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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 - 생명현상과 연기 그리고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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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0.02.11 08:51:13

 

서구의 생명과학은 이미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그것은 다분히 서구의 본질주의라는 철학적 토대에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필자들은 불교의 연기법과 공의 관점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이런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본질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법론을 선보인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는, 사물이 조건에 의존해서(緣) 생겨난다(起)는 것이다. 아무 원인과 조건 없이 무(無)로부터 나온 것은 없고, 사물은 조건이 모이고 흩어지는 데 따라 생겨나고 소멸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생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불교에서의 연기와 공(空)의 관점으로,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필자들은, 연기와 공의 관점이 단순히 기존 방법론과 양립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연기와 공의 관점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측해야만 제대로 된 생명과학 연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논의는 크게 여섯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첫 주제 ‘I. 불교로 이해하는 생명과학’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연기, 무상, 공, 깨달음, 그리고 자비의 가르침을 설명하면서 이 가르침들이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논의하고 설명한다.

 

둘째 주제인 ‘II. 생명과학과 깨달음’은 과학이론의 교체가 마치 정치 체제의 근본적 교체와 같이 혁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생명과학의 혁명적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서구적인 본질주의적 실재론의 관점에서 벗어나 연기와 공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연구방법론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셋째 주제인 ‘III. 개체’는 생로병사의 실존적 문제를 생명과학 안에서 구체적인 예를 통해 논의한다. 생로병사가 실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계의 변화 과정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불교적 생명과학이 주는 통찰로도 우리가 생사(生死)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넷째 주제는 ‘IV, 종(種)’이다. 여기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소개하면서 생명 세계에 존재한다고 믿어져 온 고유한 본질을 가졌다는 종의 존재에 대해 비판적 논의를 전개한다. 종과 관련한 생명현상도 연기와 공의 관점에서 관찰하고 이해해야만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섯째 주제인 ‘V. 유전자’는, 유전자의 개념이 역사상 어떻게 변천해 왔는가를 살펴보고, DNA 분자들이 생명현상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에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현재의 유전자 중심 결정론은 연기와 공의 관점에서 수정 보완되거나 새로운 이론으로 교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섯째 주제는 ‘VI. 유전자’로서, 먼저 진화란 향상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이라는 다윈의 주장을 설명하면서, 다윈이 해결하지 않고 과제로 남겨 놓은 두 가지의 문제를 논의한다.

 

이처럼 이 책은 생명과학과 불교 철학의 만남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를 통해 생명현상(과학)을 이해하고, 생명현상을 통해 불교를 이해하는 색다른 지적 경험을 제공한다.

 

저자 유선경은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및 동대학원을 거쳐 미국 브라운대학교 세포분자생 물학 박사과정 및 텁스대학교 철학과 석사과정을 수학하였으며, 미국 듀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생명과학의 철학’이 있고, 홍창성 교수와 함께 현응 스님의 ‘깨달음과 역사’를 영역했다.
홍창성은 서울대 철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Minnesota State University Moorhead)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를 출판했다.

 

유선경, 홍창성 지음, 운주사 펴냄, 336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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