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정의식 기자) 최근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되면서 인수자 HDC의 주가가 떨어지고 신용등급 하향이 이뤄지고 있지만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 측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수년간의 저평가는 회계기준 변경 및 일회성 사건으로 말미암은 부분이 많다는 것. 올 초부터 추진된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수익구조가 개선됐고, HDC 인수로 불확실성이 해소돼 조만간 새로운 면모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2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결정되자마자 HDC현대산업개발과 지주사인 HDC의 주가가 내려갔다. 투자자들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그룹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본 것.
이후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HDC·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시행하거나 검토하면서 ‘승자의 저주’를 거론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 부담, 대규모 유상증자 실시 등이 HDC그룹의 재무적 부담을 늘릴 것이며, 본업인 건설업과 항공업의 시너지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측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아시아나 안팎에서는 투자자들이 재무제표 상의 수치에만 집중해 정작 중요한 내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으며, 그간 지적된 여러 문제점들도 많이 극복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잘 들여다보면 ‘부실’ 아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88년 창립 이후 30년간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1990년 서울-도쿄 노선으로 첫 국제선 취항에 성공하고, 1991년 10월 미주 노선 취항, 1998년 12월 대통령 전용기 운항 등의 성과를 기록했다.
2010년 Global Traveler 기내 서비스·승무원 최우수상 수상, 북아시아 최고 항공사 상 수상,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항공사 부문 1위 등 질적 성장도 기록했다. 올 10월 15일엔 ‘2019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6년 연속 항공서비스부문 1위를 달성했다.
2019년 11월 기준 85대의 보잉·에어버스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항공동맹체 ‘스타 얼라이언스’의 가맹사이기도 하다. 실적 측면에서도 2016년 영업이익 2564억원, 2017년 2736억원, 2018년 1784억원 등 순항 중이었다.
그런 아시아나항공이 위기에 빠진 건 지난해 7월 1일 발생한 ‘기내식 대란’이 컸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1주일 넘게 제대로 된 기내식이 공급되지 않자 승객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 과정에서 ‘갑질 의혹’ 등이 불거지며 기업 이미지가 급락했다.
여기에 결정타를 때린 건 올 3월 삼일회계법인에 의한 재무제표 분식회계 적발이었다. 2018년 실적이 외부감사를 통해 2차례 정정되면서 당기순손실이 104억원에서 1050억원을 거쳐 1958억원으로 폭증했고,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1분기 기준 895%로 늘었다. 결국 4월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부채 반영이 올해부터 적용된 회계기준(K-IFRS) 개정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이다. 새 회계기준은 그간 ‘비용’으로 간주되던 ‘항공기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 항공기의 60% 가량이 운용리스 방식이어서 직격타를 맞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 자체가 부실한 건 아니며, 회계기준 변경과 오너 리스크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아시아나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 회사 임직원들이 HDC 인수 이후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12일 매각 결정 직후 “회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전략을 수립해 고객의 필요와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수익성 중심의 네트워크 항공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사내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날 한 사장은 “근래 국내 항공산업 성장은 근거리 중심의 출국자 수요 성장세가 견인했지만, 앞으로는 입국자 수요와 함께 장거리 여행 수요 증가가 새롭게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이런 수요는 오롯이 아시아나 같은 대형항공사(FSC)의 몫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항공업계에서는 지난 1년 간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이 한 사장을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고 본다.
한 사장은 올 4월 △비수익 노선 정리 △조직개편 △자산매각 등 3대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고 실행에 옮겼다. 7월부터 러시아 하바롭스크, 사할린, 인도 델리 등 비수익 노선의 취항을 중단했고, 10월에는 미국 시카고 노선을 중단했다. 또, 기존 일등석 ‘퍼스트 클래스’를 ‘비즈니스 스위트’라는 이름으로 바꾸며 기존보다 30~40%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해 가동률을 높였다.
1년 간 와신상담… ‘재도약’ 속도전
한일 노선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7월 몽골 울란바토르 신규 취항, 9월 베트남 푸꾸옥, 대만 가오슝 부정기편 편성 운영을 시작했으며, 장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11월부터 뉴욕 일 2회 증편, 10월말 포르투갈 리스본, 12월 호주 멜버른, 이집트 카이로 부정기 운항 등 다양한 신규 노선을 발굴했다.
또, 연료효율성이 최대 25%~15%까지 개선된 차세대 대형기 A350, 소형기 A321NEO를 지속 도입해 기단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 임원 직급별로 15~30%에 해당하는 연봉을 반납했고, 5월부터는 정비, 운항 등 현장 근무자를 제외한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제를 실시하는 등 비용 절감에 노력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의 64%, 자산의 60%(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그룹내 최대 캐시카우였다”면서 “HDC의 인수로 부채 비율이 250%로 낮아지면 자금 조달 금리도 대한항공과 비슷한 3%대로 낮아진다. 재무적 안정성이 확보되면 글로벌 항공사들과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