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0호 옥송이⁄ 2019.11.30 08:42:08
끔뻑이는 큰 눈, 뚱뚱한 배, 짧은 팔다리를 뒤뚱거리는 자태까지. 이 두꺼비는 지난 4월 하이트진로가 새롭게 선보인 ‘진로이즈백(이하 진로)’의 얼굴이다. 비록 귀여운 자태를 자랑하지만, 이래 봬도 66살 큰 형님이다. 한때 서울 시장 90%를 점유했던 ‘진로’가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하면서 고유의 상징을 캐릭터화한 것이다. 젊은 층 ‘취향 저격’에 성공하면서 소주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진로의 성공비결을 살펴본다.
‘뉴트로’ 입은 두꺼비, 소비자-진로 연결고리
향수(鄕愁)는 브랜드에게 양날의 검이다. 안정적이지만 위험이 따른다. 깊은 충성도를 재확인할 수 있지만,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부각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연배 높은 브랜드도 젊어질 수 있다. 혁신을 통해서다.
최근엔 95년 역사를 지닌 하이트진로의 대표 소주 ‘진로’가 ‘뉴트로(NEW+RETRO. 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 감성을 입고 젊어졌다. 핵심은 ‘과거에 대한 재해석’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진로’ 재출시에 앞서 4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소비자층을 확대하기 위해 옛 감성을 새롭고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20대를 목표 소비자층으로 설정했다”며 “긴 시간 준비하면서 진로에 대한 정체성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뉴트로 제품 ‘진로이즈백’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대를 주요 소비자층으로 설정한 만큼 준비 과정에서 무게를 둔 건 소주의 주질과 패키지다. 이전 두꺼비 세대들이 25도의 강한 두꺼비 소주를 마셨다면, ‘뉴트로’ 두꺼비 세대는 순한 도수를 선호한다. 진로이즈백은 16.9도다.
제품 패키지는 70, 80년대 진로 라벨을 그대로 살렸다. 투명한 스카이블루 색상의 소주병으로 순한 도수의 느낌을 표현하고, 파란색의 라벨은 한자로 표기된 진로(眞露)와 브랜드를 상징하는 두꺼비 디자인을 재현했다. 동시에 진로를 한글로 함께 표기해 가독성을 높이고, 뚜껑의 경우 과거 병뚜껑과 동일 색상을 사용하되 트위스트 캡으로 편의성을 강화했다.
또 캐릭터를 통해 존재감 각인에 공들였다. 진로 측 관계자는 “소비자와 ‘진로’를 연결할 수 있도록 과거의 두꺼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며 “특히 소비에 대한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SNS를 능숙하게 다루는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두꺼비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출시 두 달 만에 연간 목표량 달성
SNS 화제성↑·대한민국광고대상 수상
두꺼비 캐릭터는 진로 마케팅 어디에서나 눈에 띈다. 이 양서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진로 TV CF는 지난 21일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광고대상 디자인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SNS 화제성 역시 이에 못지않다.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유행어나 콘텐츠를 두꺼비가 ‘소화’한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진로는 소위 말하는 ‘인싸템(인싸이더+아이템. ‘인싸이더’는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으로 바이럴되고 있다.
이 외에도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공략을 위해 지난 5월부터 두 달간 팝업스토어 ‘두꺼비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80년대 주점의 분위기를 재현한 두꺼비집은 출입구 전면과 실내 인테리어를 당시 소품으로 꾸몄다. 두꺼비집은 홍대와 강남에서 45일간 운영해 총 1만 2631명 방문했고, 평상시 업소 운영 대비 평균 25% 매출이 증대하는 효과를 거뒀다.
캠페인 슬로건 ‘진로이즈백’과 상징 두꺼비를 활용한 통합 콘셉트를 바탕으로 진로는 소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4월 출시 후 두 달 만에 연간 판매량 목표를 넘어섰으며, 7개월 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했다.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오성택 상무는 “진로는 단순히 뉴트로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제품력과 완성도를 높이고 소비자 접점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며 “소주 브랜드 No.1 참이슬과 함께 소주 시장의 성장을 이끌며, 진로만의 브랜드 활동을 통해 브랜드 선호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