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은행과 증권, 카드사들이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지에 지사를 만들거나, 좋은 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점점 열기가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이유가 뭘까.
금융권에 베트남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다낭과 비엔화에 지점을 새로 열었다. 올해 말까지 사이공, 빈푹 등에도 지점을 늘려 영업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오는 2021년까지 20개 이상의 영업지점을 확보하고, 신사업을 확장해 외국계은행 1위로 발돋움한다는 포부다.
신한은행도 현지 영업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이미 36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에 4~5개를 더 늘릴 예정이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인 ‘쏠(SOL)’을 활용한 비대면거래도 강화한다.
KEB하나은행은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주식을 샀다. BIDV 주식 15%(6억330만2706주, 1조148억원 규모)를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기존 지점과의 협업으로 금융비즈니스 기반을 확대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한국계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우량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 예정이다. 새로운 외환거래 고객을 찾는다는 목표도 세웠다. 아울러 인터넷뱅킹을 사용하기 편하게 리뉴얼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뱅킹을 확대하는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가도 베트남 공략에 한창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현지 HFT증권을 인수했다. 이름을 파인트리증권으로 바꾸고 BI(Brand Identity)도 새롭게 만들었다.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부동산사업의 미래성을 고려해 대출하는 방법) 등 장점을 살린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본사 전략기획본부에 베트남인을 채용해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홍콩법인을 통해 이 나라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도 활발하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지법인인 미래에셋베트남에 1조1560억동(약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이를 통해 자본금을 5조4560억동(약 2728억원 규모)으로 늘렸다. 이런 자본력을 토대로 보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지법인에 380억원을 증자했다. 자본금을 1000억원 이상으로 확장했다. KB증권은 700억원의 증자로 자본금이 930억원까지 상승했다. NH투자증권은 300억원의 증자를 했다. 세 곳 모두 전년 대비 올해 실적이 상승했다.
카드사들도 ‘베트남 몽(夢)’을 꾸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현지 소비자금융기업인 FCCOM(Finance Company Limited for Community)의 지분 50%(약 490억원)를 인수했다. FCCOM은 이곳의 중견은행인 MSB의 자회사다. 현대카드는 MSB와 50대50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이 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다. 개인금융부터 시작해 점차 신용카드와 자동차금융 등 사업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는 현지에서 소비자금융기업인 테크콤파이낸스를 인수했다.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이라는 이름으로 롯데파이낸스 비자, 플래티넘 2종을 선보였다.
BC카드(KT 계열사)는 이 나라 최대은행인 리엔비엣포스트은행과 손을 잡았다. BC카드는 이곳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신용카드를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신한카드도 적극적이다. 신한카드는 푸르덴셜베트남파이낸스를 인수한 후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SVFC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용대출 등을 하고 있다. 베트남은행협회(VNBA)에 회원사로 가입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왜 그곳에 꽂혔나
이처럼 금융사들이 베트남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우선 성장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강남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KB증권의 ‘베트남 주식 투자전략 세미나’에 의하면, 이 나라의 인구는 작년 기준 9600만명이며 평균연령 30.9세, GDP 성장률 6.5%다. 큰 내수시장을 갖고 있으며, 일할 수 있는 젊은층이 많다는 얘기다.
작년 도시화율은 38.5% 수준이다. 베트남정부는 오는 2025년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10년간의 아파트 잠재수요자(15~34세)는 36.1%(3억3000만명) 정도다. 앞으로도 건설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기업이 많이 진출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하노이 인근에 2개의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현지기업과 합작해 승용차 생산공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SK그룹(SK이노베이션·에너지 등), 효성그룹(효성화학 등) 등도 진출해 있다. 우리 대기업, 관계기업만 상대해도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험요소가 많다. 아직 글로벌 신용등급이 낮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베트남을 투기등급에 묶어두고 있다. 무디스는 BB-, S&P와 피치는 BB로 평가하고 있다. BBB- 이상이어야 투자적격 국가로 분류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CNB에 “베트남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다. 이 단계에서는 대출 등 금융업이 할 일이 많다”며 “하지만 1위 기업인 빈그룹의 무리한 사업 확장, 자본주의 시스템이 성숙하지 않은 점 등은 위험한 요소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