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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게임진흥안’을 업계가 환영하면서도 우려하는 것은?

‘확률형 아이템·선정적 광고’ 등 해외 게임과 역차별 문제 우려 여전 … 게임의 ‘예술’ 분류 법제화 등 긍정적 요소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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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6호 이동근⁄ 2020.05.18 09:32:28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내용도 이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심스럽지만 호평도 나온다. 하지만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시큰둥하다. 일각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게임업계 호황이 예견돼 주가가 오르는 중에 발표된 정부의 진흥책인데도 ‘뜨뜨미지근’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매번 발표하는 연례 행사 수준은 넘었다” 일단 호평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게임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한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5년마다 발표되는 계획이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정부에서 발표하는 안이기도 했고, 코로나19 이후 재평가 받기 시작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일단 주 내용은 ▲적극적인 규제·제도 개선 ▲창업에서 해외 진출까지 단계적 지원 ▲긍정적 가치 확산 및 E스포츠 육성 ▲산업 기반 강화 등이다. 면면만 보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요소가 많다.

산업 규모를 키운다는 점이 강조됐다는 점에서도 큰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2018년 기준 매출액 14조 3000억 원, 수출액 7조 500억 원, 일자리는 8만 5000개인 산업 규모를 2024년까지 매출액 19조 9000억 원, 수출액 11조 5000억 원, 일자리 10만 2000개로 늘린다는 것이다.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의 12%, 수출액 비중 67%라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산업에 정부가 지원에 나선다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문체부 측도 “게임산업은 고부가가치 수출 효자 산업이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표적 여가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디지털 여가문화인 게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더욱 증대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동안 ‘규제’라는 채찍을 주로 휘둘러 온 정부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의심’이 가득하다. 실제로 이번 발표안이 나오기 전 진흥책이라고만 부르기에는 규제 내용이 적지 않다는 이유로 ‘게임 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진흥’을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 바 있다. 그런 것 치고는 반응이 일단은 나쁘지 않지만, 업계는 그래도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국내 메이저 게임업체 관계자 A씨는 “조심스럽지만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부가 고심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안요소 ‘확률형 아이템 등에 대한 해외 게임과의 역차별’

하지만 이같은 긍정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의 평가는 다소 미지근하다. 특히 국내 게임 업계와 해외 게임 업체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갈수록 불거지고 있는 상황을 정부가 얼마나 잘 조율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걱정을 표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역차별’을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확률형 아이템과 부적절한 광고 규제에 대한 부분이다. 이번 발표안에서도 이 두 가지 내용을 다루는 게임 관련 법령 전면 재정비에 대한 부분이 무게 있게 다뤄지는 분위기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 재화를 지불해 구매하지만 구매 후에야 내용물을 알 수 있는 종류의 아이템을 뜻한다. 최근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되고 ‘인 앱 구매’가 게임 내 주요 수입원이 되면서 게임 운영사들은 여기에 매출을 기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다가 PC게임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결제 한도가 없다보니 수백만 원, 수천만 원까지도 결제하는 소위 ‘헤비 유저’가 늘고 있는데다, 고급 아이템의 경우 과도하게 희박한 확률로만 뽑히게 하면서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들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로 의무적으로 확률을 공개하도록 했으며, 현재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 상품 관련 고시’를 개정해 올해 하반기부터 직접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과도하게 높아 등급 아이템에 대해 낮은 확률을 부여하는 부분에 대한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이행시 제재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이 권고나 경고 수준에 그친다는 점, 해외 게임들에 대해서는 그나마 확률 고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업체들은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실제로 문체부에 따르면 국내 업체는 자율규제를 따르는 업체가 91%에 이르지만 해외 업체들의 준수율은 49%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규제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적절한 광고 부분도 역차별 문제를 안고 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무차별 확산된 일부 게임들의 광고는 노골적인 성 표현이 담겨 있거나 폭력, 혐오, 범죄가 직접적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 중 문제가 된 게임들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정부 측도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법인이 없는 해외 게임사업자의 경우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 해 국내기업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는 방안을 이번 종합계획안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국내 대리인 지정에 대한 기준, 방법. 운영 등 세부사항 마련을 위해 민관정책협의체도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게임의 유통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현재 시스템에서 국내에서 규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해외 업체에서 개발한 게임을 국내에 들여오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모바일 게임의 경우 가장 큰 유통망은 구글과 애플이 운영하고 있고, PC게임 유통망도 스팀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이들 업체를 국내법으로 완전 규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 B씨는 “지금도 사실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국산 게임들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한 뒤 “국내 대리인 지정이 의무화 되더라도 확실하게 규제가 될 것인지는 확신이 안 선다. 당장 구글, 애플만 해도 국내 규제와는 다른 규제를 받고 있는데, 대리인이 없는 회사의 게임 유통을 모두 막을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판호 미발급 문제 거론 안 돼

