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8호 이동근⁄ 2019.11.09 15:35:58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제약 시장이다. GDP가 19조 4000억 달러(2017년 기준)로 세계 1위인데다 전 세계 제약시장의 40% 수준인 4530억 달러를 소비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그동안 여러 번 미국 진출을 시도해 실패했거나, 혹은 진출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국산 의약품은 15개 내외인데,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제품은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 외에는 거의 없다. 따라서 대웅제약의 ‘나보타’(현지명 : 주보, Jeuveau)는 FDA에 바이오 신약으로 승인받은 국산 첫 보툴리눔 톡신이자 미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몇 안되는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웅제약 박성수 나보타 사업본부장을 통해 나보타의 미국 진출 과정을 되짚어보았다. |
미국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굳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FDA의 관문을 뚫는 것은 쉽지 않다. FDA 통계자료에 따르면, 많은 자원과 시간이 투자되는 임상개발단계를 통과해 품목허가 신청까지 했더라도 최종승인을 받을 확률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 발매로 연결되는 경우도 승인을 좀 더 빠르게 해주는 PDUFA(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 신약 신청자 부담금법) 시행 이전에는 8%, 이후에도 그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품목 허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허가를 받는 최종관문은 CRL(검토완료공문, Complete Response Letter)인데, 안전성, 유효성, 품질 3가지 조건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사들의 경우 아직 미국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선진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제조처도 거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보타는 2019년 2월 1일, FDA로부터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고, 같은 해 5월 15일 미국에 본격 출시됐다. 증권가에 따르면 3월부터 미국으로 수출한 나보타의 수출통관 금액은 상반기에만 약 150억 원 어치로 추정되며 올해 전체 수출액은 500억 원에 다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협력사 선택이 중요”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나보타 사업본부의 역할이 컷다. 이 본부는 나보타가 출시 다음 해인 2015년 설치됐으며, 오로지 나보타 한 품목의 연구·개발·생산·사업을 전담한다. 참고로 대웅제약이 만드는 100여종이 넘는 의약품 가운데 특정 제품 이름을 따서 본부를 꾸린 것은 나보타가 유일하다.
박성수 나보타 사업본부장은 “국산 의약품들이 그동안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던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FDA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심사를 하는 규제기관이라는 점과 미국 고유의 독특한 제약·의료 환경에서 우리 품목의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보타 사업본부는 ‘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박 본부장은 “국내 제약 바이오 업체들은 대부분 많은 품목과 개발 과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에 실제로 글로벌에서 성공 가능한 자산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떤 과제가 성공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품목에 전사의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지 개발 단계에서부터 명확하게 판단하고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서 준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진출을 위한 파트너로 단순히 이름값 높은 대형 다국적 제약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협업이 가능한 파트너로 에볼루스를 선택했다.
박 본부장은 “대웅제약은 이름값보다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이 과제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는 파트너사를 선정, 진출을 준비했다. 컨설턴트 또한 각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면서 우리 입장에서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가를 선택하여 지속적으로 협업을 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대웅제약이 집중한 것은 품질관리와 생산이었다. 단순히 허가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전용 공장의 구축을 목표로 했고, 실사를 준비해 나갔다. 그 결과 미국 FDA 및 유럽의약품청(EMA)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전용 공장은 연간 450만 바이알(vial)의 생산능력을 갖췄는데, 이는 전에 대웅제약이 운용하고 있던 1공장의 9배에 달하는 양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의 배양, 정제, 완제품 제조 등의 생산 공정은 매우 중요한 ‘핵심역량’으로 꼽힌다. 원액제조에는 불순물 함량은 낮추고 순도를 높이는 ‘하이-퓨어 테크놀로지’가 적용됐고, 이 공법은 기술의 신규성 및 진보성을 인정받아 지난 2000년 특허를 출원해 등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완제 제조 공정에서 기존 동결건조가 아닌 감압 건조 공정으로 개선하여 실활(失活)율을 획기적으로 낮춰 불순물인 비활성 단백질 양을 최소화 했다. 그 결과는 선진국의 21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우수한 품질 및 효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48개국 허가, 5년 내 80개국 진출 목표
연구 실적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간주름 평가에서 높은 유효성을 얻기 어려운 Composite endpoint(임상의와 환자 모두 일정 수준 미간 주름이 개선되었다고 평가)로도 평균 70%에 가까운 유효율을 나타낸 바 있으며,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전세계 동종 의약품간의 직접비교임상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시험을 통해 기존 제품 대비 떨어지지 않는다는 임상 결과를 확보했으며,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충분한 반복투여, 장기투여에서의 안정성 결과도 검증을 완료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한림의대 박은주 교수가 수술 뒤 흉터 개선효과를 입증, 결과를 SCI급 국제학술지인 미국성형외과학회지 10월호에 발표하기도 했다.
전용 공장의 김준 공장장은 “품질확보를 위한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 선진 GMP 실태조사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선진 규제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며 “경영진과 사업본부, 생산 및 품질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오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자부했다.
대웅제약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위해 전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48개국에서 나보타 품목허가를 받았고 현재 20개국 이상에서 등록을 진행 중인데, 5년 내 80개국 이상에 진출한 글로벌 품목으로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성수 본부장은 “단지 시작일 뿐, 앞으로도 국내의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시장 경쟁력에 기반한 사업계획 하에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제품을 많이 개발하기를 기원 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박성수 나보타사업본부장 미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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