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8호 옥송이⁄ 2020.06.24 11:48:5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고용시장도 충격에 빠졌다. 상반기 공채 시즌은 문도 못 열었고, 고용 사각지대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여성·저소득 청년층 등 고용 사각지대 살피기에 나섰지만, 규모 면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으로 확인된 ‘고용 한파’ 여성·청년에 두드러져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20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취업자는 269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만 2000명 감소했다. 지난 3월(-19만 5000명)과 4월(-47만 6000명)에 이은 3개월 연속 하락세다. 구직 의지가 없으면서 취업도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기보다 55만 5000명 늘어난 1654만 8000명에 달했다.
취업자 수 하락은 여성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3월에 남성 취업자 수가 8만 1000명 감소하는 동안 여성 취업자 수는 11만 5000명 감소했으며, 4~5월 남성 취업자가 33만 6000명 감소하는 동안 여성 취업자는 53만 2000명이 감소했다.
여성 취업자 감소는 서비스업 종사자 비율이 더 높고, 고용 상태가 더 불안정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한 분야는 도매 및 소매업(-5.1%), 숙박 및 음식점업(-7.9%) 등이며, 지위별로 보면 임시 근로자(50만 1000명 감소), 일용직 근로자(15만 2000명 감소)의 감소 폭이 컸다.
일부 기업 가운데 여성 고용 챙기기에 나서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홈쇼핑이다. 이 회사는 여성 인재 양성 프로그램 ‘상생일자리’를 올해부터 연 2회로 확대 운영에 나선다.
이 프로그램은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부터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공동 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료 후에는 약 50여 개 롯데홈쇼핑 파트너사와 연계한 취업 매칭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롯데홈쇼핑 정윤상 커뮤니케이션부문장은 “지난 2018년 시작한 ‘상생일자리’ 프로그램은 여성 구직자의 취업 지원뿐만 아니라, 중소 파트너사에게 맞춤형 인재 채용의 기회를 제공해 지원자와 참여 기업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고용 타격을 입은 연령대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10.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고용률도 전년 동월 대비 1.4%포인트 줄어든 42.2%로 하락 전환했다.
특히 기업들이 신입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보니 청년층의 불안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중 올해 상반기 신입 공채를 진행 중인 곳은 삼성, SK, 롯데, 포스코, CJ그룹 등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정기공채를 폐기했고, KT도 올해부터 공채제도를 폐지했다. LG그룹은 올 하반기부터 폐지한다. 저소득층 청년층은 취업이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도·소매업 등 청년 고용 비중이 높은 업종의 고용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저소득층 청년 지원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정식 오픈한 베이커리 카페 ‘빵그레’를 통해 창원지역 저소득 청년들의 자립 기반 마련을 지원한다. 한국남동발전공단, 창원지역자활센터와 함께하는 첫 번째 ‘청년창업 프로젝트’다. 빵그레는 하이트진로 마산 공장 인근 상가에서 청년들이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지원자에게 제빵 기술을 교육하고, 일정 기간 직접 카페를 운영하도록 한다. 카페 공간은 10년간 무상 임대하고 운영이 안정화되는 6개월간 관리비를 지원한다. 재료 구입과 빵 운반에 필요한 차량도 함께 제공한다.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는 “모두가 방긋 웃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빵그레’가 청년들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경제와 상권 활성화를 위한 상생 경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한파 … ‘장애인 고용’에도 영향
장애인 구직자들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질병 감염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휴직을 강요받거나 해고되는 등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장애인들의 구직자 수 대비 취업자는 늘어났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여전히 10명 중 4명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푸드는 지난 1일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푸드위드’를 개소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고용 안정 캠페인’에 동참한다. 푸드위드는 청주공장의 어육소시지 포장 업무를 맡는다. 이에 앞서 장애인 근로자의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및 키스틱 자동화 포장 라인을 구축했다.
사 측은 “발달 장애인 등은 업무 습득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올해 초부터 2개월간 꾸준한 직업교육을 통해 업무 능력을 갖추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푸드는 이번 설립을 통해 장애인 20명(중증 10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를 반영한 롯데푸드의 장애인 근로자 규모는 89명으로, 장애인고용률 4.1%를 달성해 대기업의 법적 장애인 의무고용률인 3.1%를 넘어섰다.
롯데푸드 조경수 대표이사는 “푸드위드 설립으로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게 돼 기쁘다”며 “푸드위드가 자체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용 사각지대’ 지원, 일회성 이벤트 안되려면
기업들의 지원이 장기적 시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직자와 기업을 단순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이나, 단발성 교육은 구직자가 지속 고용될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제조업 부진 등으로 일자리 자체가 늘지 않을 경우, 정부의 뒷받침이 없으면 ‘이벤트’성 혹은 ‘보여주기’ 식 고용 캠페인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중소업계 관계자 A씨는 “중소기업들은 인력 충원을 안 하는 분위기다. 채용한다 해도 영업 쪽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늘면서 인력을 확대할 이유가 없고, 제조업은 ‘4차 산업 혁명’ 때문에 자동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지금 있는 인력도 정리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인력 정리가 이뤄지는 한 일본계 다국적 회사를 보면 남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인력 정리가 주로 신입 직원, 여성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기업들의 고용 사각지대 지원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가 사례 발굴 및 지원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