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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 상대 인정이 중요”

이정희 사장 "글로벌 진출 성과 … 빠른 변화에 유리하도록 진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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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7호 이동근⁄ 2019.11.02 06:54:36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열린 혁신)이 제약업계의 구세주로 등장하면서 4차산업혁명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지적재산권, 연구개발(R&D) 결과물이 ‘지켜야 할 것’이었지만 이제 자신의 것을 내놓거나 외부에서 들여오는 방식이 더욱 중요하게 다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CNB저널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한양행의 사례를 소개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에 이르기까지 3건의 기술 수출을 성공시켰다. 흥미로운 것은 이 3건 중 2건이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여온 기술이라는 것이다.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다.

지난해 7월 유한양행은 퇴행성 디스크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YH14618’을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 수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얀센 바이오텍과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임상단계 신약 ‘레이저티닙’의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 체결을 공개했다. 올해 초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자체개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연이은 계약으로 유한양행은 계약금만 6565만달러(약 720억 원), 제품화 성공 시 19억7500만 달러(약 2조 2000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을 전망이다. 참고로 유한양행의 2017년 매출은 1조 4622억 원이었다.

이중 첫 기술수출 성과인 ‘YH14618’은 유한양행이 지난 2009년 수익의 4분의 1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신약 개발 전문기업인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약물이다. ‘레이저티닙’도 국내 벤처기업인 오스코텍이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자회사 제노스코와 함께 약 3년 동안 개발한 3세대 항암 신약 후보 물질이다.

최근에는 제넥신의 약효 지속 플랫폼 기술이 접목된 비알콜성지방간 치료제 YH25724를 2019년 7월1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다. 또 미국 항체 신약 전문 기업 소렌토사와 설립한 합작투자회사 이뮨온시아의 면역항암제 IMC-001로 국내 최초 임상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여 임상2상을 준비중이며, 국내 항체 신약전문 벤처 앱클론과 공동연구 결과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C2101을 도출하기도 했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제공 = 유한양행


유한양행 관계자는 “레이저티닙은 도입시 전임상 직전 단계의 약물을 유한양행에서 물질 최적화, 공정개발,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가치를 높여 얀센바이텍에 수출한 건으로 전형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이며, YH25724는 유한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물질이지만 제넥신의 지속형 단백질 기술을 활용하여 개발한 의약품으로 유한의 바이오의약품 개발 역량과 더불어 외부 기술에 대한 열린 자세가 성공에 중요한 점이었다”고 밝혔다.

이정희 사장 취임 후 시작, 이제는 글로벌 시장 노린다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

이같은 성과를 내게 된 데는 2015년부터 이정희 사장 취임 후 신약개발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배경이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에 따르면 경영진은 외부 유망 기술이나 과제 발굴에 대한 연구소 의견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연구소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조직 문화의 변화를 모색했다. 이러한 경영진의 의지는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일으켰으며, 공감대가 전사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연구원들은 외부로 나가 최신 동향을 살피고 유망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찾아 발로 뛰기 시작했다.

2015년 초 9개였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올해 10월 현재 27개로 늘어났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공동연구 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기술 도입과 더불어 바이오벤처에 전략적 투자를 병행하는 방식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4년간 20여개 바이오 벤처에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지분투자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기술을 가진 바이오 벤처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제약 바이오 산업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이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해 미국 샌디에이고와 보스톤 두 곳에 법인을 설립, 신규 기술 확보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호주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해외 법인들에 대한 컨트롤 타워 조직을 마련했으며, 확대된 플랫폼을 전 세계 지역별 특성별로 맞춤 적용,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최종 목표는 개방, 가치창출, 이익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글로벌로 확대하여 유한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중양연구소에서 연구원이 R&D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유한양행


길리어드·베링거 기술 수출, 신뢰가 발판

유한양행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게 된 배경에는 제약업계가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가 있다. 혁신적인 기술의 중요성과 개발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연구 개발의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했던 것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신약이 개발되기까지는 8~12년 정도 소요되지만 글로벌 신약으로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내부적인 역량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도 지속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하는 신약의 절반 이상은 학교나 벤처에서 개발하던 후보물질을 도입하여 상업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지속적으로 의약품 개발비가 증가하고 있고 개발 실패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분담하기 위한 대형 제약사 간 협력 모델도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있어 주목할 만 한 점은 이 회사가 쌓아온 신뢰 관계가 바탕이 돼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한양행 관계자는 “공동 개발이나 기술 이전을 제안하는 경우, 기술 도입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기업 간 강한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길리어드에 NASH 신약 물질의 기술 수출에 성공한 계기도 유한양행이 개발한 신약물질의 가능성을 높게 인정받은 것 외에 양 사의 파트너십과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했다.

길리어드는 신약 국내 판매 및 원료의약품 CMO사업 파트너이고, 베링거인겔하임은 ‘트라젠타’ 같은 내분비계 약품의 국내 판매 파트너다. 약 10년 정도 높은 매출에 기반한 비즈니스 관계가 유지되다 보니 양사의 굳은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 베링거인겔하임도 2015년부터 약 4년이 넘는 R&D 교류를 통해 올해 7월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글로벌 신약으로의 성공을 위해 양 사의 연구진들이 공동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신약 개발 관련 기술이나 정보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렇게 빠른 산업 환경에서 신규 기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이는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 빠른 변화에 대응이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한양행 연구원들. 사진 = 유한양행


“투자자와 벤처, 서로의 역할 인정이 중요”

유한양행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는 데 있어 상대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것은 비용, 기술부터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서로 부족한 면을 보완해서 성공적으로 의약품을 개발하자고 하는 것이고, 결과물 또한 서로 나누고자 하는 것인데, 각자 추구하는 목표와 방법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때로 협업을 하는 데 장애요인이 되곤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위한 투자 선순환이 중요한 요인이지만, 너무 투자금 회수에 집중한다면 제약회사와 공동 연구 협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신약 개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반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가능한 기술 이전을 통해 많은 열매를 갖기를 원하지만 신약개발에 오랜 임상 경험과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 빨리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제약사는 스타트업의 연구 성과를 존중하고 공동 연구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벤처 기업은 공동 연구를 통해 부족한 기술과 인프라를 보완할 수 있고 신약 개발 노하우를 습득하는 계기로 생각한다면 더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에서 벤처나 연구중심 기업의 임상 실패는 약물의 문제뿐 아니라 연구 과정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났다는 말도 있고 한 명보다는 10명이 고민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연구 중심 회사는 상업화 경험이 풍부한 회사와 함께 일하면 위험을 줄이면서 공동 연구를 통해 많은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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