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품이 아니다. 제품이 아트를 입고 예술로 재탄생했다. 유통업계가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제품 디자인에 입히는 이색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 측에선 제품에 예술 이미지를 입혀 보다 고급화를 꾀하고, 작가들은 갤러리와 미술관을 벗어나 보다 자신들의 작업을 알릴 기회를 얻으며, 소비자들은 독특한 작품 이미지를 제품을 통해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어 눈길을 끈다.
동원, 해외 작가 마이크 카롤로스 작품 입은 한정판 출시
동원F&B가 팝 아티스트 마이크 카롤로스와 협업을 통해 동원참치에 예술을 접목시킨 ‘아트 컬래버레이션 선물세트’ 한정판을 출시했다.
동원F&B 관계자는 “동원 선물세트는 1984년 첫 선을 보인 식품선물세트로, 2018년 누적 판매량 2억 세트를 돌파했다”며 “동원 선물세트는 그동안 세트 패키지에 서양 명화와 신진작가들의 일러스트를 그려 넣는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디자인에 활용해왔다”고 말했다.
이번에 협업한 마이크 카롤로스는 사물을 최소한의 색과 선으로 표현해내는 ‘데 슈틸(De Stijl)’ 화풍의 팝 아티스트다. 아트 컬래버레이션 선물세트는 그의 작품 ‘글로벌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동원참치와 선물세트 디자인에 삽입한 형태로 구성됐다.
동원참치 각각에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성 바실리 대성당 등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 그림이 담겼다. 마이크 카롤로스는 이번 협업을 위해 특별히 서울 남산타워와 제주 돌하르방을 그린 동원참치 디자인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트 컬래버레이션 동원참치는 세트뿐 아니라 단품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성다이소, 신진 일러스트 작가들과 ‘디자인 콜라보 프로젝트’
해외 작가뿐 아니라 국내 신진 작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이어지고 있다.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가 신진 일러스트 작가들과 진행한 상생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의 첫 성과를 공개했다. 다이소는 ‘그림왕 양치기’ 양경수 작가 등 일러스트 작가 4명과 함께한 ‘디자인 콜라보 프로젝트’ 상품 28종을 출시했다. 각 작가가 지닌 디자인 무드에 따라 4가지 테마로 선보인다. 문구 및 팬시용품, 사무실용품, 리빙용품 등 다양하게 구성됐으며, 매장에서 편집숍 형태의 전용 매대에서 판매된다.
다이소의 디자인 콜라보 프로젝트는 인지도 있는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으나, 상품 출시 기회가 적었던 일러스트 작가와 뛰어난 디자인 역량을 보유한 신진 작가를 발굴해 상품 출시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그림왕 양치기(양경수)를 비롯해 시호(이재호), 나봉(권나영), 찌(조지희)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직장인과 부모, 젊은 세대들이 접하는 일상 속 경험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다이소 관계자는 “신진 작가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프로젝트에 작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상품 기획 단계부터 작가들과 함께 진행했고,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상품을 선정하고 콘셉트를 설정했다”고 협업 진행 과정을 밝혔다.
이어 “작가와 다이소가 서로 윈윈하는 상생 모델의 초석 마련을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일회성이 아닌,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해 유망 일러스트 작가 및 신진 상품디자이너들을 직접 발굴하고 육성할 계획이다. 일러스트 작가와 상품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전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감각 있는 신진 작가들의 감성이 표현된 만큼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 상품을 찾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숨어 있는 유능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는 상품 개발에 힘쓸 것”이라 덧붙였다.
신세계 L&B, 와인과 하종현 작가 그림 만난 ‘아트 앤 와인’
다이소가 국내 신진 작가들과 손을 잡고 젊고 기발한 이미지를 내세웠다면, 원로 작가의 묵직하고 진중한 매력을 강조한 컬래버레이션도 있다. 신세계 L&B는 와인과 예술의 만남, 아트 앤 와인(Art&Wine) 시리즈의 세 번째 와인 부켈라 까베르네 소비뇽을 출시했다.
앞서 2018년 말 신세계 L&B는 김창열, 윤명로, 박서보 작가의 작품을 담은 한정판 에디션을 출시하며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2019년엔 두 번째 작가로 황규백이 참여했고, 올해엔 60여 년 화업을 이어온 하종현 작가가 협업했다. ‘부켈라 까베르네 소비뇽’ 레이블에 하 작가의 ‘접합(Conjunction) 07-09(2007년 작)’ 작품 이미지가 담겼다.
하 작가가 1970년대 초반 이후 일관되게 진행해 온 ‘접합’ 연작은 국내를 비롯해 세계 미술 시장에도 소개됐다. 지난해 10월 뉴욕 현대미술관이 재개관 기념으로 소장품 전시를 열면서 한국 작가로는 하종현의 작품 ‘접합’을 선보이기도 했다. 영국의 미술 평론가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는 “같은 경향의 서양의 작품과는 현격히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하 작가에 대해 평한 바 있다.
신세계 L&B 측은 “그 어느 분야보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식음료 업계에서 맛과 가격 등 일반적인 요소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특별한 제품 디자인으로 상품의 가치를 더하고자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가들의 인터뷰 자료, 전문가들의 작품 해설을 꼼꼼히 읽어본 뒤 가장 스토리가 맞을 만한 와인을 매년 골라왔다”며 “좋은 와인과 좋은 예술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지녔다. 이 에너지를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를 통해 공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