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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성지순례] ‘스토리’ 입은 캐릭터들, 해외 시장 넘보다

카카오 프렌즈·스파오 삼남매·펭수가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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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2호 김금영⁄ 2020.03.24 13:33:03

카카오 프렌즈 강남 매장 외관. 사진 = 김금영 기자

2016년 여름, “놀이공원도 아닌데 1시간을 기다려서 들어갔다”는 후기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이곳저곳에 연이어 올라왔다. 카카오IX의 캐릭터 브랜드 ‘카카오 프렌즈’가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점에 한 달 만에 45만 명의 방문객이 몰린 것. 카카오 프렌즈는 라이언, 어피치, 무지, 네오, 튜브, 콘, 제이지, 프로도까지 8개의 개성 있는 캐릭터로 구성됐다.

기자 또한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줄을 섰다가 간신히 구매한 라이언 캐릭터 컵을 소중하게 안고 돌아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20년, 예전같이 줄을 서진 않았지만 캐릭터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여전히 매장 안은 북적였다.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는 각각 독특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강남, 홍대, 제주 등에 전문 스토어를 꾸려가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202조 원으로 추정되며, 2018년 한국 캐릭터 매출액은 12조 70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2조 70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이 성장의 밑바탕이 된 국내 캐릭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카카오 프렌즈가 언급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 캐릭터 산업백서’에서도 카카오 프렌즈는 ‘국내외 캐릭터 인지도’ 및 ‘캐릭터 호감도’ 부문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호감도에 힘입어 카카오 프렌즈의 매출은 2015년 103억 원, 2016년 705억 원, 2017년 976억 원으로 급성장을 보였고, 캐릭터 지적 재산권으로 얻은 로열티 수익만 200억 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점은 2016년 오픈 당시 한 달 만에 45만 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사진은 신촌점을 찾은 사람들로 매장이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이전에도 국내 캐릭터의 성공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2018년 애니메이션 ‘런닝맨’ 캐릭터, 웹툰 캐릭터 ‘낢x진’ 등을 포함해 한 해에만 무려 열 번의 캐릭터 스토어를 선보인 바 있다. 정철연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캐릭터 ‘마조 앤 새디’는 2013년 롯데백화점에서 스토어 오픈 당시 1500여 명이 방문했고, 일주일 만에 총 매출 1억 600만원을 기록하며, 매출 목표의 265%를 달성하기도 했다.

시바견을 모티브로 국내 캐릭터 제작사인 바램이 개발한 ‘시로 앤 마로’는 2017년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2억 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좋은 성과에 잠실, 대구, 부산 광복동 등지의 백화점으로 범위를 넓혀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례들은 장기적인 형태라기보다는 짧게는 일주일, 길어도 한 달 정도로 단기간 오픈하고 자리를 비우는 팝업 스토어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마조 앤 새디’ 캐릭터 팝업스토어는 2013년 롯데백화점에서 스토어 오픈 당시 1500여 명이 방문하고 일주일 만에 총 매출 1억 600만원을 기록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가운데 카카오 프렌즈는 2016년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점 오픈을 시작으로 홍대, 제주, 전주 등지로 범위를 점차 넓히며 장기적으로 매장 운영을 이어 왔다. 이런 시도는 최근 이랜드월드에서도 엿보인다. 이랜드월드의 의류 브랜드 스파오는 자체 캐릭터를 내세운 ‘스파오 프렌즈’ 인사동점을 3월 오픈했다.

단기적 팝업 스토어 → 장기 호흡

 

‘마조 앤 새디’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선보였던 상품들. 사진 = 김금영 기자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들여 수익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계속돼 왔다”며 “괄목할만한 수익과 성과를 올린 사례들이 꽤 있었지만, 대부분 짧게 사랑받고 그 시너지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가운데 강남에 이어 홍대, 제주까지 매장을 오픈하며 꾸준히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카카오 프렌즈, 그리고 이번에 자체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한 단독 매장을 낸 스파오 프렌즈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라며 “단기간에 반짝 하고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로 살아남을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을지 캐릭터 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바견을 모티브로 국내 캐릭터 제작사인 바램이 개발한 ‘시로 앤 마로’는 2017년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약 2억 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무수한 캐릭터가 쏟아지는 현재,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중요한 건 스토리다. 캐릭터가 지닌 스토리의 힘과 여타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은 카카오 프렌즈에서도 엿보인다. 캐릭터가 첫 등장할 당시 귀여운 캐릭터의 모습에도 소비자들이 이끌렸지만. 무엇보다 이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킨 건 스토리였기 때문.

가령 토끼처럼 보이는 무지는 알고 보면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이고, 이 무지를 키운 악어가 콘이며, 차가운 도시 여자 콘셉트의 고양이 네오와 그의 연인이 부자 도시개인 프로도, 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갈기 없는 수사자 라이언 등 각 캐릭터마다 독특한 스토리를 지녔다. 카카오 프렌즈의 팬이라는 20대 정수지 씨는 “캐릭터 자체도 귀엽지만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면 알수록 더 흥미가 가고 친근해지는 점이 있었다.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담긴 컬러링북을 구매하기도 했다”며 “단지 그냥 귀여운 외형의 캐릭터였다면 일차적으로 관심은 갔겠지만 금방 소비되고 잊힐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파오의 자체 캐릭터 ‘삼남매’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코리아 에디션 시리즈가 매장에 진열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카카오 프렌즈는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상품 제작뿐 아니라 게임, 영상 등 여타 콘텐츠로 사업 범위를 확장시켰다. 현재도 이야기를 정체시키지 않고 크리스마스, 밸런타인 데이, 봄맞이, 여름휴가 등 각 시즌에 맞는 콘셉트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꾸려가고 있다.

