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실을 짐이 너무 많다고 아빠는 투덜거려요.
자꾸 눈이 감기지만, 절대로 잠들지 않겠어요.
휴가를 보낼 집에 벌써 도착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림책 '오늘 밤, 우리는 휴가를 떠나요'는 여름 휴가철, 교통 혼잡을 피하고자 한밤중에 휴가를 떠나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설렘과 기대에 들뜬 가족의 부산스러운 모습이 실감 나게 묘사된다.
엄마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챙겨 가려고 애쓰고, 아빠는 차에 실을 짐이 너무 많다고 투덜거린다. 아이는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짐 보따리 옆에서 잠이 든다. 막상 떠날 시간이 되니 잠에서 깨어나기 힘들어 투정을 부린다.
책의 배경은 유럽이다. 이 가족은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휴가를 떠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 길은 막혀 있는 우리에겐 낯선 일이다. 지양어린이 관계자는 "남과 북이 평화롭게 왕래하는 그 날이 와서, 우리도 자동차로 북쪽 땅을 거쳐 다른 나라로 휴가를 떠나는 것을 상상해봤다"고 밝혔다.
지은이 샤를로뜨 벨리에르와 그림을 그린 이안 드 아스는 부부다. 벨리에르는 벨기에 태생으로 브뤼셀에서 프랑스어 교사로 일하면서 남편과 함께 그림책 작가로 활동한다. 이들 부부는 ‘거인 혹은 감정들의 믿기지 않는 모험’이라는 그림책으로 2019년 멀티미디어작가협회상 아동문학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에서는 빛과 색을 활용한 시적인 화법이 돋보이는 간결한 글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아이들에게는 여행을 떠나는 설렘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동심의 세계를 선사한다. 아울러 아내가 글로 묘사한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은 남편의 환상적인 수채화에 의해 특별한 판타지로 바뀐다.
매년 찾아오는 여름 휴가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음 놓고 휴가를 떠나기 쉽지 않다. 그런 우리의 아쉬움을 이 책의 아름다운 그림과 시적인 글로 달래보는 것도 좋겠다.
샤를로토 벨리에르 글 / 이안드 아스 그림 / 이성엽 옮김
1만 2500원 / 지양어린이 펴냄 / 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