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첫 대국을 불계승으로 가져갔다.
이 9단은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제1국에서 한돌을 상대로 92수 만에 흑 불계승(기권 등으로 계가 없이 승리가 선언되는 것)을 거뒀다.
대국은 한돌의 우위를 인정하고 이 9단이 2점을 먼저 까는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대신 한돌은 덤으로 7집 반을 받는 룰이다.
초반 빠른 진행으로 이어나가던 이 9단은 백 63수 이후 위기에 몰렸으나 이를 인내하면서 서서히 살려나갔다. 그런데이 9단의 78수 이후 한돌이 이상 반응이 시작됐고, 82, 83수 이후 이 9단이 중앙의 백 3점을 잡아내면서 승기가 급격히 기울었다.
현장 해설을 맡은 김만수 8단은 "이세돌은 원래 공격적인데, 오늘은 수비적으로 나왔다. 집을 많이 가져가면서, 한돌의 공격을 묘수로 뚫었다"며 "그래서 한돌이 당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이버오로에서 해설한 한승주 6단은 "78수가 좋은 수였고, 82, 83을 이어서 중앙 백 3점을 잡으면서 급하게 끝났다"고 정리했다.
K바둑에서 해설한 유창혁 9단은 "한돌은 호선으로는 많은 대국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정확한 바둑을 둔다. 그런데 접바둑에서는 불안한 모습이 있었다. 한돌 수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오류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 9단은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대국에서 1승 4패로 패한 바 있다. 하지만 4국에서 거둔 1승은 알파고를 상대로 인류가 거둔 유일한 1승으로 기록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알파고를 무너뜨린 한 수는 이 9단의 백 78수였고, 이는 ‘신의 한 수’로 불리고 있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다. 이 9단과 이번 대국을 치르는 것은 한돌 3.0이다. 기력(棋力)을 측정할 때 쓰이는 'Elo 레이팅' 기준으로 한돌 3.0은 4500을 넘는 것으로 NHN은 추산했다. 알파고는 3700 정도, 인간 9단은 평균 3500 정도로 평가된다.
한돌은 지난해 12월, 올해 1월 진행된 국내 상위권 바둑기사 5명(박정환·신진서·김지석·이동훈·신민준 9단)과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했다. 지난 8월 중국 산둥성 르자오시 과학기술문화센터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 9단은 바둑계 은퇴를 선언하고 이번 대국을 은퇴 기념 대국으로 치르고 있다. 한돌의 대리 착수자로는 NHN 직원이자 한국기원 연구생 1조 출신인 아마 5단 이화섭 대리가 나섰다.
이 9단과 한돌의 대국은 19일 2국, 21일 3국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