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91만 가구(26.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고, 계속 증가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조 80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도 올해 6조원 규모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 이상 동물은 ‘사육’하는 게 아닌 ‘공존’해야 할 생명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동물 복지와 관련된 캠페인들이 전개되고 있다. 또 동물과의 ‘건강한 공존’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한 반려동물 시장도 다양한 형태로 마케팅을 전개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 움직임에 주목해 본다.
유기견 봉사활동 현장에 뛰어든 GS리테일·bhc치킨
“사람 손을 그리워하면서도 차마 다가오지 못하며 피했던 강아지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오랜 기간 철사 줄로 주둥이를 묶여 깊게 패인 상처가 남은 강아지, 학대받은 기억 때문에 남자 목소리만 들려도 주저앉아버리는 강아지, 쇠파이프로 너무 맞아 이빨이 다 뽑히고 눈까지 멀었던 강아지…. 그런데 그런 개들이 겁이 많아 꼬리를 감추고 있다가도 산책 갈 때는 힘차게 꼬리를 흔들고 좋아하더라고요.”
GS리테일 커뮤니케이션팀의 사회공헌 담당인 김시연 차장은 유기견 봉사활동에서 마주했던 현장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는 GS리테일이 지난해 하반기 정식 출범한 유기견 전문봉사단 ‘GS펫러버’를 통해 유기견을 돕는 활동에 참여해 왔다.
GS리테일은 GS나누미(GS리테일 공식 봉사단체) 활동의 일환으로 유기견 봉사활동을 2017년 시작했다. GS나누미는 주로 지역사회와 연계해 시기마다 필요한 연탄배달, 김장김치 담그기, 노숙자 배식, 벽화 그리기 등 활동을 비롯해 장애우와 노인을 위한 복지관, 보육원 등에서 목욕 보조, 식사 조리 및 배식, 청소 활동에 집중해 왔다. 이 과정에서 유기동물을 위한 봉사에 참여를 희망하는 인원과, 유기견 봉사단을 별도로 신설해달라는 요청이 늘어남에 따라 총 6개의 유기견 전문 봉사단 GS펫러버를 발족했다.
김시연 차장은 “GS나누미로 활동하는 한 직원이 사회공헌팀에 사연을 보내 왔다. 매달 방문하던 복지관의 한 독거노인이 지병으로 요양원에 입원하게 됐는데, 함께 살던 강아지를 돌볼 사람이 없어 보호소로 보내졌다는 것이었다”며 “혼자 남겨질 강아지에 대한 미안함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는 노인에 대한 걱정, 그리고 강아지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여러 어려운 상황에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회사 차원에서 유기동물을 위한 봉사활동을 함께 실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반려동물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마음 깊이 느꼈다. 이에 유기동물을 위한 봉사활동을 전국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혹시나 사람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에 거부감이 있을지 고려해 본격적으로 GS펫러버를 시작하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때 ‘유기동물 봉사단이 생기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구성원이 80%를 넘었고 적극적으로 GS펫러버 봉사단을 출범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GS펫러버는 사내 임직원과 가맹 경영주로 구성됐다. 여기에 유기견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고객이 함께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신청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화성, 경상남도 함안과 창원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GS펫러버 봉사단은 매월 1~2회 유기견 보호센터에 방문해 유기견 산책 도우미, 보호소 청소, 필요한 물품기부 등의 활동을 진행해 왔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올해 초에도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유기견 봉사활동은 GS리테일 내부 직원의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김시연 차장은 “본래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이 없었는데 봉사를 진행하면서 정이 든 강아지를 입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직원, 봉사활동에서 더 나아가 유기견을 위한 개인적인 기부금을 매달 후원하기 시작했다는 직원 등 사내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은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친구들이 없었다”며 “저 또한 10년 넘게 강아지를 키우고 있지만, 유기견 입양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제 마음에 드는 외모의 예쁜 품종견을 분양소에서 샀던 기억에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GS펫러버를 통해 유기견 돕기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동물보호단체와 협업해 실제로 유기동물을 입양한 고객에게 소정의 감사 선물을 제공하거나, 고객이 GS리테일에서 반려동물상품 구매 시 유기동물을 위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고객 참여형 나눔활동’을 대폭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GS펫러버 봉사단도 현재의 6개 조직에서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김시연 차장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됐지만, 학대당하고 또 버려지는 동물이 아직 이렇게나 많다는 게 충격적이다.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유기동물’에서 ‘유기’라는 단어조차 익숙해져 이젠 무덤덤하게 사용되는 것 같다”며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한다면 평생 자신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을 먼저 상상하길 바란다. 또 생명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려동물은 아픈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즐거운 순간을 함께 나누며, 애정을 통해 무럭무럭 커가는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라며 “성숙한 반려동물 보호 문화 조성은 물론, 동물의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정부 차원에서 보다 검토해야 할 것이다. GS리테일도 여기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bhc치킨 또한 유기견 돌봄 활동에 최근 구슬땀을 흘렸다. bhc치킨 대학생 봉사 단체인 ‘해바라기 봉사단’ 4기 2조는 7월 경기도에 위치한 유기동물 보호소 ‘쉼뜰’을 찾아 유기견 돌봄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해바라기 봉사단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직접 찾아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대학생 봉사단체로, 2017년에 발족해 현재 4기가 활동하고 있다. 이번엔 유기견 돌봄 활동에 나섰다.
