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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과 차 ②] 현대 ‘포레스트’부터 레이, 르노 마스터까지 ‘전국시대’

규제완화에 대기업 출사표로 급성장 … 개조 대상으론 마스터가 독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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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0호 윤지원⁄ 2020.07.10 09:24:25

7월 2일~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캠핑 & 피크닉 페어'에 전시된 현대자동차의 신형 캠핑카 포레스트의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상반기, 정부가 캠핑카와 관련된 자동차 개조에 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코로나19로 캠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캠핑과 관련한 자동차 시장도 크게 변하고 있다. 오토캠핑이 주를 이루던 캠핑 트렌드에 차박(車泊)이 가세하니 SUV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규제 완화 덕분에 경차 캠핑카까지 등장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직접 캠핑카를 제조해 출시하고, 커스터마이징 상품을 강화하는 등 그동안 자동차 개조 중소업체들이 중심이던 캠핑카 시장에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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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JTBC에서 방영해 큰 인기를 끌며 캠핑카 붐을 일으킨 '캠핑클럽' 예고 화면. 평균나이 40세가 넘은 핑클 멤버들이 현대자동차 쏠라티를 개조한 캠핑카를 타고 전국 각지를 돌며 소원했던 관계를 풀어 나가는 이야기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사진 = JTBC)


핑클이 부추기고 정부가 불붙인 캠핑카 시장

지난해 여름 JTBC에서 방송한 ‘캠핑클럽’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여 년 전 평균 19세로 데뷔한 걸그룹 핑클이 평균 40세가 되어 다시 뭉쳤다. 넷은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며, 소원했던 긴 세월의 틈을 메꿔 나갔다. 방송은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요정들을 통해 나이 든다는 것, 갈등하고 화해하는 인간관계 등에 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핑클이 활약했던 그 시절의 향수를 달래주면서, 자연과 여행을 통한 힐링도 제공했다. 캠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더욱 커졌으며, 이들이 타고 전국을 누빈 캠핑카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캠핑카는 2만 4869대다. 2011년엔 1300대였으니 8년 만에 19배 늘어났다. 연간 신규 등록 대수는 2017년 1989대였던 것이 지난해 3325대로 2년 만에 67%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캠핑카 시장에 큰 힘을 보탰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에 따라 지난 2월 28일 튜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캠핑카로 튜닝할 수 있게 했던 기존의 규제를 바꿔 카니발, 스타렉스는 물론 승용차까지 모든 차종의 튜닝을 허용했다.

이어 5월 31일에는 포터, 봉고 등 1톤 화물자동차에도 ’캠퍼’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캠퍼란 취사·취침 시설을 갖추고, 탈부착이 가능한 차량용 분리형 장비를 말한다. 기존 규제에서는 화물차를 캠핑카로 튜닝하려면 차종을 특수차로 바꿔 등록해야 했다. 캠퍼는 화물차 외형을 그대로 둔 채 탈부착이 가능한데도, 차종을 변경했기 때문에 캠퍼를 내린 차를 화물용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을 통해 차종을 바꾸지 않고도 캠퍼 탈부착에 따라 주중엔 화물차로, 주말엔 캠핑카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20 캠핑 & 피크닉페어'에서 기아자동차의 경차 레이를 베이스로 개조한 캠핑카를 관람객들이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규제 완화로 ‘경차 캠핑카’도 등장

과거 시장 성장을 가로막았던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자 자동차 튜닝 시장과 캠핑카 시장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새로 등록된 튜닝 캠핑카는 1805대다. 2014년 5월의 124대에 비해 14배 넘게 늘어났다.

지난 6월 5일~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고카프2020 - 국제아웃도어 캠핑&레포츠 페스티벌’ 및 7월 2일~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20 캠핑 & 피크닉 페어’에는 예년보다 많은 캠핑카 관련 업체들이 참여해 캠핑카 시장의 달라진 위상을 증명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튜닝 관련 법 제도가 바뀐 것이 캠핑카 시장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례로 2월 28일 캠핑카 튜닝 차종의 제한이 사라지자, 3월에 곧바로 경차인 기아자동차 ‘레이’를 튜닝한 캠핑카가 등장했다.
 

캠핑카 개조 전문업체 '로디'(LODY)가 제안하는 레이 캠핑카의 도면. (사진 = 로디 홈페이지)
로디에서 내놓은 레이 캠핑카의 실내. 평평한 취침 공간과 간이 테이블, 전원, TV 등 작아도 갖출 건 다 갖춘 어엿한 캠핑카의 모습이다. (사진 = 로디 홈페이지)


일본의 경우 경차 베이스의 캠핑카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해 있는데, 특히 박스 형태의 경차 캠핑카가 가장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토가 그리 넓은 편이 아니어서 경차 캠핑카의 잠재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며, 국산 경차 중에서는 레이가 박스형 구조를 갖추고 있어 캠핑카 베이스로 가장 적합하다.

순정 상태의 레이는 2열 좌석뿐 아니라 운전석과 조수석이 완벽하게 폴딩되어, 그 위에 평탄화 작업으로 두 명이 충분히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쉽다. 또 차고가 높은 편이어서 취침용 패드 위에 앉아 있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루프에 팝업 텐트를 추가 설치하면 최대 4인 가족이 취침할 수 있다.

게다가 레이는 본래 조수석 문이 90도로 열리고, 슬라이딩 도어가 끝까지 열리며, B필러가 없는 구조로, 완벽에 가까운 개방성을 갖춘 것이 큰 장점이다.

