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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바람 타고 라면 몸값 ‘쑥쑥’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라면 수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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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1호 손정호 기자⁄ 2019.12.16 09:19:15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등 라면 수출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이 침체기를 맞았으며, K푸드 열풍으로 수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심이 세계적인 아티스트 에바 알머슨과 함께 만든 미국의 마케팅 버스 모습. 사진 = 농심

(CNB저널 = 손정호 기자) 라면업계가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으로 가기 위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라면이 비행기를 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른바 ‘K-누들(Noodle) 열풍’으로 불린다. 라면 몸값이 높아진 이유가 뭘까.

해외로 향하는 우리 라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에 의하면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은 3억8235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1% 증가했다. 라면업계에서는 올해 수출액이 역대 최고를 보였던 작년(4억1309만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은 최근 ‘신라면 건면’의 미국 수출을 시작했다. ‘신라면 건면’은 기름에 튀긴 면(유탕면)이 아니라 바람에 말려 건조한 면(건면)을 사용해 원조 ‘신라면’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건강을 배려했다. 농심 측은 미국 교민 사회를 중심으로 ‘신라면 건면’ 판매를 시작해, 미국 전역으로 판매채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5년까지 현재보다 매출 규모를 2배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농심의 3분기(7~9월) 해외매출도 증가했다. 이 기간 농심의 전체 매출은 5898억원으로 작년 같은 때와 비교해 4% 증가했다. 이중 해외법인의 매출은 1429억원으로 17.3% 커졌다. 전체 매출 성장률보다 4배 이상 높았다.

농심은 수출이 많은 미국(3분기 매출 809억원), 중국(781억원), 일본(144억원), 호주(67억원)를 중심으로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등 스테디셀러의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프리미엄 제품(‘짜왕’ ‘맛짬뽕’ ‘우육탕면’)을 앞세워 새로운 국가로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성장성이 큰 베트남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법인장이었던 김병오 해외영업본부장(상무급)을 베트남 법인장으로 보냈다.

 

우리 라면은 유튜브 먹방 열풍 등을 통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의 라면 수출액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뚜기가 인도에서 진행한 시식행사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 해외수출을 이끌고 있다. 독특한 매운맛으로 유명세를 더한 ‘불닭볶음면’은 올해 중국 광군제(11월 11일 중국의 쇼핑축제)에서 4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앞서 10월 한 달 동안 중국 수출물량은 150억원(3200만개) 수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별 중국 수출물량 중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은 4분기(10~12월) 매출이 작년 같은 때와 비교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닭볶음면’ 외에 ‘핵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까르보 불닭볶음면’ 등 리뉴얼 제품들이 가세하면서, 올해 5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분기 매출도 성장세를 보였다. 이 시기에 삼양식품은 매출 1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다. 이중 수출액은 704억원으로 39% 성장했다. 처음으로 분기 수출액이 700억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처음으로 국내보다 해외 판매액이 더 많았다. 삼양식품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대형 유통사와 손잡고 판매채널을 늘린 점을 성공 포인트로 보고 있다.

오뚜기는 베트남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하노이 인근에 공장을 만들어서 1분에 225인분의 봉지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진라면’ ‘진짜장’ ‘북경짜장’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있다.

오뚜기는 베트남에서 꾸준히 전진한 점을 성공요인으로 보고 있다. 호치민, 하노이, 다낭 등 현지 대도시를 중심으로 판매지역을 넓혔고, 최근에는 프랑스 유통업체 빅시에 새롭게 입점했다. 이외에도 편의점과 외식업체 등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오뚜기는 3분기에 베트남에서 2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31.9% 성장했다.

오뚜기는 미국과 중국 등으로도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 외의 국가에서도 가성비가 높은 라면을 팔고 있다. 이런 전략으로 오뚜기는 지속적으로 해외매출을 늘린다는 포부다.

이처럼 라면 기업들이 해외로 발을 넓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국내 라면시장이 정체기를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작년에 74.6개였다. 2016년과 비교해 1.5개 줄었다. 라면시장 크기는 작년(2조475억원)과 2016년(2조400억원) 사이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시장의 성장이 멈췄다는 얘기다.

얼어붙은 내수시장…해외서 돌파구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점도 문제다. 올해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의 수출제재가 겹치면서 소비여력이 줄었다. 10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GS·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한진그룹) 전체 상장사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27조4600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61.38%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면 기업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K-푸드(Food) 열풍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영화 ‘기생충’ 등 우리 문화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팬들이 우리 음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라면을 조리해서 먹는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리는 사례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NB에 “국내 시장이 정체기를 맞이하면서 라면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아울러 먹을거리도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K팝 팬들을 중심으로 라면을 찾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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