가장 예민한 부분 중 하나인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해외, 특히 중국 진출에 대한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2017년 2월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모바일’가 허가(판호) 받은 뒤 한국산 게임의 판호 발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정작 중국 게임은 국내에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중국은 우리나라에 인접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중국 게임의 국내 잠식은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게임 순위를 보면 10위권 안에 중국의 게임 퍼블리셔인 Lilith Games의 ‘라이즈 오브 킹덤즈’, ‘AFK 아레나’ 중국 게임사인 4399에서 제작한 ‘기적의 검’ 등 3개가 올라와 있으며, 이밖에도 수많은 게임들이 순위에 올라있다. 게다가 선정성 광고로 논란이 된 중국산 게임들이 여전히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5월 14일 구글플레이 상위권 게임들. 붉게 표시된 게임들이 중국 게임사가 개발했거나 중국 유통사와 관계된 게임들이다. 다만 일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PC판은 한국 게임사 PUBG가 개발했으나 모바일판은 중국 게임사인 텐센트와 PUBG가 공동 개발했으며, 브롤스타즈의 개발사 Supercell은 중국 텐센트에 인수된 바 있다. 랑스릿사는 원래 일본 게임이 오리지널이지만, 중국 ZlongGames가 IP를 구입해서 새로 제작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중국에 진출,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는 게임은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던파)외에는 거의 없다. 그나마도 직접 진출이 아닌 중국 게임사인 텐센트를 통한 진출이다. 던파 모바일이 조만간 중국 내 출시 준비 중이지만, 이는 과거 판호를 받아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 행보에 따른 우려 있지만 긍정적 해석도 나와

이밖에도 업계가 정부 정책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부분은 많다. 우선 문체부가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해도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를 필두로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부처가 너무 많다는 점도 업계에는 불안 요소다.

하지만 긍정적인 해석도 적지 않았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서도 문체부가 나서는 이유에 대해 “공정위가 하반기부터 나서 확률 공개를 단속하는 것에 앞서 문체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 된다”는 발언도 있었다.

특히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의 정의(범위) 규정에 ‘게임’을 포함시켜 법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호평이 나왔다.

그동안 게임은 서사 구조, 예술적 영상 및 음악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됐을 뿐 아니라 ‘상호작용성(게임사용자의 플레이)’의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문화예술 영역으로 평가되며,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예술로 평가됨에도 국내에서는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동안 게임업계에만 부리하게 운영됐던 제작업·배급업 통합관리 등 행정절차 간소화 등도 업계에서는 호평이다. 특히 1인 개발사 등 중소게임업계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문체부 박양우 장관은 7일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한 뒤 14일 게임업계 대표들과 만나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밝히며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박양우 장관(왼쪽 두번째)이 서울 강남구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동기 스마일게이트 대표, 박 장관,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정우진 NHN 대표. 사진 = 연합뉴스


업계 관계자 C씨는 “게임에 대한 시선을 긍정적으로 돌렸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환영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WHO에서도 게임을 질병으로 보면서도 한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생활을 많이 할 때는 게임을 권장한다고 할 정도로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이같은 시대가 점차 반영되는 것 같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 분류를 PC, 모바일뿐 아니라 콘솔까지 포함시킨 것을 보면 연구를 많이 하고, 또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 같다”며 “다만 얼마나 실효성 있게 정책을 펼치느냐인데, 중국 진출 문제 등을 다루는 것을 보면 아직도 소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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