로디(LODY), 마레(Marre) 등 국내 캠핑카 개조업체들이 내놓은 레이 캠핑카는 외부 전원 공급장치와 청수 공급장치도 갖추고, 접이식 싱크대와 테이블, 어닝, TV 등 다양한 편의시설까지 고루 장착된 어엿한 캠핑카다. 또 사용자가 원하는 맞춤형 옵션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레이는 저렴하다. 기존 캠핑카는 개인이 소유하려면 수천만 원~1억 원 이상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지만, 레이 캠핑카는 베이스 차량값에 개조비까지 더해도 불과 2천만 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뚜렷한 장점들 덕에 레이는 앞서 언급한 캠핑 관련 전시회에서도 많은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하자마자 캠핑카 대중화를 앞당길 대표주자로 발돋움했다.
 

현대자동차가 소형 트럭 포터II를 기반으로 제조해 출시한 캠핑카 '포레스트'.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차, 캠핑카 포레스트 출시

한편, 현대차는 7월 6일 소형 트럭 포터II를 기반으로 한 캠핑카 ‘포레스트’(Porest)를 국내 출시했다.

‘포레스트’는 ‘움직이는 집’(모터홈)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냉난방기, 냉장고, 싱크대, 전자레인지와 같은 각종 편의사양을 제공한다. 아울러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전동 방식으로 실내 공간을 확장하게 만들 수 있게 했고, 필요에 따라 시트, 소파, 침대 등으로 다양하게 용도를 바꿀 수 있는 가변 캠핑 시트를 탑재했다. 독립형 샤워부스, 실내 좌변기 등의 옵션 선택도 가능하다.

포터는 본래 캠핑카 시장에서 가장 각광 받는 차종 중 하나였다. 그런데 기존의 포터 캠핑카가 자동차 튜닝 시장, 즉 애프터마켓에 의존해 온 반면, 이번에 출시된 포레스트는 현대자동차가 직접 개발, 처음부터 캠핑카로 제작해 출시한다는 점이 다르다.

현대차는 포레스트의 가격을 4899만 원(2인승 엔트리 모델)부터 7706만 원(4인승 디럭스 모델) 선으로 책정했다.

캠핑카 시장에서 제법 보편적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프린터 베이스의 캠핑카 가격이 적어도 9천만 원에서 2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포레스트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2020 캠핑 & 피크닉 페어'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포레스트 부스에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또한, 현대자동차라는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의 영업망을 통해 판매되고, 판매된 뒤에는 역시 국내 최대의 A/S 시스템을 통해 유지관리가 가능하다.

현대차는 2020 캠핑 & 피크닉 페어에 부스를 마련해 포레스트를 전시하고,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해볼 기회를 마련했다. 캠핑 애호가들은 긴 줄을 서면서 포레스트 실내외를 자세히 구경하며 큰 관심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장에 나온 캠핑카들 중에서 단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대차가 포레스트를 내놓은 것에 두고 캠핑카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캠핑카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개조 업체들이 대기업과의 경쟁으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반면, 이제 막 양지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장에 신뢰도 높은 브랜드가 참여함으로써 시장 전반의 활기를 끌어 올리고, 동시에 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개조용 베이스 차량, 르노 마스터 ‘원톱’

그런데 한 캠핑카 제조업체 관계자는 포레스트를 구매하는 고객도 추가로 커스터마이징을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 수, 선호하는 캠핑 스타일은 저마다 다른데 차량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 캠핑카의 특성상 맞춤형 튜닝은 불가피하다는 것.

그는 기존의 튜닝 캠핑카 시장이 맞춤형 정장 시장이라면 포레스트는 대중적인 기성복 제품이라고 표현했다. 애프터마켓의 튜닝 캠핑카는 업체마다 개성과 제공하는 옵션이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베이스 차량 선택부터 침대 수, 청수통 용량, 수납공간 설계와 인테리어 재질까지 각종 디테일을 고객 입맛에 맞추는 커스터마이징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르노 마스터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캠핑카들이 '2020 캠핑 & 피크닉 페어'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이러한 개조 캠핑카 시장에서 현재 가장 선호되는 베이스 차량은 르노삼성자동차의 르노 마스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캠퍼밴 형 캠핑카의 압도적인 절대다수가 르노 마스터를 기반으로 개조한 제품이며 이유는 베이스 차량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가 2018년 국내에 출시한 르노 마스터는 밴 모델이 2900만 원부터 시작하며 15인승 버스가 4600만 원이다, ‘캠핑클럽’에 나왔던 캠핑카의 원형인 현대 쏠라티는 르노 마스터 버스의 경쟁모델로 여겨지는데, 쏠라티 스탠다드가 6000만 원대로 1500만 원 정도 차이가 벌어진다.

르노삼성차는 코로나19로 인해 캠핑의 대중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미디어를 통해 르노 마스터가 캠핑카 베이스 차량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하고 있다. 어린이 통학용 버스, 냉동·냉장차량, 푸드트럭 등 다양한 용도로 개조될 수 있는 베이스 차량임을 설명하면서 반드시 캠핑카를 가장 먼저 언급하는 식이다.

한편, 르노 마스터는 현대자동차 상용차 부문과 같은 A/S망을 갖추지 못한 점, 그리고 자동변속기 옵션이 없다는 점이 쏠라티에 비해 부족한 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최근 국내 캠핑카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한 이베코 데일리도 자동변속기 옵션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르노 마스터의 약점을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전문가들은 캠핑카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 향상된 데다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오히려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증가했고, 청년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은 물론,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1946년생~1964년생)의 유입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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