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퇴근길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 탓에 부산에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24일 비가 그치면서 아수라장이 된 피해 현장이 속속 드러났는데 이를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과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3일 내린 폭우는 시간당 강수량이 1920년 이래 10번째로 많은 81.6㎜를 기록했다. 이는 대표 관측소인 중구 대청동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 사하구 등에는 시간당 86㎜, 해운대에는 84.5㎜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비는 오후 8시 호우경보 발령 이후 약 3시간 동안 대부분의 지역에서 200㎜가량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기상청은 25일까지 최대 200㎜ 이상, 시간당 50∼80㎜의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전날 예보했는데 실제 강우량은 이를 웃돌았다.
기상청은 올해 북쪽에서 찬 기단이 발달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하고 장마전선이 남해상에서만 머물며 부산에 많은 비를 쏟은 것으로 분석했다.
억수같이 퍼붓던 비는 24일 새벽부터 잦아들었으며, 오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때 햇볕까지 내리쬐었다. 출근길 도로 곳곳은 진흙밭을 방불케 했으며, 옹벽에서는 폭포수 같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하차도도 모습을 드러냈다. 2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던 이곳에는 새벽 3시 물이 빠지면서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높이 3.5m인 지하차도 안에 2.5m 이상 물이 순식간에 차면서 차량 등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석탄재를 쌓은 인공사면 붕괴로 산사태 피해를 겪은 부산 사하구 구평동 일대 공장들도 이번에 또 침수 피해를 겪었다.
비 피해로 이날 부산지역 유치원과 초중고 6개교 학생들이 등교수업을 하지 못했다. 유치원 2곳이 휴업을, 초등학교와 중학교 1곳이 각각 원격수업을 해야만 했다. 석축이 붕괴한 금성고는 이날 하루 휴업을 했고, 해운대공고는 등교 시간을 한 시간 연장했다.
경찰은 우선 피해자 3명의 익사 여부 등 정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다.이어 23일 밤 시간당 최대 80㎜ 폭우로 침수된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빗물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현장 감식과 함께 구청을 상대로 확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