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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 ‘애자일 조직’ 열풍 왜? "통솔보다 아이디어가 더 중요"

신한생명·한화생명·캐롯손보 등 도입 … 영어이름 사용, 리더 다양화, 부서장벽 없애기 등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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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0호 이될순⁄ 2020.07.18 08:03:04

시장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애자일(agile) 조직’이 보험업계에 확산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보험사들도 경제·사회적 지각변동에 발맞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애자일 조직은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다양한 수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식이다. 개발팀이 짧은 주기로 제품을 출시하고 고객 반응을 살핀 뒤 수정과 개발을 반복한다. 이를 위해 기업 내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캐롯 라이브러리에는 여행, 디자인, 브랜드, 베스트셀러, 건축 등 업계를 리딩하는 다양한 인사이트가 담긴 도서가 마련되어 있다. 점심시간이나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사진=캐롯손보)


유연하고 민첩한 ‘애자일 조직’, 프로젝트 중심

신한생명은 애자일 방식을 도입한 고객전략그룹을 신설했다. 고객전략그룹은 부서 간 경계를 없애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애자일 존을 만들어 파티션을 없애고 사무 환경을 대폭 개선했다. 구성원 간 호칭도 영문 이름을 사용하는 등 격식을 없앴다.

한화생명은 올해 6월, 애자일 조직 운영의 일환으로 프로젝트 중심의 조직개편을 했다. 개편된 조직체계에서는 직급에 상관없이 주어진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하고 전문성 있는 사람이 프로젝트 리더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과제의 적임자가 대리라면, 대리가 프로젝트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성과 창출에 필요하다면 리더가 임원을 조직의 팀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지난해엔 미래전략실, 기술전략실, 글로벌네트워크본부 등 미래 혁신을 추진하는 주요 본부를 애자일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화손보와 SK텔레콤, 현대차 등이 합작해 만든 캐롯손해보험은 애자일 태스크포스팀을 상시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C-TFT(고객 관점의 자동차 보상 개선 TFT)의 경우, 브랜드, CS, 자동차보험, 커뮤니케이션 등 유관부서의 실무자들로 구성돼 다양한 상황의 시뮬레이션과 새로운 접근방법의 개선방안을 결과물로 도출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무 환경을 대폭 개선했다. (사진=신한생명)


신상품 준비 기간↓ … 유관부서의 참여·빠른 피드백 장점

이 같은 변화는 카카오·토스 등과 같은 IT 기업의 보험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경쟁 심화가 예상되자, 보수적인 기존 보험사들이 빠르고 유연한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애자일 조직을 활용하면 신상품 준비 기간이 짧아지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한 부서가 신상품을 개발하면 그 결과물을 다른 부서가 차례대로 넘겨받아 점검하는 과정을 거쳤다. 만약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다시 초기 단계로 돌아가 완성품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하지만 과거 2개월가량 걸리던 신상품 준비기간은 애자일이 도입되면 약 3~4주로 대폭 단축될 수 있다. 상품개발 초기 단계부터 언더라이팅·보험금심사 등 여러 유관부서가 참여해 실시간 피드백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플랫폼 경쟁력에 기반해 보험 상품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다. 토스는 이미 보험 자회사인 토스인슈어런스를 설립하고 신입사원 공채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카카오페이 보험을 홍보한다면 마케팅 비용 감소는 물론 이미 상당한 고객층을 확보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토스 역시 1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기반으로 법인보험 대리점(GA) 형태의 보험 영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파티션을 없앤 신한생명의 애자일 존 모습. (사진=신한생명)

 

“과거와 환경 달라졌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긍정적”

이 같은 조직 변화가 과거 조직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보니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성과를 올리는 데는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꾸고 호칭을 변경하는 ‘민주적’ 방식 보다는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수직적 구조’가 더 효과적인 것 아니냐는 것이 의문들이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신한생명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실적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압박이 없다”며 환경이 달라졌음을 언급한 뒤 “본사의 경우 실제로 밖에서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적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팀장님이라고 부르던 호칭을 영어 이름으로 부르다 보니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됐다”며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통솔에 수월한 조직보다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애자일 조직의 장점은 결론 도출이 빠르게 이뤄져,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보다 상품개발이나 업무 소통 등의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며 “지금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보험사가 수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라며 당장의 성과에 목을 매는 과거와 달리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업계에서는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기업 오너의 강력한 추진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새 조직체계로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려일 뿐”이라며 “걱정이나 우려가 있다고 해서 추진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기업 오너의 강력한 추진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새 조직체계로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려일 뿐”이라며 “걱정이나 우려가 있다고 해서 추진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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