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1호 옥송이⁄ 2020.03.10 08:31:35
바야흐로 구독의 시대. 지난 2000년 미국의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저서를 통해 예견한 ‘소유의 종말’은 오지 않았지만, ‘접속의 시대’가 온 것만큼은 분명하다. 인터넷을 통해 소유권을 획득한다는 접속의 개념은 오늘날 ‘구독(Subscription)’과 일치한다. 필요한 기간만큼의 요금을 치른 뒤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최근에는 유통사들이 구독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생활과 밀접한 업계 특성을 살려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적기에 공급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노린다는 계산이다.
신세계百 빵 구독 서비스 통해 ‘집객 효과’ 노린다
스트리밍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각광받던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생활’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빵 소비가 늘어나는 점에 주목,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베이커리 월정액 모델’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의 구독 서비스는 매달 일정 비용을 내면 빵을 제공받는 식이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배송은 하지 않지만, 구독자는 백화점 식품관 내 위치한 베이커리 매장에서 인기 빵 1개를 매일 가져갈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신세계 영등포점 메나쥬리 매장에서만 운영한다. 직장인이 많은 지역 특성상 인근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간단한 식사용으로 저렴하게 빵을 구매할 수 있어서다. 베이커리 월정액 서비스는 지난 1월 새롭게 리뉴얼한 영등포점의 집객(集客. 고객 유치)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빵 브랜드 ‘메나쥬리’를 알리는 취지다.
신세계 관계자는 “영등포점은 지난 1월 건물 전체를 생활 전문관으로 탈바꿈했다”며 “1층을 식품관으로 오픈할 정도로 파격적인 시도를 했는데, 식품관 내 위치한 매장을 활용한 구독 서비스가 집객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메나쥬리는 식품관 한가운데 위치해 고객들이 찾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빵을 구독 서비스로 활용한 이유에 대해 “오프라인 매장은 결국 고객들이 얼마나 매장을 자주 찾느냐가 중요하다”며 “저렴한 가격의 빵을 활용하면 소비자들이 정기적으로 매장을 방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품관 외에 다양한 제품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액권을 결제한 구독자는 해당 빵집 인기 제품 5종 중 하나를 매일 가져갈 수 있다. 인기 빵은 피자 바게트, 갈릭 바게트, 우유 식빵 등 대중적인 제품으로, 가격은 4200원~5500원. 30일 동안 매일 빵을 구독할 경우 정가의 3분의 1 가격에 사는 셈이다.
신세계 측은 “고객 입장에서는 새로운 빵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이득이고, 백화점은 매일 새로운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향후 전 점으로 빵 구독 서비스 확대를 검토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김영섭 상품본부장은 “리뉴얼한 영등포점에서 이번에 업계 처음으로 베이커리 구독 모델을 선보이게 됐다”면서 “다양한 쇼핑 콘텐츠를 통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롯데百 맞춤형 반찬 정기 배송 “입맛 따라 맛 조절까지”
롯데백화점 역시 ‘간편한 식사’에 주목했지만, 분야는 사뭇 다르다. 구독자가 제대로 된 한식(韓食)을 즐길 수 있도록 ‘반찬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백화점은 지난 1월 가정식 반찬 판매 업체 ‘라운드 키친7’과 손잡고 ‘반찬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독을 신청한 소비자는 김치류 볶음류 조림 전류 국류 등 약 200여 개 메뉴를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해당 구독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 입맛에 따라 맵기나 짭짤한 정도를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정기구독에 앞서, 인기 메뉴 4~5종으로 구성된 샘플 메뉴를 통해 원하는 정도의 간을 업체에 요구할 수 있다. 업체는 신청자의 피드백을 받고 개별 입맛에 맞춰 반찬을 조리하는 식이다.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어디든 택배 수령 가능하며, 배송 주기는 개별 설정하면 된다. 롯데 측은 새벽 배송도 마련해, 당일 조리한 반찬을 오전 1시~7시 사이에 배송한다.
롯데백화점은 반찬 구독 서비스 도입 배경으로 1~2인 가구 급증을 꼽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반찬을 소량 구매하는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났다”며 “롯데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 ‘피부 맞춤형 화장품 배송’
화장품회사들은 개인 맞춤형 화장품 구독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특징은 세 가지. 양은 ‘소량’, 배송 간격은 ‘규칙적’이며, 제품은 ‘피부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구성한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마스크팩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스테디’는 매번 달라지는 피부 변화에 따라 관리할 수 있도록 마스크팩을 1주일 혹은 2주일 간격으로 정기배송한다.
애경산업은 스킨케어 브랜드 ‘플로우(FFLOW)’를 통해 맞춤형 기초 제품을 배달한다. 소비자들은 ‘피부 진단’을 통해 피부 상태와 용도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으며, 해당 제품은 2주에 한 번씩 소용량으로 정기 배송받을 수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화장품 역시 유통기한이 있는데, 대용량 화장품을 두고 오래 사용하는 것보다 피부 상태에 따라 소용량의 화장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며 “애경산업은 소용량 제품들에 한해 정기구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