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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미용 기술을? 컬처뱅크 5호점 가보니

KEB하나은행에서 ‘레이어드 커트’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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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4호 선명규 기자⁄ 2019.10.21 10:56:10

지난 25일 KEB하나은행 천안역지점에서 진행된 생활헤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실습을 하는 모습. 사진 = 선명규 기자

(CNB저널 = 선명규 기자) 교실이 학교 밖으로 나오고 있다. 배움에 나이도 출신도 따로 없다지만 이제 장소의 경계도 불명확해지고 있다. 최근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갖추고 탄탄하게 운영되는 교육 공간이 문을 열어 주목된다. 장소는 은행, 대상은 국내 이주민이다. 두 기관이 역할을 나눠 전문성을 높인 것이 특징으로 KEB하나은행이 접근성 좋은 지점의 공간 일부를 제공, 천안시 외국인주민문화교류센터가 교육을 맡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5일, KEB하나은행 천안역지점 2층에서 진행된 ‘생활헤어’ 수업에 참여해 직접 ‘빗고 잡고 자르는’ 커트의 기본을 배워봤다.

자신 있었다. 군복무 시절, 원래 보직 외에 임무가 하나 더 있었다. 소대원들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지는 일명 ‘깍새’. 육두문자를 동반한 강렬한 주입식 교육 덕분에 15년이 지난 지금도 가위질하던 손맛이 생생하다. 이 손을 거쳐 간 잔디 같은 머리가 숱했다. 그러니 긴 머리카락 다듬는 것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별거였다.

“엄지로 받치고 나머지 손가락을 움직여 자르는 거예요. 잘못 배우셨네요”

시작부터 자신하던 보유기술이 부정당했다. 이날 수업을 맡은 최정아 강사는 가위 잡는 법부터 하나하나 다시 가르쳤다. 새끼는 버리고 손가락 네 개만을 이용해 위아래로 가열하게 손을 놀리려던 찰나였다. 가위 아랫구멍에 엄지를 넣고 윗구멍에 약지를 넣은 다음 부드럽게 힘을 아래로 주는 거였다. 장비를 다루는 기본인 ‘파지법’부터 잘못 알고 있던 셈이다.

 

도전 끝에 실패한 ‘레이어드 커트’. 사진 = 선명규 기자

난관은 계속됐다. “빗질도 반대로 하시네요.” 짧은 머리카락을 최대한 곧추세워 벌초하듯 평평하게 다듬던 버릇이 남아있던 터였다.

이날 도전한 커트의 이름은 ‘레이어드 커트’였는데, 옆머리에서 시작해 윗머리를 거쳐 반대쪽에 이르는 동안 수직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1.5센티미터 간격으로 머리칼을 잡고 두피로부터 직석으로 세워 균일하게 커트를 진행해야 했다. 마침내 층층이 자른 모양새가 두상을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면 성공.

이 단계를 통과하면 보다 고난도 헤어 커트를 진행 중인 옆 열의 ‘선배님’ 쪽으로, 거기서 월반하면 파마를 하고 있는 그 옆의 ‘대선배’ 쪽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손님인 청초한 단발머리의 마네킹이 점점 울상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반만 산발을 만들어 놓은 채 포기 선언을 했다. 선배님과 대선배님은 이미 수개월째 이 수업을 듣는 베테랑들이었으니 아쉬울 것은 없었다.

하나은행과 지원센터가 함께 조성한 이 ‘커뮤니티홀’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생활헤어뿐 아니다. 네일아트, 캘리그래피, 통기타, 한국어 수업 등이 열리고 있다. 참가 대상은 천안, 아산의 외국인주민들이다.

윤연한 센터장은 CNB에 “천안시에는 한국에 온지 10년, 또는 20년이 지나 자녀들이 많이 성장한 가정과 이제 막 결혼해서 배우자를 따라 한국에 온 초기이민자가정도 많이 있다”며 “상호문화를 존중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할 때”라고 운영 취지를 밝혔다.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5호점인 천안역지점 전경. 사진 = 선명규 기자

컬처뱅크 주제는 ‘교육과 공존’

이 같은 교실을 동반한 KEB하나은행 천안역지점은 이 은행이 추진 중인 ‘컬처뱅크’ 시리즈의 다섯째 점이다. 지금껏 방배서래(공예) 1호점, 광화문역(힐링서점) 2호점, 잠실레이크팰리스(가드닝) 3호점, 강남역(라이프스타일편집숍) 4호점을 열면서 주제를 달리해 왔다. 5호점의 특징은 주지하다시피 교육이고, 천안·아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서울을 벗어나 처음 문 연 곳이란 점에서 차별화된다.

지난 5월 열린 개점식 당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국내 거주 외국인 200만명 시대에 진정성 있는 교감을 위한 컬처뱅크 5호점을 열게 되어 기쁘다”며 “금융서비스와 문화 콘텐츠가 만난 해당점이 외국인과 지역주민들 모두 언제든 찾아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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