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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19가 강타한 면세점 … 줄줄이 일정 ‘차질’

롯데면세점·호텔신라 신사업 일정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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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1호 이될순⁄ 2020.03.11 09:49:51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왔다 다시 중국으로 들어가면 중국에서 2주간 격리가 돼요. 그래서 구매한 면세 상품은 먼저 비행기 화물로 보내고, 사람은 홍콩을 거쳐서 중국으로 돌아간대요. 누가 이렇게 귀찮게 여행 다니겠어요. 중국 관광객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H 화장품 면세점 직원)

 

롯데면세점 에스컬레이터에 손잡이 부분을 닦고 있는 모습. (사진= 이될순 기자)

 

롯데면세점이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9~13층엔 층층이 적외선 카메라가 있었고 청소하는 이들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걸레로 계속 닦아냈다. 내부엔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만 가득했다. 물건을 구매하거나 구경하는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직원들은 대개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얘기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심각해지자 외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면서 이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텅 빈 모습의 롯데면세점. (사진=이될순 기자)


화장품 매장이 들어선 13층엔 고객이 드문드문 보였다. 화장품을 만져보는 사람, 인터넷으로 제품을 검색하는 사람, 손등에 립스틱을 발라보는 사람들이었다. 매장 끝에는 계산을 위해 줄을 선 열댓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있었다. 근처에 있던 면세점 직원은 “원래는 지금 줄 길이보다 훨씬 길다. 매장 블록 하나를 감싸 안을 정도다. 지금은 그 정도의 반도 안 되는 거니까 심각한 것”이라며 “본점이라 이 정도인 것이고, 부산이나 다른 지점들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장충동 신라면세점 전경. (사진=이될순 기자)

장충동에 위치한 신라면세점도 마찬가지다. 금요일(6일) 오후 3시. 평소라면 시장처럼 북적북적해야 할 공간이 고요했다. 택시도, 관광버스도 서지 않았다. 그 자리엔 호텔 셔틀버스만이 자리를 메꿨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안내 직원이 적외선 온도계로 머리에 열을 쟀다. 37.5도 이상의 열이 나는 사람은 면세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코로나 의심 증상 중 ‘발열’이 있기 때문이다.

들어선 면세점 내부는 반짝이는 불빛만이 공간을 채웠다. 디올과 샤넬 매장 등이 있는 2층엔 사람을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직원과 경비원만이 공간을 지키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부터 이렇게나 사람이 없냐는 질문에 명품관 직원은 “중국이 심각했을 땐 어느 정도 있었는데, 한국이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는 확 줄었다”며 “김포공항은 문 닫을 거라는 얘기가 돈다. 보통 6000명 정도의 관광객이 왔다 갔다 하는 데, 오늘 입국자가 240명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라면세점 1층 로비. (사진=이될순 기자)
신라면세점 2층. (사진=이될순 기자)

호텔과 면세, 해외 진출·신사업 추진 차질

롯데면세점은 이달 말 개점 예정이던 베트남 다낭 시내점 오픈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대한 기존 일정에 맞춰 오픈한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하늘길이 다 막혀있어 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들어오는 사람도 없는 마당에 문을 열어도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다”며 “코로나19가 글로벌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개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해외 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올린다는 목표 달성도 불투명해졌다.

코로나19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은 롯데뿐이 아니다. 면세점 사업에 매출을 기대는 바가 큰 호텔신라도 마찬가지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3분기 매출(연결 조정 반영)은 3조 5208억 원에서 18.37% 증가한 4조 1733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면세 매출은 작년 대비 19.88% 증가한 3조 7928억 원을 나타냈다.

호텔신라는 이달 중 베트남 다낭에 호텔 신라모노그램(해외 진출을 위해 만든 브랜드)을 개관하려던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당초 이달 중 오픈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베트남 노선이 잠정 중단되는 등의 변수가 발생하다 보니 가오픈 일정이 논의되는 중”이라며 “다음 달 6일부터 정식 오픈을 앞두고 기존 일정에 맞춰 호텔 예약을 받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이 역시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의 불황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심각단계를 보이면서 한국발 입국 제한 조처를 한 국가가 109곳(10일 오전 9시 기준)이 달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의 2018년 기준 관광객은 각각 45%, 20%로 관광객 중 절반이 넘는 수치다.

중국과 일본이 입국자에 대해 일정 기간 격리 조처를 하면서 올해 상반기 관광객 비중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일본은 90일 단기 체류자에 대한 사증(비자) 면제를 중단하고 이미 발급한 비자 효력도 정지했다. 비자를 새로 받으면 들어갈 수 있지만, 지정장소에서 14일 대기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 할 조짐을 보이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이제는 해외로까지 심각하게 전파되는 상황이다 보니 상반기 매출 전망은 더욱 어두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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