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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앉은뱅이 소반’을 작품·수출품으로 만든 한국의 초현대와 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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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1호 최영태 편집국장⁄ 2020.03.16 09:07:50

(최영태 편집국장) 이번 호는 롯데백화점이 3월 초까지 개최한 ‘소반, 다시 만나다’ 전시회를 다뤘습니다(12~15쪽). 롯데백화점이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한국 전통 도자 예술의 세계화를 위해 오픈한 이도 아뜰리에에서 진행된 전시라니, ‘주간 문화경제’의 캐치 프레이즈인 “문화가 경제다”와 잘 어울리는 기업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시에는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서의 소반’이 출품됐습니다. 한옥을 연상시키는 나무 재질, 그리고 백자-청자의 미(美)를 살린 예술 소반은, 작품으로서 또 상품으로서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롯데백화점의 이러한 시도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앉은뱅이 소반이 요즘 다시 핫 아이템으로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고, 인기 상품으로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 때문이기도 합니다.

멸종된 줄 알았던 ‘양은 밥상’의 화려한 부활

EBS ‘극한직업’ 2월 26일 방송은 ‘지금은 복고 시대 - 양은 그릇과 청바지’라는 제목으로 접이식 양은 밥상의 현재를 보여줬습니다. 내레이터는 “1960~1970년대 가정의 필수품이었던 양은 밥상은 쇠퇴 산업으로 밀려났었지만 최근 1~2년 새 복고 열풍이 불면서 인기가 올라가 주문량이 5배로 늘어 소형 공장들이 바쁘게 돌아간다. 미국 뉴욕-LA, 중국 등으로 수출도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가정 필수품이었던 접이식 양은 밥상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다시 인기라는 내용을 방송한 EBS 화면.

30년 간 양은 제품을 만들어왔다는 홍영환(55세) 씨는 “젊은이들이 SNS 상으로 혼자 밥 먹을 때랑 혼자 술 먹을 때 양은 밥상 위에 음식들을 올려놓고 사진 찍어 공유하면서 양은 밥상이 입소문을 타고 나가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롯데백화점 전시회의 소반이 예술의 경지까지 올라간 작은 밥상이라면, 그 평민 버전은 ‘접는 양은 밥상’이 되겠지요.

한국에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상이 수두룩하지만, ‘SNS를 통해 인기가 올라간 접는 양은 밥상’ 역시 웃픈 현실 아닐까요? 접이식 밥상은 ‘좁은 공간’에서 요긴한 물건입니다. 공간이 충분하면 침대를 놓지 이부자리를 깔았다 접었다 할 일이 없듯 공간이 충분하면 식탁을 설치하지 소반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좁은 방에서 이부자리와 앉은뱅이 밥상을 접고 펴던 한국의 기성세대는 경제 발전과 함께 가난했던 좌식 생활을 청산하고 침대와 식탁이라는 서양식 환경으로 바꿨지만, 제 한 몸 겨우 누일 만한 단칸방으로 내몰린 한국의 20, 30대는 다시 접는 밥상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립니다.

한국 안에 사는 우리는 잘 모르지만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의 입에서 잘 나오는 소리 중 하나가 “첨단과 옛날이 태연하게 공존하는 한국이 놀랍다”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첨단과 중세의 공존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요.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 3월 3일 유튜브 중계된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역은 과학이다’ 편에서, “한국 사회에는 선진적인 부분과 전근대적인 부분과 너무 섞여 있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진단-치료-대응 능력은 굉장히 우수했지만, 한국 사회의 전근대성이 폭발을 일으켰다”고 진단했습니다. 세계 최첨단이랄 수 있는 감염병 대처 능력은 ‘한국형 모델’로서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관심과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코로나19 대폭발의 이유는 신천지교라는 한국의 전근대성-중세성이었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한 발언입니다.

 

롯데백화점 이도 아뜰리에에서 열린 ‘소반, 다시 만나다’전 현장. 사진 = 롯데백화점

의자에 앉아서 하는 예배가 일반적인 데도 불구하고 맨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 신천지 교인들의 모습은, 좌식생활밖에 모르던 조선시대 사람들을 연상시킵니다. 또한 신천지를 믿으면서 가출을 한 20~30대 젊은이들이 아파트 등을 빌려 공동생활을 한다는 변상욱 YTN 앵커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신천지 교인들은 “가족보다도 더 밀접한 접촉을 하는 듯하다”(김용익 이사장)는 해석을 낳고 있지요.

우리 속의 첨단과 중세 보여준 코로나19

이날 방송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중세에는 전염병이 퍼지면 공포에 질린 기독교도들이 모여 살려달라고 기도를 하다가 더 많이 병에 걸렸고 그래서 신부들이 많이 죽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우한 지역의 포교를 맡았다는 신천지 부산 야고보 지파장이 “지금 중국 우한폐렴으로 700명이 넘게 죽고, 확진자가 3만 명이 넘었지만, 신천지 우한 지교회의 성도는 한 명도 안 걸렸어. 우리가 신앙 가운데 믿음으로 제대로 서 있으면 하나님이 지켜주시고 보호해주십니다”고 설교하자 신도들이 “아멘!”을 목청 높여 복창하는 녹취는, 신천지라는 우리 속의 중세를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지요.

헌데, 우리 속의 이러한 중세를 잘라내려는 사법당국, 특히 검찰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으니, 이 역시 우리 속의 중세(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따로 노는) 중 한 장면인가요?

한국 속에 어차피 첨단과 중세가 공존한다면, 롯데백화점 소반 전시회처럼 그 장점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21세기 문화 경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믿으면 안 걸린다” 또는 “민중은 개-돼지”라는 중세적 도그마에 매몰된다면, 그 사회는 감염 또는 부패에 취약해진다는 명제를, 거의 동시에 진행된 롯데백화점 전시회와 코로나19 대폭발 사태에서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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