권 주자가 될 수 있었지만 1위 브랜드이자 김치냉장고의 대명사처럼 굳어버린 딤채의 아성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2002년 여름 ‘다맛’을 비롯해 에어컨의 ‘블루’ 등 시장 경쟁력이 크지 않은 개별 브랜드를 모두 과감히 정리했다. 대신 김치냉장고, 에어컨, 드럼세탁기의 프리미엄급 제품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하우젠’을 새롭게 론칭했다. 광고 전략 역시 가전이 일상생활과 함께하는 친근한 이미지가 아닌 우아하고 세련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했다. 최진실은 데뷔 초반부터 아주 오랫동안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은 스타지만,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가 뚜렷했다.

하우젠 김치냉장고 CF 메인모델 자리는 채시라, 그리고 이후 장진영에게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2008년 끝내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이러한 ‘프리미엄’ 가전 전략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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