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2020.04.20 13:42:15
배우 하정우 그의 폰을 해킹하고 협박했던 해커와 나눈 카톡 대화가 공개됐다.
20일 ‘디스패치’는 ‘하정우, 휴대전화 해킹 사건의 실마리’라는 제목으로 하정우와 해커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하정우는 해커와 지혜로운 방식으로 ‘밀당’하며 경찰이 수사할 시간을 벌어줬다. 하정우는 이 과정에서 경찰에 모든 정보를 제공했고, 해커 일당을 붙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디스패치가 재구성한 대화에 따르면 해커는 2019년 12월 2일부터 12월 19일까지 하정우에게 10억이 넘는 고액을 요구하며 “협상에 요구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를 지인들에게 날리겠다”고 협박했다.
해커는 하정우에게 15억 원을 요구하다 13억 원으로 협상금을 낮췄다. 그러면서 “식사는 챙겨라”라고 말했다.
이에 하정우는 “지금 약 올리는 거냐, 불쾌하다”라고 발끈하며 “신뢰 얘기할 거면 예의부터 지켜아지”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해커는 “오해하지 말라”며 “계속 촬영하니 건강을 챙기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이어 하정우는 “천천히 얘기하자. 나 배밭이고 무밭이고 다 팔아야한다”고 엄살 섞인 하소연을 하고는, 이어 “배밭 줄 테니까 팔아보던가”라고 배짱을 부렸다.
하정우는 자신이 촬영 및 홍보 일정으로 매우 바쁘다는 점, 고액 납세자여서 거금을 금감원 눈에 띄지 않게 전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시간을 끌었다. 반말을 하여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다음에 얘기하자”며 펭수의 ‘펭하’ 이모티콘을 붙이는 여유까지 부렸다.
반면, 거물 범죄자인 양 예의를 갖추다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질질 끌려다닌 해커는 끝내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는 통보를 했다. 해커는 영화 ‘백두산’ 개봉일인 12월 19일을 디데이로 잡고, “5시까지 회신 없으면 공격모드로 전환하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이미 경찰이 해커의 정체를 특정하고 난 이후였고, 더이상 대응할 이유가 없어진 하정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협박범은 이틀, 사흘에 걸쳐 대답을 요구했지만 대화는 끝이 났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이 사건의 주범 일당 2명을 지난 7일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유명인의 휴대전화 정보를 해킹해 연예인 8명을 협박하고, 5명에게 6억 1000만 원을 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하정우를 협박하고 대화를 이어간 상대이자 몸통으로 보이는 인물은 도주하여 해외에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