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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마천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 보수란 무엇인가, 사기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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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 2020.06.23 16:55:52

저자는 ‘한국의 보수는 왜 궤멸하고 있는가?’를 화두로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제시하는 진정한 보수의 정신과 가치를 찾는다. 다음은 책의 주요 내용들이다.

중국은 수천 년 동안 왕조 체제를 경험했지만 백성들은 좋았던 날보다는 괴롭고 힘들었던 날 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편하게 살게 해주는 좋은 제왕에 대한 갈망이 늘 존재했고, 이를 명군몽(明君夢)이라 불렀다. 이밖에 청렴한 공직자를 갈망하는 염관몽(廉官夢), 악당들을 쓸어버릴 협객을 꿈꾸는 협객몽(俠客夢)도 있었지만 명군몽에는 미칠 수 없었다. 시대가 달라져 최고 권력자를 국민의 손으로 뽑는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국민들 마음에는 명군몽이 웅크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고 권력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한 시대의 명암을 가르는 요인이 된다. ('제1장 최고 권력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 서문'에서)


정자산과 손숙오의 만년은 느끼게 하는 바가 많다. 평생 장왕을 보필하여 초나라를 일약 강국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공을 세운 손숙오가 깊은 병이 들어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죽음을 예감한 손숙오는 아들의 손을 잡고 “내가 죽으면 왕께서 땅을 내릴 것이다. 그러면 절대 좋은 땅은 받지 말고 초와 월의 경계에 있는 침구(寢丘)라는 땅을 받겠다고 해라”는 유언을 남긴다. 침구라는 땅은 황무지라서 힘들여 개간을 해야 근근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었다.

 

손숙오는 왜 이 땅을 받으라고 했을까? 우선 아들은 한 일이 없어 좋은 땅을 받을 자격이 없다. 이런 아들이 좋은 땅을 받으면 그것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땅을 빼앗기고 심지어 벌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집안 전체가 화를 입는다. 손숙오는 이런 점을 내다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그런 땅을 받으라고 한 것이다. 아들은 유언을 따랐고 기록에는 그 땅을 잃지 않고 있다 고 했다.(‘제2장 노블레스 오블리주 - 손숙오 편’으로부터)

 

제나라의 장수 사마양저(司馬穰苴)는 사졸들의 숙소, 우물, 취사, 물, 문병, 의약을 몸소 보살폈다. 장군의 물품과 식량을 사졸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고 자신은 사졸들과 똑 같이 양식을 나누되 가장 적은 양을 기준으로 삼았다. 사흘 뒤 병사들을 출정시키는데 아픈 자들도 모두 함께 가겠다고 자청하는 등 앞을 다투어 출전하려 했다. 최근 한국의 한 퇴역 장군은 공관병에게 감나무 감을 따게 하고, 골프공을 줍게 했다는 시비가 있었다. (‘제 3장 장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 사마양’으로부터)

 

사마천은 권력과 부를 지닌 고귀한 사람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신분에 관계없이 고귀한 정신과 지조로 세상을 위해 자기의 뜻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곧 사기 전체를 관통하는 사마천 정신이자 가치였다. 저자는 사마천의 그 정신을 노블레스 오블리주 라는 다소 속된 표현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에필로그 - 사마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부터)

 

김영수 지음 / 아이필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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