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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CEO 체제 서둘러 구축한 KT, 젊고 민첩해졌다

임원인사·조직개편 키워드는 ‘군살 빼기’…고객 중심 조직으로 미래혁신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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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6-667호 윤지원⁄ 2020.01.24 09:18:17

KT가 대표이사 교체를 두 달 이상 앞두고 임원인사와 조직 통폐합을 서둘렀다. KT는 이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 구현모 사장 체제를 미리 갖추고, 산적한 당면 과제 해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KT 황창규 회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올해 3월까지다. 지난해 말 이사회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구 사장은 3월 말 정기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3년 임기의 KT 새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인 구현모 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신임 대표이사 체제 일찌감치 다져

구 사장은 회장으로 승진하지 않는다. KT는 회장 직급이 국민기업인 KT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수용해 이번부터 대표이사의 직급을 사장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표이사 급여 등의 처우 역시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춘다.

그리고 KT는 16일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앞서 황 회장은 인사권을 전적으로 구 사장에게 위임했다. KT는 대표이사 교체 시 언제나 임원인사를 빨리 진행한 편이다. 하지만 이번 임원인사는 구 사장이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된 지 20일 만이다. 정식 취임까지 두 달 이상 앞둔 시점에 차기 대표이사가 인사를 서두르는 것은 KT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이는 구 사장이 KT에서만 33년 동안 근무한 내부 인사로, KT의 크고 작은 내부 사정에 매우 밝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 사장은 대표이사직 인수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고 있다.

또, 기존 황 회장 체제에서 구 사장은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가장 큰 사업 부문의 장을 맡아왔다. KT의 기존 경영 기조, 당면 과제, 미래 비전 등에 이미 정통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인물과 조직에 대해 파악하는 데 따로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구 사장이 취임 전까지 준비하는 것은 단지 직원들을 차례대로 만나는 ‘릴레이 미팅’ 뿐이다. 직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의견을 청취하는 것을 다른 모든 업무에 앞선 우선순위로 올린 것이다.
 

구현모 사장이 지난해 11월 4일 열린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미디어 플랫폼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고객 강조하며 양대 사업 부문 강화

이번에 단행된 2020 정기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KT는 빠르고 유연하게 고객 요구를 수용하고 5세대 이동통신(5G) 및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며, 글로벌 수준의 준법경영 체계를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 사장이 이번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 앞서 “고객 중심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반영된 셈이다.

조직은 기존 9개 사업부문, 5개 실을 7개 부문, 3개 실로 통합 및 재편하고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위원회를 상설화됐으며 미래 사업을 위한 AI/DX융합사업부문을 신설했다.

먼저, 구 사장이 맡았던 ‘커스터머&미디어부문’은 마케팅부문을 흡수하고 소비자고객(B2C)까지 전담하는 ‘커스터머(Customer) 부문’으로 신설됐다.

기존에도 본사 사업조직 중 가장 큰 부문이었는데 2018년 IPTV 사업을 하는 미디어본부와 합쳐진 데다 이번에 마케팅부문까지 합쳐 독보적인 사업부로 위상이 더 강화됐다.

KT가 신임 대표이사 선임 이슈에 신경을 빼앗긴 사이 경쟁사들에 비해 위축된 영업력을 회복하고 시장경쟁에 본격 돌입하고자 이번에 커스터머부문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커스터머부문은 기존의 전국 11개 지역고객본부와 6개 네트워크운용본부를 6개 광역본부로 통합한 뒤 이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했다.
 

구현모 사장(왼쪽)과 박윤영 사장. (사진 = KT)


기존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은 ‘기업부문’으로 통합됐고, 기존 미래플랫폼사업부문과 마케팅부문에 속해있던 5G플랫폼개발단 산하 스마트공장 TF도 이곳에 포함됐다. 기업부문장은 박윤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여 맡게 됐다.

