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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에 1위 뺏긴 BMW코리아, 코로나19 불구 부산모터쇼 집착 왜?

"한국서 세계 최초 발표" 공언했던 뉴 5시리즈, 데뷔 무대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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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 2020.04.06 13:36:42

2018 부산국제모터쇼에 마련된 BMW 전시 부스. (사진 = BMW 코리아)

코로나19 확산의 기세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BMW가 5월 말로 예정된 부산모터쇼 참가 여부를 두고 아직도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 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4일 현재 BMW코리아는 오는 5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2020 부산국제모터쇼’에 불참 결정을 내리지 않은 유일한 수입차 업체로 남아있다. 브랜드로는 BMW와 미니 2개 브랜드다. 이는 한국지엠과 캐딜락이 지난 3월 30일 미국 GM(제너럴모터스) 본사의 지침에 따라 부산모터쇼 참가 취소를 결정하면서 생긴 결과다.

BMW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부산모터쇼 참가 여부에 대해 독일 본사와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본래 이번 주 내로 최종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었으나 금요일인 3일 오후까지는 뚜렷한 결정 사항이 전해지지 않았다.

다른 수입차 업체들은 일찌감치 불참을 확정했다. 부산모터쇼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0일까지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업체 등을 대상으로 조기 참가신청을 받았는데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BMW, 미니, 캐딜락 등 3개만 참가를 신청했다.

토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혼다자동차 등 일본차 5개사는 이 무렵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8 부산모터쇼에는 혼다를 제외한 4개 업체가 참가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월 불참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 4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한 업체인데도 불참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 특히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벤츠코리아는 불참 입장을 고수했고, 며칠 뒤 부산모터쇼조직위와 부산시가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부탁했으나 이 또한 단호하게 거절했다.
 

한국지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 본사의 결정에 따라 이번 2020 부산모터쇼에 불참을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열린 한국지엠 신차 발표회. (사진 = 연합뉴스)


완성차업체들, 모터쇼에서 마음 떴다

사실 이때만 해도 이들 수입차 업체들이 부산모터쇼를 외면하는 주된 이유는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

일본차 5개사의 불참은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한일 무역분쟁에 따른 일본차 불매운동 때문임을 분명히 했다.

벤츠코리아는 독일 본사가 내린 지역 모터쇼 참가 자제 방침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그 배경은 본사가 전 세계 법인에 비용 절감을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에서 한국 법인의 실적은 세계적으로 손꼽히지만, 모그룹 다임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다임러는 2022년까지 1만 명 이상의 감원을 계획하고 있을 정도다.

불매운동, 참가비용 등의 문제 때문이 아니어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터쇼에 불참하는 이유는 또 있다. 세계적으로 모터쇼의 위상이 크게 추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국내 모터쇼의 흥행 성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5대 모터쇼로 꼽혔던 일본의 도쿄모터쇼는 지난해 일본차 위주로만 진행됐다. 도쿄를 제외한 나머지 4대 모터쇼 중 하나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마저 지난해 토요타, 닛산, 볼보, 푸조, 지프, 캐딜락, 기아자동차 등등 많은 완성차업체와 롤스로이스, 애스턴마틴 등 럭셔리/슈퍼카 브랜드가 불참하면서 독일차 중심의 ‘지역 모터쇼’로 전락했다.

국내 모터쇼의 사정이라고 더 나을 것이 없다. 부산모터쇼의 관람객 수는 2014년을 마지막으로 100만 명을 넘지 못했을 뿐 아니라 2016년 66만 명, 2018년 62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부산모터쇼와 1년씩 번갈아 열리는 서울모터쇼도 지난해 63만 명의 관람객이 드는 데 그쳤다. 아우디, 폭스바겐, 마세라티 등이 지난해 불참했고,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차도 없어 볼거리가 대폭 줄었다. 이런 추세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찍부터 이번 2020부산모터쇼에도 많은 업체들이 불참할 것으로 예견되었다.
 

BMW 직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차량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 = BMW 코리아)


코로나19로 올림픽도 안 여는데?

때마침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국내외에서 거세졌다. 부산모터쇼 입장에서는 휘발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확진자 증가세나 사망률 등에서 감소세로 들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방역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되고 있다.

새 영화 개봉은 물론이고 학교 개학도 거듭 미뤄지는 판국에 대형 이벤트가 정상적으로 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여겨지고 있다. 부산모터쇼에 대해서도 많은 수입차 업체들이 불참하는 것이 우려되기보다, 행사 자체의 취소가 당연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런데 부산모터쇼 측은 이달 초까지도 ‘지역 경기와 산업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개최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비난을 받는 상황이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5월 부산모터쇼는 당연히 개최되어서는 안 된다. 국내 다른 대형 행사는 물론이고 부산모터쇼보다 훨씬 규모가 큰 메이저 국제 모터쇼들도 다 취소되었으니, 부산모터쇼 역시 곧 취소 또는 연기가 결정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부산모터쇼는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 5대 모터쇼도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고, 자동차 산업 관계자 및 소비자의 관심은 이미 모터쇼가 아닌 CES 같은 다른 첨단 이벤트로 옮겨갔다, 부산모터쇼는 소규모 지역 전시회로 전락하거나, 기존의 모터쇼와 다른 특화된 전시로 벼신하는 것에 대해 절실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올림픽도 1년 연기하는 마당에 부산모터쇼 개최를 고집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시민의 건강보다 지역 경기를 우위에 둔다는 발상은 말이 안 되고, 다른 말 못 할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예정됐던 행사 대부분이 취소된 지난 2월 벡스코 앞 도로와 주차장이 눈에 띄게 한산해져 있다. (사진 = 연합뉴스)


BMW는 왜 불참 선언 안 하나?

