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2호 이동근⁄ 2019.12.16 08:56:55
대중들에게 국내 최대 급 온라인 마켓으로 성장한 쿠팡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로켓배송’이다. 택배를 통한 온라인 마켓이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내에서도 단 하루 만에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이 방식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시장을 뒤집는 결과는 가져왔다. 그러나 쿠팡 하면 떠오르는 다른 단어는 ‘적자’다. 실제로 쿠팡은 창설 이후 엄청난 투자를 받아 왔지만, 지속적으로 적자를 이어오기도 했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에게는 엄청난 호감을, 경제 관련 미디어에서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실제로 쿠팡은 2016년 1조 9159억 원, 2018년에는 4조 4228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적자폭도 지속적으로 커져 2016년에는 5653억원, 2018년에는 1조 9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이 2배 넘게 성장하는 동안 적자도 2배 조금 안 되게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쿠팡의 입장은 공식적으로는 거의 없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만, 적자에 대한 해명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미디어들도 쿠팡의 적자에 대해서는 ‘이럴 것’이라는 짐작성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CNB저널에서 쿠팡 측에 적자 등 운영 방침에 대한 여론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했을 때 돌아온 공식 답변도 “쿠팡은 올해도 더 좋은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왔다. 내년에도 혁신적인 서비스를 위해 노력할 것”이었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경영 개선을 하겠다는 답은 없었다.
다만 쿠팡의 행보를 해석할 수 있는 접근할 수 있는 ‘키워드’는 얻을 수 있었다. 바로 ‘투자’다. 쿠팡은 적자에 대해 ‘투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쿠팡의 적자? ‘투자’로 말하는 이유
쿠팡의 투자를 살펴보려면 ‘로켓배송’부터 살펴야 한다. ‘로켓배송’은 2014년 시작,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대표 서비스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지 5년 만에 매출이 약 3480억 원에서 2018년 4조 4000억원으로 16배 급성장했다.
이 서비스의 비결은 상품을 직접 매입해 보관하고 고객 문 앞까지 직접 배송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물류다. 따라서 직매입 방식의 리테일 비즈니스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물류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여기에서 투자가 언급되기 시작한다.
쿠팡 물류센터는 2019년 기준 연면적으로 축구장 193개를 합친 수준에 달하지만, 아직 더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쿠팡 물류센터는 약 500만 종 이상의 상품을 구비하고 있는데, 이는 약 5만 종의 상품을 구비한 대형마트와 비교해 더 다양한 상품을 갖춘 셈이다. 현재 쿠팡 고객들은 매일 약 200만개 이상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받아보고 있다. 로켓배송은 매일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하루 주문의 3분의 1 정도를 처리한다.
쿠팡은 더 나아가 ‘랜덤 스토우’(Random Stow)를 도입했다. 각 상품 별로 정해진 공간에 배치하던 기존의 물류시스템에서 벗어나 한정된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각 상품의 입출고 시점을 예측한 데이터와 저마다 다른 약 500만 종 상품의 사이즈, 주문된 상품을 피킹하는 인력의 동선 등을 모두 고려하여 시스템이 각 상품의 배치 공간을 지정한다. 언뜻 무질서해 보이는 진열대 안에는 쿠팡의 자체 기술력과 고도의 알고리즘이 담겨있다.
쿠팡의 검색팀은 다양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동일 상품을 찾아내고 중복을 제거해 고객 선택을 돕는다. 동일 상품 중 가격과 고객 클레임 이력, 배송시간과 배송료, 상품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상품만이 맨 앞에 노출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페이지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검색결과를 노출해 2억 가지의 상품에 대한 재고 현황과 가격변동을 실시간 수준으로 파악한다.
로켓배송의 노하우는 더 나아가 ‘새벽배송’, ‘당일배송’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새벽배송·당일배송’은 전국 단위로 확대됐고, 현재 쿠팡은 200만 종 이상의 상품을 와우배송을 통해 새벽배송과 당일 배송으로 보내고 있다.
결국 쿠팡 측이 ‘적자’를 투자로 인식하는 데는 이같은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자의 원인이고, 이는 따지고 보면 쿠팡의 자산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 손익분기점 실현은 언제?
하지만 쿠팡이 영원히 투자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손익분기점을 언젠가 넘을 것에 대한 내부 계획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에 대해 대중들은 쿠팡이 ‘시장지배자’ 위치에 올라갈 때로 보는 경우가 많다. 즉, 소위 ‘치킨게임’을 벌여 타사들이 모두 시장에서 퇴출되고 난 뒤 살아남은 뒤 혼자 남은 뒤 가격 결정권까지 갖게 되면 마진을 높여 자금을 회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같은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는 한국의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데 기인한다. 작은 시장이므로 1개 플레이어가 독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현실성이 적다. 우선 경쟁력이 강한 대형 마트들이 있어 당장 시장 주도권을 잡는다 해도 마진을 올리는 시점에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비슷한 물건을 갖고 치고 들어오거나, 거대자본을 지고 있는 이베이(옥션·지마켓)나 11번가가 치킨게임에서 패배한다고 해서 사업을 접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시장은 그리 작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는 2017년 91조 9000억 원에서 2018년 113조 7000억 원으로 24%나 상승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총 소매판매액지수가 4.3% 상승한 반면 인터넷쇼핑지수는 19.8%나 증가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는 더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쿠팡은 시장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무기화함으로서 손익분기점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 그 시점은 아마도 현재 구축한 물류 시스템에 들어가는 고정비를 영업이익이 커버할 수 있는 때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이 고정비를 커버할 수 있는 시점을 두고 쿠팡의 매출이 10조 원에서 15조 원, 혹은 20조원에 도달할 때로 보고 있다.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점유율이 10~20%도 안되는 규모에서도 실현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지 5년 만에 매출 약 3480억 원에서 2018년 4조 4000억원으로 16배 급성장했다. 이 매출의 상승곡선을 따라 간다면 몇 년 안에 10조 원을 돌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물류시스템 자체를 상품화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오늘 구매하면 내일 배송’이라는 구호 아래 운영하고 있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서비스를 지난 10월 시작한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클럽’을 통해 유료로 운영(월 회비 2900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가입자가 늘어난다면 쿠팡의 매출은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물론 쿠팡이 상승곡선을 따라가면서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면 적자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자체적으로 ‘이만 하면 됐다’고 만족할만한 시점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투자자들이 쿠팡의 투자 결정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적자에 대해 말이 많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온라인 마켓에서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이면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남는 것이 적어도 일단 팔고 보겠다’는 식의 덤핑 방식이 아니냐는 주장이 시장에서 먹히고 있기 때문”이라며 “상장사였다면 벌써 주주들이 들고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쿠팡이 이같은 논란에 ‘투자’라고만 설명하니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투자’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를 유추해 본다면 쿠팡의 경쟁력을 ‘싸게 판다’는 데 보다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은 물류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춰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쿠팡은 현재 이익을 내기 위한 구조를 아직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적자’가 아닌 ‘투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