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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갤러리 (49) 전시 ‘마음휴가’] “예술은 휴가, 먼저 즐기고 해석은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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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0호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2020.07.31 11:43:19

(문화경제 =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시대적 위기 속에서 예술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거나 현 상황에 놓인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는 작업들은 많은 질문과 응답들을 이끌어낸다.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그려내거나 마음을 다독이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시 ‘마음휴가(Rest of Mind)’처럼 잠시 쉬어가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마음휴가’는 단어 그대로 마치 휴가를 온 것처럼 전시장을 찾은 관객이 고단한 현실을 잠시 잊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전시된 작품들은 편안함과 아늑함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강인하지만 동시에 연약하기도 한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게 한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눈을 돌려 삶의 의미를 재고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돕기도 한다. 전시장 벽에 적혀 있는 글귀를 옮겨 본다. “예술은 우리가 정신적 건강함을 위해 이용하는 뗏목과도 같다(Art has always been the raft on to which we climb to save our sanity).” - 도로시아 태닝(Dorothea Tanning)


“작품에 관객이 칠하고 체험 키트 받고”
이보리 큐레이터와의 대화


-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2주 동안 광명시민회관 전시실이 휴관했고, 온라인 전시와 전시 연계 체험 프로그램 동영상이 제공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바라보는 큐레이터의 생각을 듣고 싶다. 언택트(untact), 뉴 노멀 시대에 미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휴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시를 준비했지만, 막상 휴관이 확정되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들이 온라인으로라도 전시를 관람하고 체험하길 바란다. 그러나 전시 관람이란 특정한 시공간적 환경에서 작품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이기에 영상을 통한 간접체험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전시를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을 경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일반적인 전시의 형태를 벗어나 일상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이 최대한 활용될 것이고, 공공 미술과 같은 영역이 더 확장될 것 같다. 물리적 제약을 벗어난,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술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지연, ‘심심한 산책’ 270 x 130cm, 필름지에 UV 출력, 2020 / ‘심심한 상상’, 193.3 x 130.3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9, 사진=박민구, 사진 제공=(재)광명문화재단  

- 여러 작가들이 함께한 그룹전이다. 전시장의 공간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시장 입구에 노란색 벽을 설치했는데 작품과의 조화 외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여섯 명의 작가가 함께 하면서도 따로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된 작품들의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서로 연결되는 동시에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마치 개인전처럼 보이는 구역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편 어린이와 가족들을 주 대상으로 기획된 전시인 만큼 편안한 동선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전시장 입구 벽면에 칠해진 색의 이름은 레몬 드롭(lemon drop)이다. 이름에서부터 경쾌함이 느껴진다. 전시의 첫인상이 말 그대로 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관객들이 가족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전시장에 와서 작품을 보며 새로운 자극을 받고, 즐거워지고, 기분도 좋아졌으면 좋겠다. 전시를 보며 휴가를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길 바란다. 그런 다음 작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현대 미술 전시를 보면 분석하고 읽어야 하는 작품이 많다. 물론 그와 같은 작품도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어렵고 무겁게 느껴져 미술인인 나마저도 피로감을 느낄 때가 있다. 이번에는 무엇보다 작품을 직관적으로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변대용, ‘아이스크림을 찾아 떠난 여행’, 120 x 26 x 75cm, FRP, 우레탄 도장, 2019, 사진=박민구, 사진 제공=(재)광명문화재단 
김원정, ‘잡초, 그 의미 없음에 대하여’, 5m 이내 가변설치, 42분 싱글 채널 비디오, 야생화분, 유리창, 벽돌, 2016-2020, 사진=박민구, 사진 제공=(재)광명문화재단

- 어린이,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라면 참여, 교육 프로그램도 있을 것 같다.

이번 전시 관람에서 체험 프로그램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이정윤 작가의 ‘상상정원’은 벽 위에 그려진 작품 위에 관객들이 직접 색을 칠하는 것이다. 또한 여행을 주제로 한 작가의 작업과 연결되는 ‘나만의 여행 가방 만들기’는 종이로 여행 가방을 만들고 꾸미는 것이며, 이지연 작가의 작업과 이어지는 ‘내 마음 놀이터’는 투명 OHP 필름과 색 테이프를 이용해 공간을 드로잉하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를 예약했는데 휴관으로 인해 관람하지 못한 가족들에게 체험 키트(kit)를 발송할 예정이다.

