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 징관(738~839)은 중국 당대에 활동한 스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승보사찰인 순천 송광사에 그의 진영이 모셔져 있다. 어찌된 일일까? 이는 그가 40세(777년) 이후 오대산 대화엄사에 머물면서 '화엄경'을 여러 차례 강설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대방광불화엄경소' 60권, '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 90권을 저술하고 강의하였기 때문이다. 796년에는 반야삼장의 '40권 화엄경' 번역에 참여하였고, 덕종에게 내전에서 화엄의 종지를 펼쳤다. 덕종에게 청량국사(淸涼國師), 헌종에게 승통청량국사(僧統淸涼國師)라는 칭호를 받는 등 일곱 왕의 국사를 지냈다.
이런 청량국사의 '화엄경소초'(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는 80권본 '화엄경'에 소(疏) 60권, 초(鈔) 90권을 붙인 방대한 분량에, 대-소승의 경(經)과 논(論)은 물론이고 유가(儒家)와 노장(老莊)까지 종횡으로 넘나드는 상세하고 치밀한 해설을 붙여, 가장 뛰어난 '화엄경' 주석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제껏 그 한글 완역본이 없었던 것은, 너무 방대한 분량에다 폭넓고 다양한 사상을 품고 있어서 번역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역주서는 원문을 제외하고 번역문만 원고지 10만 매에 달하는 방대한 작업이다. 원문의 꼼꼼한 번역과 역대의 '사기'들을 망라한 상세한 각주로 한국 불교의 사상적 근간인 화엄 사상을 이해하는 나침반이 되어 줄 것으로 이 신간이 기대되는 이유다. 출판사 측은 "전체 100권으로 기획하고 있으며, 1차분으로 '화엄현담' 10권을 우선 출간했다"고 밝혔다.
'화엄경'은 대표적인 대승불교 경전이다. '화엄경'은 40권본, 60권본, 80권본의 세 종류가 있는데, 40권본은 '입법계품'에 해당하므로 실제로는 60권본과 80권본 두 종류가 있는 셈이다.
청량 징관은 중국 화엄종의 제4조로, 화엄종은 초조인 두순으로부터 시작하여 2조 지엄, 3조 법장, 4조 징관, 5조 종밀로 이어진다. 해동화엄종의 초조로 일컬어지는 의상은 2조 지엄에게서 수학하였다.
출판사 측은 “이 역주서는 최초의 완역본인 만큼 역자의 의역을 배제하고 최대한 원문의 뜻을 그대로 전달하려고 하였다. 즉 원문의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옮기고자 했으며, 따라서 현대적 어법에 다소 어색하게 읽힐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각 권마다 600개가 넘게 붙은 상세한 각주가 이해를 도우며 이는 관련된 '사기' 내용들을 망라하여 옮긴 것으로, 역주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역주를 맡은 관허 수진(貫虛 守眞)은 1971년 문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 1974년 수계, 해인사 강원과 금산사 화엄학림을 졸업하고, 운성, 운기 등 당대 강백 열 분에게 10년간 참문수학하였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위원, 역경위원, 교재편찬위원, 고시위원, 중앙종회의원, 범어사 율학승가대학원장 및 율주를 역임하였다. 현재 부산 승학산 해인정사에 주석하면서, 대한불교조계종 단일계단 계단위원·존증아사리, 동명대학교 석좌교수, 동명대학교 세계선센터 선원장 등을 맡고 있다.
청량 징관 지음 / 관허 수진 역주 / 운주사 펴냄 / 각 권 300쪽 내외 / 각 권 2만 원 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