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여성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복지 차원의 수준을 넘어 자체 교육과 특화 채널을 시작했다. 최근엔 여성 직원을 임원직에 배치하면서 상대적으로 견고했던 보험업계 유리천장에도 금이 가고 있다. 기업들이 여성 인재 양성에 나서는 이유는 조직 내 다양성을 확보해 혁신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경직된 조직문화와 ‘꼰대’스러운 분위기를 변화 시켜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의도도 있다. 하지만 외국계 보험사에 비해선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자본시장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변화할 기업 문화를 문화경제가 살펴봤다.
KB손보·한화생명·DB손보 여성 인재 양성에 나서
KB손해보험은 여성 인재 양성과 등용을 위해 2016년 여성 사내대학 드림 캠퍼스를 개설했다. 여성 리더 육성이라는 목표에 맞춰 1년간 진행된다.
교육생들은 리더십과 금융보험 지식을 수업받는다. 일과 공부의 병행 어려움을 최소화하도록 온라인과 도서학습을 지원한다. 40명의 1기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는 2기 34명의 교육생이 수강을 받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사내 MBA, 주니어보드 등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는 사내 교육과정에 여성 참여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기준 12.4%인 여성 관리자 비중을 오는 2020년 20%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보험은 ‘Women In Tomorrow Hanwha’의 앞글자를 딴 위드(WITH)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일·가정 양립 지원과 여성 인재 육성, 다양성 존중 문화 정착을 함께(WITH) 만들어 가자는 의미다.
DB손해보험은 30~40대 경력단절 여성을 금융전문가로 키워 엘리트 조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4년 대졸 경단단절 여성 특화 채널인 LD(Life Design) 지점을 처음 오픈해 현재 3개 지점 소속 150여명이 활동 중이다.
자녀를 돌봐야 하는 시간을 고려해 근무 시간을 스스로 정하게 하고 자율 퇴근도 가능하게 했다. 또 지점 내 어린이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고 유아 자녀지원비, 자녀학자금, 출산축하금도 제공하는 등 맞춤형 혜택도 마련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경력단절 여성들의 인재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여성 인재 등용’…외국계 보험사 여성 임원 비율 30% 목표
임원 인사 단행에도 여풍이 불기 시작했다. 생·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업계 상무급 이상 여성 임원의 비율은 생명보험업계는 10.4%, 손해보험업계는 2.2%에 불과했으나, 최근 보험사들의 잇따른 여성 인재 중용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추세다.
작년에 진행된 보험업계 인사에서 여성 인력 승진이 돋보였다. 삼성화재는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고졸 출신의 여성 임원을 발탁했다. 작년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오정구 단장(서울 송파지역단장)은 1987년 대전 대성여상을 졸업하고 삼성화재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해 31년간 근무했다. 입사 후 총무 업무를 주로 담당하다가 2003년 지점장 승진 후 15년간 영업전선에서 뛰면서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이미숙 상무는 입사 36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한화생명의 3번째 여성 임원이자 최초의 고졸 여성임원이다. 1983년 만 19세에 사무직으로 입사해 12년 만에 영업관리자로 직종을 전환했다. 그동안 어려운 지점을 도맡아 이끌며 ‘구원투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은 아직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곳이다. 실제로 외국계 생·손보사는 14~31%의 여성 임원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과 AXA손해보험이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한 목표 및 지원제도에 대해 논의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오는 2022년까지 현재 31%(8명)인 여성임원 비율을 30% 이상 유지하고 팀장·부장급 등 중간관리직에서도 여성 비율을 3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외에도 라이나생명, AIA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의 여성 임원 비중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라이나생명의 경우 전체 임원(29명) 가운데 31%(9명)가 여성으로 외국계 보험사 중 여성임원이 가장 많다. 상무와 전무급 여성은 14명 중 6명으로 비중이 43%에 달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임원 ‘필수’ 시대
이런 분위기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상장 회사의 이사회는 최소 여성 1명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 법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2년 7월까지는 여성 이사를 단 한 명이라도 선임해야 한다.
이 법안은 위반한다고 별도의 처벌은 없어 얼마나 잘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실제로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의무고용 비율이 정해져 있으며,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상당수의 기업은 그냥 벌금을 내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최근 사회 분위기가 여성 고용을 우대하고 있어 상당수 보험업체들은 여성 임원 고용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회 기조에 맞춘 여성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느리지만 꾸준히 여성 임원이 배출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