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경산수 전통을 바탕으로 하며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해가고 있는 화가 임진성 초대전이 양평 7 마일스(Miles) 갤러리에서 4월 15일부터 5월 1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2007년부터 제작해왔으며 금강산도 전통을 재해석한 <몽유금강> 시리즈와 푸른 대나무를 소재로 하는 ‘生生’ 시리즈 작품들이 포함된다.
<몽유금강> 연작들은 작가가 2007년 직접 방문했던 금강산 풍경과 주변 환경을 근거로 현실과 이상, 존재와 비존재, 경계와 비경계의 사이 속에서 자신만의 피안을 찾는다. 평론가 권행가는 임 작가에 대해 “한국적 실경산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작업세계를 발전시켜오면서 공간과 도상, 풍경의 의미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하며 동시대적 작업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양평 전시는 서울 비원 앞의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꿈ㆍ生生>(4/8~4/18)과 이어진다. 현재 전시 중인 <꿈ㆍ生生>에서도 작가는 수묵 채색에 니금을 활용한 ‘부유하는 몽유금강’ 연작들과, 밝은 청색의 대나무 연작들을 한지에 아크릴로 그린 작품들을 보여준다.
<부유하는 몽유금강>에서 작가는 직접 방문해 보고 느낀 감정들을 표현했다. 작가는 “이제 남북한 사이의 관광 지역이 된 금강산은 전통 회화에서처럼 이상경(理想景)이 아니라, 현실과 이상 사이의 공간으로 다가왔다”며 “세필의 금분을 사용한 선 표현으로 ‘규정되지 않고 부유하는 듯한 이상향의 산세’를 그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산봉우리와 계곡은 작가에게 현실과 이상 사이를 표현하는 공간이고, 이로써 작가가 표현하는 금강산은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공중에서 부유하는 금빛 봉우리들
‘니금산수’란 고운 금가루를 아교에 개어 만든 안료로 그리는 전통회화의 방법이다. 금이 귀했던 조선 시대에 금 안료는 왕실용 공예품이나 불화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되었고, 현대 한국에서는 이미 잊힌 전통이다. 평론가 권행가는 “당시 사람들은 니금산수를 훼손되지 않는 이상향의 산수로 이해했다. 그러나 임진성의 “<몽유금강>에서 금분은 치장된 금강산의 현실을 상징한다. 검은 먹으로 짙게 칠해진 배경 위에 수직으로 길게 내려 그어진 수많은 금빛 산봉우리들은 육중한 바위 산의 중량감을 잃은 채 공중에 부유하고 있다. 그것은 이념 대립 속에 박제된 이상경, 즉 관광지화된 금강산이라는 현실을 가르킨다”고 말한다. 이처럼 임 작가는 옛날 금분 기법을 되살려 ‘박제된 이상경’을 상징화하고 있다.
또한, 새푸른 대나무들이 바위 위에서, 달빛 아래 힘차게 뻗어있는 ‘生生’ 연작들에 대해 작가는 “生生은 자연의 역동적인 모습을 통해 생명에 대한 항상성과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여백은 태양과 바람이 지나간 자리이며, 서로 다른 허공을 가르는 잎들은 세월의 그토록 많은 변화를 슬기롭게 지내온 대나무(군자/君子)의 기개를 품어온 공간으로 남는다”고 했다. 이때 작품에서 느껴지는 청색 빛은 매우 냉철하며 날카롭다. 작가는 “청빛은 이성적 울림의 색”이라 표현했다.
새로운 산수화의 경지를 지속적으로 모색-탐구하며 자신의 미학을 제시하고 있는 임 작가의 작품들은 ‘현대적 산수화’의 한 방법으로 특기할만하다.
임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마쳤다. 경희대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전북도립미술관서울관, 캐나다 도산아트갤러리, 인사아트센터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서 27회 개인전 및 250여회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 소장처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수원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외교부장관공관, 중국하얏트리전시, 홍콩스타크루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