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You are what you eat.)”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Ludwig Feuerbach)는 사람과 음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현대인은 1년 365일 수많은 식재료와 음식을 언제든지 접할 수 있다. 또한 ‘먹는 것’을 소비하고 생산하며 음식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도 한다. 현재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을까?
두산아트센터는 ‘두산인문극장 2020’ 주제를 ‘푸드(FOOD)’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두산아트센터가 2013년부터 시작해 8년째 진행하는 ‘두산인문극장’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과학적·인문학적·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다.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빅데이터까지’, ‘예외’, ‘모험’, ‘갈등’, ‘이타주의자’, ‘아파트’ 등 매년 다른 주제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고민해왔다. 올해는 ‘푸드’를 주제로 강연, 공연을 5월 6일~7월 20일 진행한다.
강연은 총 8회로 푸드의 역사, 의미, 윤리적 갈등, 미래 등을 살펴본다. 기조 강연은 KBS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로 알려진 이욱정 PD가 맡았다. 그는 문명을 만들어낸 음식인 빵과 국수의 역사를 통해 인류의 수수께끼를 풀어본다. 전중환 진화심리학자는 푸드의 진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김태호 과학기술학자는 인류에게 빼놓을 수 없는 활동인 농업의 역사를 돌아본다.
푸드가 가진 윤리적·사회적 의미도 살펴본다. 돼지농장 이도헌 대표는 오늘날의 축산업을 돌아보고, ‘동물해방’(피터 싱어 작)을 번역한 김성한 교수가 채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제대학교 김율리 섭식장애 정신건강 연구소장은 음식으로 인한 정신·심리적 장애를 살펴본다. 정재훈 약사는 현대사회 속 푸드의 모습을 보며 숨은 의미를 찾아본다. 마지막으로 주영하 음식인문학자는 한국 음식의 역사를 통해 현재, 미래의 모습을 다룬다.
공연 3편은 연극 ‘1인용 식탁’, ‘궁극의 맛’, ‘식사(食事)’로 구성됐다. ▲‘1인용 식탁’은 윤고은의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이 발표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혼밥이 특별한 문화는 아니지만, 여전히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은 존재한다. 혼자 식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식사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이오진이 각색하고 창작집단 LAS 대표 이기쁨이 연출한다.
▲‘궁극의 맛’은 츠치야마 시게루의 동명 만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감옥이라는 공간에 갇힌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하루 살아가던 그들의 사정이 음식을 통해 드러난다. 평범한 음식 안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의 궁극의 맛을 발견한다. 제56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신유청이 연출을 맡았다.
마지막 ▲‘식사(食事)’는 다양한 이유들이 뒤섞여 발생하는 식사라는 사건을 통해 음식과 먹는 행위 안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욕망을 살펴본다. 극단 그린피그 대표 윤한솔이 연출을 맡고 미술, 음악,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데스, 이라영, 조문기가 공동창작으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