인사동점을 오픈한 스파오 프렌즈에서도 자체 캐릭터인 ‘삼남매’의 스토리 구성에 신경을 기울였다. 첫째로서의 권위, 첫째와 막내 사이에 낀 둘째의 어중간한 위치, 마냥 천진난만한 셋째, 이들과 함께하는 반려견까지 형제, 자매가 있으면 공감할 만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스파오프렌즈를 론칭한 뉴콘텐츠 팀은 ‘삼남매’ 캐릭터를 선보일 당시 “스토리와 세계관 구축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파오가 인사동에 새롭게 문을 연 ‘스파오 프렌즈’ 스토어 내부 모습.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상품들을 선보인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캐릭터로는 펭수가 언급된다. 펭수는 ‘BTS 같은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한국까지 헤엄쳐 온 EBS 연습생 펭귄’이라는 구체적인 세계관 아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왔다. 연습생 신분에도 불구하고 EBS 사장의 실명을 연신 언급하는 패기와 “할 말은 하고 산다”는 주체적인 성격에 이끌린 어른이(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 팬덤이 구축됐다.

GS25는 펭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 GS25 측은 “지난 1월 31일 EBS 1TV ‘자이언트 펭TV’에서 펭수가 GS25에서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을 판매하는 에피소드가 공개된 후, 참치가 재료로 사용된 삼각김밥의 매출이 전월 대비 32% 신장하는 효과를 보였다”며 “밸런타인데이 시즌에 판매한 발렌타인펭수 3종은 10일만에 95%가 소진되며, 최종 100% 판매됐다”고 밝혔다. 동원그룹과 SPC삼립 등도 펭수와 손잡고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최근 내놓았고, 펭수 효과를 보기 위한 업계의 러브콜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의 탑’에 쏟아지는 관심

 

다양한 분야로 협업의 장을 넓히고 있는 EBS 캐릭터 펭수. 사진은 펭수 에세이가 서점에 진열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국내 팬덤을 구축한 캐릭터들은 해외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카카오 프렌즈는 2018년 12월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첫 번째 글로벌 공식 매장을 오픈하며 세계 진출에 나섰다. 카카오 프렌즈 도쿄점은 오픈 한 달 동안 누적 방문자 수 35만 명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엔 중국 상하이 스마오 광장에서 팝업 전시, 미국 뉴욕과 LA에서 열린 한류 행사 ‘케이콘 2019 NY & LA’에도 참가했으며, 영국 런던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웹툰 분야에서도 국내 캐릭터의 세계화 가능성이 긍정적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네이버웹툰의 ‘신의 탑’이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이라 일컬어지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4월 한국, 미국, 일본에서 동시 방영 예정인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 제작사들을 비롯해 미국의 애니메이션 기업 ‘크런치롤’이 주요 투자·유통사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고 티저 영상에 주요 성우진까지 발표돼 기대감을 높인 상황이다.

 

펭수 효과를 보기 위한 업계의 러브콜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최근엔 손나은과 ‘동원참치’ 모델로 함께한 새로운 광고가 공개됐다. 사진 = 동원F&B

‘신의 탑’을 즐겨봐 왔다는 30대 한성수 씨는 “‘신의 탑’ 속 캐릭터들과 세계관은 일본 여타 만화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매력 있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화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한국 작가들의 역량을 세계에 떨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간 캐릭터 매장을 가면 일본 캐릭터들 피규어가 대부분이었는데, 앞으로 국내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피규어들도 많이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는 “북미 MAU(월 활성 이용자 수) 1000만 돌파 등 성장을 거듭해온 네이버웹툰이 원천 콘텐츠로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네이버웹툰의 우수한 작품들을 포함해 한국의 웹툰이 해외에서도 더 많은 주목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간 해외 캐릭터에 주로 의존해 왔던 국내 캐릭터 시장은 자체 콘텐츠 개발 및 해외 진출에 집중하며 변화를 맞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 진출을 위한 국내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여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내실이 먼저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4월 한국, 미국, 일본에서 동시 방영 예정인 네이버 웹툰 ‘신의 탑’. 사진 = 네이버 웹툰

여러 기업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한 작가는 “해외 유명 작가의 캐릭터는 높은 개런티를 주고서라도 손을 잡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국내 작가에게는 ‘오히려 홍보가 되는 것 아니냐’며 제대로 된 대우를 쳐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적 관심몰이에 관심이 많다. 단순 사업적 측면에서만 캐릭터에 접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어떤 컬래버레이션이든 쌍방의 이해가 중요하다. 기업 내 예술과 캐릭터 관련 콘텐츠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갖추고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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