- 전시와 관련해서 특별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전시는 깊이가 얕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전시가 따로 있을까, 어린이를 위한 전시는 무엇일까’와 같은 고민이 컸다. 똑같은 작품도 어떻게 기획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체험과 의미를 제공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라 해서 아이들만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어린이들도 좋은 작품을 봐야 한다. 많은 가능성을 가진 어린이 시절의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

 

“파랑새 찾아 헤맸지만 우리집 새가 파랑새”
‘마음휴가’ 참여 작가들과의 대화 

 

- 이번 전시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휴가를 준다는 것이었다. 본인의 작업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 김원정 작가 

 

치유와 힐링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반복되는 일상의 삶에서도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작은 치유의 행위가 존재한다. 나는 늦은 오후의 볕에 따라 변하는 다양한 색감과 그림자의 형태를 통해서도 익숙한 공간과 일상을 더 새롭게,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추에 물 주기, 거리에서 다양한 화초 발견하기와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위를 작품으로 전환시켜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내 작업을 통해 특별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일상의 반복된 행위를 스스로 ‘알아차림’으로써 관객들이 자신의 일상을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과정 자체가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치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재경, ‘시간을 녹이다’, (each)15 x 60cm, 유리, 2020, 사진=박민구, 사진 제공=(재)광명문화재단 

■ 변대용 작가

 

나의 작업이 가진 조형적 특징은 부드러운 선과 파스텔 색조의 따뜻함이다. 이는 감상자들이 나의 작업에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인 것 같다. 가장 최근의 작업인 ‘풍경’ 시리즈는 백곰이 언덕 위를 걷거나 쉬는 형상으로, 언덕의 완만한 능선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적당한 바람에서 마음의 안정감을 얻던 나의 기억에 바탕을 둔 작업이다. 공감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만날 때 마스크를 하는 답답한 일상을 반년 이상 지속하고 있으며 언제쯤 벗어날지 알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조용한 나의 풍경 조각을 마주했을 때 느릿하고 편안한 공기를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 이재경 작가

 

1200도의 온도에서 액체 상태인 유리의 형태를 온전히 잡아가려면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런 유리 작업의 과정 자체가 우리의 삶과 닮은 것 같다. 또한 단단하고 견고하지만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는 나의 작품은 지금의 우리가 처한 현실을 비춘다. 관객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마음 상태를 응시할 수 있는 창으로써 내 작품이 기능했으면 좋겠다.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 삶에 아름다운 가치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진경, ‘파랑새 시리즈’, 10m 이내 가변설치, 혼합재료, 2020, 사진=박민구, 사진 제공=(재)광명문화재단

■ 이정윤 작가

 

이번에 전시된 나의 작품 중 가로가 12m인, 대형 스케치북과 같은 ‘상상정원’은 작가가 그린 식물 이미지의 윤곽선 안팎으로 관객이 색을 채워가며 완성하는 작품이다. 나는 예술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프레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전례 없는 팬데믹 시대에 모두 지쳐있다.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이 한 번쯤 예술가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일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색과 기쁨을 찾아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되살려 미래를 향할 수 있길 바란다. 

 

■ 이지연 작가

 

나는 시각 작업이 보는 이들의 상상으로부터 확장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미술의 본질이다. 따라서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마주한 관객의 시각에서 출발한 심상적 여행이 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관객들이 내 그림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림을 통과해 어디론가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 바람이자 작업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다. 관객들이 계단과 문이라는 이미지 앞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눈과 마음으로 걸음을 떼어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이것이 굳어진 상상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결과적으로 내 작업은 마치 아이들이 그렇듯 마음을 통해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현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권하는 것이다. 관객들이 문이 그려진 벽 너머의 새로운 길을 상상하면서 자신만의 시공간을 누리기를 꿈꾸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이정윤, ‘아빠의 서커스’, PVC, Air, 모터 등 혼합재료, 300 × 100 × 100cm, 2019 / ‘상상정원’, 12 x 2.25m, wall drawing, 2019, 사진=박민구, 사진 제공=(재)광명문화재단

■ 정진경 작가

 

나는 시민 참여의 과정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가며, 2012년부터 집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현실에서 가족은 그 본연의 의미보다 의식주를 비롯한 생계에 대한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동안 잊고 있던 가족의 따뜻함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작업에 관객을 초대하고, 관객의 참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과물들은 다양한 형식을 가진 작품이 된다. 관객은 자신만의 의미를 찾는 순환적 과정을 경험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작품은 작가의 소유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작품이 된다. 이는 ‘예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제작 과정에 관객이 참여하진 못했지만, 퍼즐 형식의 설치물을 통해 전시장에 온 관객의 직접적 참여를 유도하고자 했다. 

 

나의 이전 작업인 ‘나의 영웅’(2016)이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자의 상상과 이야기로 만들어진 영상이라면 신작 ‘파랑새’(2020)는 오로지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했지만, 관객의 참여로 인해 작품이 재배치되고, 그 과정에서 관객의 상상이 더해지게 된다.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파랑새를 찾아가는 여정을 떠올리며 나도 나만의 파랑새를 찾아보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거실에 있던 비둘기가 파랑새임을 깨달았듯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파랑새를 찾길 소망한다. 이런 간절함이 전달되길, 관객들이 내 작품 ‘파랑새’를 매개로 이 설레는 여정을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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