부산시와 벡스코 등 부산모터쇼를 주최하고 주관하는 여러 기관의 입장이 쉽게 통일되고 있지 않는 것과 별개로, 아직도 유일하게 수입차 참가업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BMW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 참가 취소를 공식화한 캐딜락, 한국GM을 비롯해 아직 참가 여부를 정하지 않은 수많은 업체들이 코로나19를 불참의 이유로 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BMW만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넘어 부산모터쇼 참가를 고수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업계 일각에서는 부산모터쇼 참가비 환불 문제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업체별로 전시장에 마련하는 부스의 규모에 따라 참가비는 달라지는데, 대개 그해 최대 규모의 전시 부스를 꾸미는 BMW의 참가비는 수억 원 규모다. 그런데 이 참가비는 부산모터쇼 주최측이 취소를 결정할 경우 참가업체로 환불되고, 업체가 취소할 경우에는 돌려받지 못한다. 연기하는 경우 참가비는 그대로 유지된다.

업계는 BMW가 취소 결정을 먼저 하지 않는 것이 참가비 환불 문제 때문이며, 부산모터쇼 측이 취소나 연기를 결정하는 데 따르는 것이 참가비를 손해 보지 않는 방법이라고 보는 것이다.

참가비 반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꼽히기도 한다. BMW가 참가 취소를 결정하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BMW 그룹 본사 차원에서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약속한 커다란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지난해 11월 BMW그룹 본사 이사회는 “2020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신형 5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것도, BMW그룹 이사회 멤버인 피터 노타 세일즈 총괄이 직접 우리나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드라이빙센터에서 국내외 기자들을 모아놓고 발표했다.
 

BMW 피터 노타 세일즈 총괄이 지난해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BMW 코리아)


뉴 5시리즈 “한국서 데뷔” 큰 소리 쳤는데

‘월드 프리미어’라고 하는 신차 세계 최초 공개 행사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일로, 모터쇼의 꽃이라고 불린다. 세계 4대 모터쇼니, 5대 모터쇼니 하는 기준은 그 모터쇼 기간에 얼마나 많은 월드 프리미어 이벤트가 열리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BMW 브랜드가 한국에서 신차의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 부산모터쇼가 처음이다. 국내 모터쇼의 국제적 위상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왔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에서는 수입차의 월드 프리미어를 보기 힘들었고, 국내 자동차 애호가들이 그동안 가장 목말라 있던 행사이기도 하다.

BMW 최초 공개 행사를 국내 최초로 열 주인공은 2017년 출시된 7세대 5시리즈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5시리즈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차 순위에서 벤츠 E클래스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모델이다. 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5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만큼 BMW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피터 노타 총괄은 “BMW는 한국에서 자회사를 설립한 최초의 수입차 브랜드이며, 굉장히 일찍부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해왔다”면서 “부산모터쇼에서 뉴 5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것은 한국 시장에 대한 그룹의 의지와 존경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BMW는 5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수입차 업체였으나,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연쇄 화재사건으로 인해 떨어진 신뢰회복이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2020 부산국제모터쇼 포스터. (사진 = 부산국제모터쇼 홈페이지)


“쉽지 않은 결정” 다음 주에 답 나올 듯

뉴 5시리즈는 BMW의 선두 탈환과 신뢰회복의 행보에서 가장 중요한 공격수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이 되는 월드 프리미어는 이를 위해 던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홍보 이벤트다.

따라서 부산모터쇼 개최가 이대로 무산되면, 월드 프리미어라는 중요한 첫 단추가 불확실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심지어 이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뉴 5시리즈 마케팅 스케줄 전반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게 된다. 참가비 수억 원보다 더 큰 손해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BMW 뉴 5시리즈는 현재 막바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위장막을 쓴 채 테스트 주행을 하는 뉴 5시리즈 목격담이 점점 늘고 있다. 선수는 출격 준비를 수월하게 끝나고 있는데, 데뷔 무대가 사라질 위기다. 신차 월드 프리미어를 현장에서 지켜볼 것을 기대했던 국내 소비자들도 실망하게 생겼다. BMW 뉴 5시리즈의 운명에 많은 이들이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부산모터쇼 참가 취소 여부는 독일 본사 측과의 협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부산모터쇼가 먼저 취소되거나 연기될 경우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어떻게 대체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이에 대해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아반떼를 비롯해 거듭된 신차 발표를 온라인 무대로 옮겨서 진행한 것처럼 BMW 역시 온라인을 활용한 월드 프리미어를 얼마든지 기획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부산모터쇼 측은 1일까지도 행사 강행 쪽에 무게를 싣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2일에는 긴급 회의를 거듭 열며 취소나 연기를 결정하는 것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주관사인 벡스코 측은 부산시와 의견 수렴을 통해 다음 주 중 행사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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