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수식 기자) 수능이 끝나면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올해도 한창이다. 유통사들은 물론 은행, 이동통신사에 이르기까지 앞다퉈 ‘십말이초(10대말~20대초)’들을 유혹하고 있다. 부작용은 없는 걸까. CNB가 업종별 현황을 들여다봤다.
롯데백화점은 수험생을 대상으로 노원점·미아점·청량리점·일산점·건대점에서 나이키 20%, 평촌점·안산점에서는 리복 30%, 수도권 백화점에서는 컨버스 20% 할인 행사를 펼쳤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과 하남점, 센텀시티점, 경기점 등에서는 식음료(F&B)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에잇세컨즈, 지오지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브랜드에서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에게 10~20% 추가 할인을 제공했다.
AK백화점(애경그룹)은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들에게 룰렛이벤트를 통해 1만~3만원 할인권을 증정하며, 타임스퀘어(경방)는 올리브영, 미샤, 더페이스샵 등 입점브랜드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롯데하이마트도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오는 30일까지 수험표 촬영 사진을 올린 수험생 본인에게 최대 5만원 할인을 제공한다. 또 추첨을 통해 100명의 고객에게는 ‘배스킨라빈스 더블주니어’ 기프티콘을 증정하고 있다.
이통사들도 분주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요금제 가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7일까지 0플랜 라지, 5GX스탠다드 이상 요금제에 가입한 신규·기기변경 가입자 1020명을 추첨해 다양한 경품을 증정했다. LG유플러스는 연말까지 프로모션 대상 LTE 및 5G 요금제로 변경하거나 신규 가입 고객에게 3만원 상당의 U+모바일tv VOD 쿠폰을 준다.
두 이통사와 달리 KT는 요금제보다 경품 등에 이벤트의 방점을 찍고 있다. KT는 1999년 1월부터 2002년 2월 사이에 출생한 고객 중 연말까지 삼성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전원에게 ‘갤럭시 핏’을 무료로 제공한다.
은행권도 수능 마케팅에 참여했다. KEB하나은행은 12월 13일까지 ‘수능 끝, 에버랜드에서 놀자’ 이벤트를 연다. 수능 응시자 중 주택청약통장과 용돈관리용 입출금통장에 신규 가입하는 수험생 1만명에게 에버랜드 종일 자유이용권과 환율 우대쿠폰, 쿠폰북을 선물한다.
KB국민은행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에 위치한 KB청춘마루에서 수능 당일부터 수험표를 지참하고 방문하는 수험생에게 청춘마루 굿즈(USB)가 선착순 제공하고 있다. 또 11월 한달 간 ‘직업 탐구생활’을 주제로 청춘들의 끝없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처럼 각 업계에서 ‘십말이초’ 세대를 겨냥한 프로모션에 나서는 이유는 수능 이후 수험생들의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 이후 15일간 노트북·휴대전화 등 IT가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나친 상술 경계해야”
이런 가운데 작년과는 달라진 점도 포착되고 있다. 특히, 백화점 업계에서는 자체 기획행사를 준비하는 않는 등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년부터 바뀌는 대형유통기업 특약매입 지침이 가장 큰 이유다.
바뀐 지침에 따르면, 백화점 기획 할인 행사에 입점 업체가 참여했을 경우, 할인율의 절반은 백화점이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백화점에서 5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면 예전에는 입점 업체가 50%를 깎아서 파는 형태지만 내년부터는 할인된 금액의 절반, 즉 25%는 백화점 측이 부담해야 한다. 입점 업체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일종의 상생 방안이다. 달라진 제도의 시행일은 내년부터지만 괜한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고 벌써부터 백화점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여기까지가 현재 수능 마케팅에 나선 기업들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 뒤에 가려진 이면은 없는걸까.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개인정보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무턱대고 마케팅 정보 활용에 동의했다간 나중에 수많은 광고문자와 전화에 시달릴 수 있다.
‘가짜 수험생’도 문제다. 청소년들 사이에는 친구·후배·선배의 수험표를 빌려 사용하는 게 관행처럼 번진 상태다. 심지어 작년 수험표를 올해 수험표로 날짜만 바꿔 속이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구병두 교수(건국대 교육대학원)는 CNB에 “기업들의 지나친 마케팅은 이제 막 ‘입시지옥’에서 빠져나와 해방감을 느끼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묻지마 쇼핑’을 유발하는 등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