bhc치킨 측은 “이번 봉사활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유기견이 많이 발생하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반려동물에 대한 세심한 배려심과 유기견에 대한 사회적 관심 고취를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봉사단원들은 오전 일찍 쉼뜰을 찾아 유기동물이 생활하는 케이지를 비롯해 배변실 청소, 창고정리 등 쾌적한 환경 만들기에 나섰다. 이어 유기견의 건강을 위한 운동 시간을 통해 교감하는 등 다양한 시간을 보냈다. 이어 쉼뜰 내 유기동물을 위한 사료와 배변패드를 전달하며 유기동물 보호에 애쓰는 쉼뜰 관계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단원들은 “유기견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며 “반려견 실태를 많은 사람이 생각할 수 있도록 블로그 포스트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후기를 밝혔다.
bhc치킨 김동한 홍보팀 부장은 “최근 유기견에 의한 농가 피해가 벌어지는 등 유기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라며 “이번 봉사활동이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유기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G마켓·롯데마트, 캠페인서 ‘반려견 쇼핑금지’ ‘유기견 입양’ 외쳐
앞선 사례들처럼 직접적인 봉사 활동으로 동물 복지를 외치는가 하면, 캠페인이나 이벤트를 전개하는 형태로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앞서 언급된 GS리테일은 GS펫러버 외에 2018년 GS25의 모바일플랫폼 어플리케이션 ‘나만의 냉장고’를 통해 유기견 구조단체 및 동물센터와 함께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진행했고, 반려동물용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입양 비용으로 기부했다. 지난해 4월엔 반려동물용품 스타트업 ‘펫츠비’와 손잡고 고객이 GS25와 GS fresh에서 반려동물 제품을 구매하면 구매 금액에 따라 100g에서 최대 500g까지 사료를 기부하는 고객 참여형 사회공헌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에 동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유기동물 구조 활동을 펼치는 ‘카라(KARA, Korean Animal Rights Advocates)’에 사료 1톤을 기부한 바 있다.
또 대표적인 캠페인으로 G마켓과 롯데마트가 전개한 ‘반려견 쇼핑금지’와 ‘유기견 입양’이 있다. 먼저 G마켓은 지난해 ‘반려견 쇼핑금지’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반려견이 쇼핑의 대상이 아닌 가족임을 환기시키는 목적의 캠페인송과 영상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영상은 반려견을 향한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해당 영상은 공개 한 달여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8만 건을 돌파했다.
당시 G마켓 측은 “반려견을 물건처럼 소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일부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에 LG전자, 반려동물 식품 브랜드 한국마즈,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제일기획 등이 참여했다.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구매 활동이 유기견을 위한 기부로 이어질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됐다.
‘반려견 쇼핑금지’ 캠페인은 올해 7월 열린 ‘2020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등 지난해 캠페인 첫 시작 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꾸준한 관심을 입증했다. 이 캠페인은 사회적인 이슈를 공유하고, 100만 명 이상의 고객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일으켜 대내외적으로 함께 캠페인 효과를 배가 시켰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는 올해 4월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진행하며 착한 소비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캠페인은 ‘SBS TV동물농장’, ‘동물자유연대’와 협업해 선보였다.
‘반려견 쇼핑금지’ 캠페인이 캠페인송과 영상으로 동물 복지를 알렸다면, 롯데마트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8개 업체와 협업해 해당 사(社)들의 인기 제품 17개의 겉면에 반려견을 형상화한 캐릭터를 넣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자연스럽게 유기견 입양에 대한 캠페인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것. 특히 상품 패키지 겉면에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를 인쇄해 유기견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했다. 또 고객이 패키지 내 QR코드를 인식하면 동물자유연대 입양 사이트로 접속돼 고객이 직접 유기견 입양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마트 측은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버려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유기견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위해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급증하는 유기견에 비해 보호소는 턱없이 부족하며, 보호소로 보내진 유기견은 15일 이내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안락사 처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에 고객이 많이 찾는 제품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알리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사회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여기에 맞춰 동물 복지를 위해 나서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기부 및 직접적인 봉사 활동을 비롯해 캠페인, 관련 상품 출시 등 형태가 점점 다양화되며 소비자와 공감 키워드를 넓혀가고 있다”며 “아직은 강아지, 고양이 등 대표 반려동물 복지에 관한 내용에 주로 치우쳤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 또한 동물 전체의 복지에 관한 이야기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난 반려동물 인구만큼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내실을 갖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동물 복지에 대한 의식 고취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기업 차원에서도 진정한 반려동물 시장 성장을 위해서 이를 인식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