박 사장의 승진을 두고 KT는 ‘복수의 사장 체제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사장급 중 구 사장보다 서열이 위인 오성목 사장과 황 회장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인회 사장, 그리고 이동면 사장이 본사 임원직에서 배제되는 분위기여서 결국 KT는 구현모 사장과 박윤영 사장의 투톱 체제로 재편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박 사장은 지난 KT 신임 대표이사 선출 과정에 최종 후보로 올라 마지막까지 구 사장과 경합했던 인물이다. 황 회장의 전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익명 사내 정보 앱 서비스 블라인드에서 차기 회장 선호도 1위로 젊은 임직원들에게 인기를 얻기도 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업 추진 능력이 강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KT 연구직으로 입사한 뒤 SK를 거쳐 2003년 다시 KT로 복귀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KT 미래사업개발그룹장(상무),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전무),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을 거치는 등 성장 분야인 기업 사업 분야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KT 구현모 신임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4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IPTV 3대 혁신 서비스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조직 슬림화…젊고 민첩한 시장 대응력 갖춰

KT의 2020년 임원 인사에서는 신규 임원으로 상무보급 45명을 발탁했고, 승진 인사는 상무 21명, 전무 5명, 부사장 2명 등이다.

2020년 임원의 평균 연령은 52.9세에서 52.1세로 한 살 정도 젊어졌다. 상무 승진자 21명 가운데 50세 이하, 1970년대생은 27%에 달한다. 구 사장이 50대임을 감안한 인사라는 인상이 강하며, 이를 통해 KT 내부의 활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체 임원 수는 98명으로 전년 대비 약 12% 줄어들었다. 임원 수가 두 자리로 줄어든 것은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전무 이상 고위직이 33명에서 25명으로 크게 감소해 젊고 민첩한 실무형 조직으로 변화를 예고했다.

KT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 대해 보다 젊고 슬림한 조직으로 변화하며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더욱 민첩한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현모 사장(오른쪽)이 13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서상기 전 의원(왼쪽부터),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향후 당면 과제 및 내부의 기대

구현모 대표이사 체제에 맞춰 조직을 새롭게 꾸린 KT의 당면 과제로는 ▲상용화 1년을 갓 넘긴 5G 가입자 확대 ▲케이블TV와 손잡고 세를 불린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의 유료방송 경쟁에서 M&A 등을 통한 1위 지위 사수 ▲인공지능(AI)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 수립 및 사업화 ▲차세대 미디어 콘텐츠 확보 ▲케이뱅크 정상화 등이 꼽히고 있다.

구 사장은 작년까지 커스터머&미디어부문을 책임져 오면서 KT의 미래 핵심 사업 분야인 미디어, 콘텐츠 부문에서 성과를 내 왔다. 자사 IPTV 브랜드 올레tv를 AI를 탑재한 개인화 시스템으로 진화시켰고, 차세대 OTT 서비스 '시즌'을 출범시켰다.

재직 중 유료방송 역시 점유율 역시 약 31%로 1위 지위를 유지했으며, 미디어 부문 매출 역시 매 분기 두 자릿수 성장률을 냈다.

최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CJ헬로, 티브로드와 각각 손을 잡고 덩치를 키우면서 KT의 유료방송 1위 자리도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KT의 발목을 잡고 있던 합산 규제가 올해 상반기 폐지되고 나면 딜라이브와의 M&A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1위 수성을 위한 추가 M&A에도 나설 전망이다.

특히 대표적인 ‘비통신’ 분야인 AI 사업 분야에서의 책임이 남다르다.

아직까지 KT의 비통신 사업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이 45%에 달하는 것에 비해 차이가 크다. 하지만 향후 이통3사의 사업 경쟁은 비통신 분야에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황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KT가 통신기업이 아닌 AI 전문기업으로 전환하는 원년임을 선언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봐도 미디어, 보안, 금융 등 AI(기가지니)를 탑재한 신사업 비중이 전통의 통신 및 이동통신 사업보다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AI 전략 수립 및 사업화에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선언한 상태다.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에서 KT가 공개한 5G 'AI 호텔 로봇' 전시관에서 관람객이 AI 호텔 로봇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 KT)


KT의 AI 사업은 글로벌, 산업, 업무공간, 미래세대 등 4대 분야로 나눠 추진한다. 글로벌 분야 공략에는 기가지니 플랫폼을 탑재한 'AI 호텔' 시스템을 첨병으로 내세운다. KT의 AI호텔은 국내 및 아시아를 비롯해 중동, 유럽, 중남미 진출이 예정되어 있다. 산업 분야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에너지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신임 대표이사인 구 사장에 대한 KT 내부의 기대는 크다. 황 회장은 구 사장에 대해 “5G와 ICT 전반, 그리고 현장까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고,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CEO 후보자”라고 평가했다. KT 이사회 김종구 의장은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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